ReLife Player [Re: Life Player] Chapter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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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이프 플레이어 (928)

선력 1년 5월 4일·

그날은 한창진에게 있어 선명하게 기억이 남는 날이었다·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가족들을 잃고 말았으니까·

―저 저것들이 갑자기 어디서····

선녀 정부가 처음으로 출범한 해·

정부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사람들이 무사히 귀성길에 오르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코쿤의 비호를 받게 된 사람들은 더는 몬스터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무엇보다 정부를 믿고 서울을 떠났다·

그로 인해 그 해는 멸망 이래로 가장 많은 인구 이동이 일어났고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마나가 거대한 재앙을 불러오고 말았다·

사람들의 믿음은 배신당했다·

―꺄아아아악!

―사 살려 주세요····

―여기 우리 애가 깔려 있어요! 누가 제발 도와주세요!

―오 오지 마! 오지 말···· 커헉!

지금도 간혹·

그는 그날의 악몽을 꾸고는 했다·

한강 성수대교·

흐린 하늘 아래로 곳곳에서 불길과 자욱한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도로 위에 정체된 차량은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거나 뒤집혀 있거나 차체가 찌그러져 있었다·

그 사이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살기 위해 도망치고 있었으며····

―키에에엑!

양서류와 어류의 외형을 반씩 섞은 몬스터들이 철교 위로 기어 올라와 그들을 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촤르륵!

당시 기준으로는 제3위계 몬스터 크라켄이 공포를 흩뿌리고 있었다·

재해·재난에 준하는 몬스터·

놈은 수하 몬스터들을 지배하고 철교를 부수고 차체를 집어던지며 사람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사람들은 그저 잔뜩 겁에 질린 채 도망치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한창진과 그의 가족들도 그 행렬에 섞여 있었다·

그때 빌어먹게도·

―···어?

하필 놈이 던진 철근 콘크리트가 뒤에서 날아들었다·

인지한 순간에 결과는 발생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할지 한창진은 그 결과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다·

―···아빠? 엄마?

그런데 곁에 있어야 할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있었을 손이 중력에 이끌려 아래로 축 늘어졌다·

한창진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목도하고 말았다·

―····

팔꿈치에서 절단된 아버지의 손이 자신의 손을 세게 쥐고 있었다·

절단면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리며 공중에서 대롱대롱 흔들렸다·

이게 뭐지?

아빠 손이 왜 이러고 있지?

이게 뭐야·

한창진은 그 손을 내려다보고는 순간 사고가 정지하고 말았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이었기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내 그는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 철근 콘크리트가 날아가 지면에 처박힌 곳으로 걸어갔다·

―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다·

아버지는 철근 콘크리트에 으깨져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즉사했다·

다만 철근 밖으로 삐져나온 팔에 손이 없는 것을 보고 아버지란 것을 간신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차 창진아····

―···엄마·

어머니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흐린 하늘을 보며 드러누운 어머니의 얼굴에는 사라지지 않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눈에서 빛이 꺼지고 있었다·

한창진은 그런 어머니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어머니가 힘겹게 말을 토했다·

―엄마는 괜찮으니까···· 아빠랑··· 아빠랑 가 있으렴·

―····

그 말을 남기고·

어머니의 숨이 다했다·

어머니의 시체를 앞에 둔 한창진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그는 넋이 나간 듯 주저앉았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어서 뛰어!

―꼬마야 일어나! 정신 차려!

―여기는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너희는 얼른 그 애를 데려가!

그때 성산대교에 배치되어 있던 플레이어들이 한창진을 발견했다·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후퇴하던 그들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억지로 일어나게 된 그는 그대로 그들에게 이끌려 자리를 뜨게 됐다·

덜렁덜렁·

아버지의 손은 어찌나 그를 세게 붙잡았던 것인지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가 무의식적으로 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콰드득!

―우적우적·

―아····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플레이어들에게 끌려가는 상태로 부모님이 있는 곳을 돌아보고 있던 그는 잠시 후 몬스터들이 그곳으로 몰려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강에서 올라온 몬스터들·

놈들이 도로 위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의 시체를 뜯어 먹었다·

살아는 있되 몸을 움직이지 못해 숨이 붙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몬스터들에게 잡아먹히며 고통에 찬 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가 그친 뒤에는 어김없이 무언가 터지고 으깨지고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안구가 공중에 튀어 오르고 선혈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절단된 머리가 하늘로 떠올라서 포물선을 그리며 한강에 빠졌다·

―꼬마야 보지 마라! 눈 감아!

―····

플레이어들이 다그쳤다·

그러나 그들의 소리는 한창진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는 몬스터에 의해 자신의 부모가 고기 조각이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 후로 기억이 끊겼다·

―엄마 아빠····

정신이 들었을 때·

한창진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정부의 지원 아래 그는 병원에서 극진한 치료를 받으며 부모를 잃은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부모를 잃은 슬픔?

몬스터에 대한 증오?

정부에 대한 적개심?

그에게 가장 먼저 찾아든 감정은 어느 것도 아닌 지독한 고독이었다·

이제는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무척 슬프고 외롭게만 했다·

한편 가족 이외에 일가친척이 없던 그는 정부의 지원이 종료되는 대로 보육원으로 보내져야 했다·

보육원에는 그와 같은 사건에 의해 부모를 여읜 아이들이 많았다·

그들과 보내는 나날은 지옥이었다·

―내가 눈에 띄지 말라고 그랬지· 밥버러지 같은 놈들이 말귀 하나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단순히 정부의 지원금을 타기 위해 그와 그들을 거두어들인 보육원장은 시종일관 폭력을 행사했다·

폭력에는 이유가 없었다·

보육원장이 기분이 좋지 않았거나 밥을 많이 퍼 갔다거나 그냥 그날 눈에 띄었다는 이유 등으로 폭력에 노출되어야 했다·

그런 곳에서 살 수 있을 리 없다·

한창진은 살기 위해서 도망쳤고 어찌어찌 빈민가로 흘러들었다·

―여기는 우리 구역이야· 썩 꺼져·

―왜? 꼽냐? 너 눈이 좀 그렇다?

―···저게 지금 쳤어!?

빈민가의 아이들은 무척 억셌다·

한창진은 악에 받쳐 그들과 싸워 언젠가부터 그들을 휘어잡게 됐다·

그렇게 차츰 빈민가에서의 생활에 적응되어 갈 때쯤·

―나와 함께 가지 않겠느냐·

〈어둠의 왕〉 백서진·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네·

* * *

―너희들은 어둠이다· 그림자다· 이 나라에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란 것을 기억하라·

백서진의 눈에 든 사람은 한창진 혼자만이 아니었다·

어둠의 중추·

그곳에는 그를 비롯해 각지에서 온 소년 소녀들이 있었다·

그들은 백서진과 어둠에 몸을 담근 플레이어들에게 살수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과 기술을 배웠다·

때로는 지명 수배를 당하고 있던 슬레이어들에게 배우기도 했다·

―마음을 죽여라· 생각을 버려라· 너희는 어둠의 일원이고 그 자체다· 잡히지 않는 어둠은 형체도 냄새도 지니고 있지 않다·

―죽음은 바로 옆에 있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죽음에 무감각해져라·

백서진의 가르침은 무자비했다·

엄하고 혹독했다·

사람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훈련은 이따금 죽음에 이르게 했다·

어제 밥을 먹던 동기가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되는 일도 잦았다·

―너희가 먹는 식사에는 소량의 독이 들어 있다· 그 독에 적응해라· 살수는 독을 다루기만 하지 않고 독에 내성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독의 양은 너희의 상태에 따라 단계별로 늘려 갈 거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살아남기를 바란다·

―검에는 의지가 없듯 살수에게도 의지가 없어야 한다· 너희는 검이다· 이 나라를 위해서 충성하고 바쳐라· 그러나 너희의 존재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라·

백서진의 훈련 아래·

한창진의 마음은 죽어 갔다·

가족들을 잃고 삶의 의미를 잃은 그에게 남은 건 누구에게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울분이요 원망이었다·

그마저도 백서진에 의해 다스려져 그는 백서진이 원하던 국가를 위한 살수로 거듭났다·

이때만 해도 그는 ‘국가’가 ‘어둠’을 뜻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한편 그러던 시기에 그의 마음이 완전히 죽는 일이 일어났다·

―내 뒤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너희 중에 내 뒤를 잇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 앞으로 모이도록 해라·

―다 모였나?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그렇게 너희가 살수로서 어떠한 망설임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라· 살아남은 한 사람이 내 제자가 되어 어둠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깊이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몇 년간 살을 부대끼며 생활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백서진의 〈더 시드〉 선정 시험은 그들에게 남아 있던 정마저 과감히 버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들은 서로에게 검을 겨누고 싸워야 했다·

가장 먼저 망설임을 보인 사람부터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한창진은 다만 살기 위해 무작정 검을 휘둘렀다·

그리하여 그는 최후의 일인이 되어 백서진의 〈더 시드〉가 된 것이다·

―이걸로 너는 완전히 이 어둠의 일부가 되었구나· 축하한다 창진아· 너라면 해낼 줄 알았다·

몇 년에 걸친 세뇌 교육을 받고 자신을 그림자라고 인식하게 되고 제 손으로 동기들을 죽였다는 것에 씻을 수 없는 죄악감을 느낀 그는 완전히 백서진에게 종속되었다·

* * *

노은아를 만난 것은 그때쯤이었다·

중등아카데미에 입학한 한창진은 백서진의 〈더 시드〉란 기대와 함께 어둠에서 자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거칠고 냉랭한 분위기 또한 당하면 그 이상으로 갚아 주는 성격 때문에 주위에 적이 많았다·

그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꾸지 않았다·

―창진아! 내가 싸우지 말랬지!?

―···또 너냐·

그런 그에게·

어째서인지 은아는 관심을 보였다·

노은아는 어두침침한 그와 다르게 눈부시고 명랑한 사람이었다·

조금도 악의를 비치지 않았다·

그녀가 접근하는 의도가 너무나도 순수해서 불편하기만 했다·

그녀의 앞에 서면 괜스레 자신의 추악한 면을 절감하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 그녀를 타락시키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밀어냈다·

―나한테 상관하지 말고 꺼지시지· 나는 여자라고 봐주지····

―난 너한테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때리기라도 할 거야? 창진이 네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

하지만 노은아는 그때마다 해맑게 한창진의 마음을 꼬집었다·

영악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뭐 네가 나한테 그러면 그때는 나도 반격을 가할 거야· 말해 두는데 나랑 싸우는 건 쉽지 않을걸?

―그래 봤자 캐스터에 불과한····

―그리고 내 옆에 연화도 있는데? 나랑 연화랑 동시에 싸울 수 있어?

―····

―은아야 이런 애하고 어울려서 좋을 것도 없어· 지금도 우리한테 적의를 드러내고 있잖아· 저런 애는 무시하고 가자·

자신은 무정한 놈이라 누구에게든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 자부했건만·

한창진은 이상하게 노은아에게는 이길 수 없었다·

자신으로 말미암아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고 가족을 잃고 처음으로 받는 호의에 당혹감을 느꼈다·

―창진아! 우리 문화제 구경 가자! 밤에는 불꽃놀이도 볼 거야! 참고로 불참은 안 돼! 강제 참석이야!

―···그래 알았어·

―응? 지금 뭐라고 했어?

―네가 웬일이니·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노은아에게 휘둘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천천히 마모된 감정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1학년 2학기·

기말 실기 평가에서 그는 완전히 노은아에게 함락당하고 말았다·

―나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시험에 집중하기나 해····

―너 같은 거란 게 뭔데!

섬에서 펼치는 서바이벌·

한창진은 자신에게 원한을 품었던 학생들에게 기습을 당하고 말았다·

그가 몬스터들에게 집중한 사이에 허를 찔린 것이다·

다행히 그는 빠르게 태세를 다듬고 그들에게 배로 갚아 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상처는 어찌하지 못했다·

그때 노은아가 동굴 안에 쓰러진 그를 발견하고 홀로 불침번을 서며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준 것이다·

―너는 늘 그래· 맨날 나 같은 건 나 같은 건이라 말하고···· 너는 왜 맨날 자신을 낮추려고만 하는데?

―····

―또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추거나 그러기만 해 봐· 상처에 확 치약을 뿌려 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이렇게 해 주는 이유가 뭐야·

―친구니까· 친구 사이에는 당연히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친구가 아니었어도····

―····

―다친 사람이 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무시할 수가 있겠어? 나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 아니거든?

친구라니·

한창진에게는 무척 낯선 단어였다·

그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있었던 친구도 자신의 손으로 죽여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자신은 악인이나 다름없었다·

구원받을 가치도 없다·

국가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렇게 자신을 생각해 오던 그에게 노은아가 당연하다는 듯 꺼낸 말은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워·

―응? 지금 뭐라고 했어?

―···고맙다고·

낯간지럽기만 하다·

그때 한창진은 시선을 피하면서 기어들어 가듯 내뱉었다·

노은아는 간신히 들린 소리를 듣고 빵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좀 솔직해지란 말이야·

―···응·

모닥불이 동굴을 밝히는 가운데·

발그스름한 빛으로 물든 노은아의 미소가 그의 마음을 열었다·

만약 은아를 만나지 않았다면·

현재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그녀는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였다·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감사했다·

* * *

사람들에게 청첩장도 전부 돌렸고 이제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침내 노은아와 결혼한다·

한창진은 최근 들어 기분이 좋아 자주 입꼬리가 올라가고는 했다·

선녀 임가을의 명령을 수행하랴 십이좌 업무와 어둠의 관리를 하랴 이따금 은하의 눈에 띄어 시달리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살아도 기운이 샘솟았다·

“그렇게 나랑 결혼하는 게 좋아?”

“은아야·”

“왜?”

“난 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저기···· 창진아?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지 말아 줄래? 그리고 눈빛이 엄청 오글거리거든?”

“은아야 이건 꿈이 아닌 거겠지?”

“얘는···· 내 손에 있는 반지를 봐! 이게 꿈인 것 같아?”

“아 다행이다···· 현실이구나·”

“에휴···· 처음 만났을 때 나한테 죽고 싶냐면서 무섭게 위협해 댔던 네가 이렇게 변하니까 신기하네·”

“은아야 제발 그때는 잊어 줘· 내가 그때는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다시는 너한테 그러지 않을게·”

“이거 결혼 생활이 좀 무서운데? 결혼하면 다 잡은 고기라고 나한테 막 함부로 대하는 거 아니야?”

“노은아·”

“응?”

“내가 너한테 그럴 것 같아?”

“····”

“내가 그럴 놈으로 보여?”

길을 걷던 한창진은 별안간 은아를 벽으로 쿵 몰아붙였다·

벽에 손을 댄 그가 평소답지 않게 으르렁거리듯 그녀에게 말했다·

눈빛이 꼭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입술에 이끌리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이밀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휘둘리지 않았다·

“여기 우리 집 앞이거든?”

“····”

“그러니까 좀 자제해 줄래?”

“미 미안····”

노은아가 척 손을 앞으로 내밀어 가까워지려는 한창진을 막았다·

그녀의 말을 잘 듣는 그였다·

그는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겸연쩍게 웃으며 물러났다·

“그래도 방금 박력 있어서 좋았어· 다음에 제대로 분위기 잡고 해 줘· 얼른 들어가자! 다들 기다리겠다·”

노은아가 빙그르르 몸을 돌아서는 한창진의 품에서 빠져나갔다·

그녀가 장난스레 혀를 내밀었다·

한창진은 감격에 찬 얼굴을 하며 계단을 오르는 그녀를 뒤따랐다·

“마지막까지 잘해야 해· 알았지? 가족들한테 점수 잘 따야지·”

“알고 있어·”

〈심연의 던전〉 공략 이후·

공개적으로 은아에게 프러포즈한 한창진은 지금에 이르게 되기까지 빈번하게 그녀의 가족들과 만나서 식사를 하고는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결혼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와서 결혼이 파투 날 일이야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그녀의 가족에게 점수를 따야 한다·

그녀에게 코디를 받고 꾸민 그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서 은아 가족들을 안심시키는 거야·’

문 너머에는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

한창진은 마음을 다잡았다·

이윽고 노은아가 문을 열었다·

“엄마! 아빠! 저희 왔어요!”

“얘는 다른 사람들도 다 있는 데다 이제 결혼도 할 거면서 엄마 아빠가 뭐니? 어머니 아버지라고 해야지· 창진아 아니 한 서방 잘 왔어·”

“안녕하세요 어머님·”

현관에 발을 들이자·

소리를 듣고 복도 저편에서 나온 노은아의 어머니가 반겼다·

뒤이어 그녀의 아버지가 나왔다·

“창진아 나한테는 인사 안 하냐·”

“···잘 지내셨나요 아버님?”

“아버님?”

“····”

“아직 은아 시집가지도 않았는데 웬 아버님이야 아버님이?”

“···죄송합니다· 저기 음····”

“장난이다· 그냥 편하게 불러라·”

“당신도 참· 한 서방을 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노은아의 아버지가 보낸 눈빛에 한창진은 잠시 움찔했다·

장난이라고 말한 것치고는 어쩐지 장난 같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애꿎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다른 사람들도 그를 반기러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죄다 그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일명 노은아 지킴이들·

“어서 와라·”

“창진 형! 어서 와!”

2m에 달하는 키를 지닌 브루노와 어베니어가 짤막한 인사를 건넸고·

“오 형! 오늘 잘 차려입었는데? 제법 힘 좀 썼나 보네?”

키득거리며 그를 맞이한 진파랑이 늑대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리고·

“어 왔어? 매 형·”

“으 은하야 안녕····”

노은하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강조하듯 매형이라고 부르면서·

한창진은 위화감을 느꼈다·

세상이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면 은하가 자신을 친근하게 매형이라고 부를 리가 없었으니까·

‘···무섭네·’

은아의 아버지에 브루노 진파랑 어베니어 노은하·

집안 남자들이 모두 모였다·

자신을 반가워하는 그들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듯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자신에게 이렇게 살갑게 굴 리 없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강적들이 대거 출현한 상황이라고 주눅 들어서는 안 된다·

이 난관만 극복하면 결혼이다·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한창진은 전장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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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fe Player [Re: Life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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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fe Player
Score 8.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18 Native Language: Korean
[Undead] Noh Eunha. After losing his family and closing off his heart, he just wanted to kill the monsters he loathed. I regressed before my life came to an end in the deepest part of the [Abyss Dungeon] that was impossible for mankind to raid. Since I’ve been reborn as a baby, let’s make this life different. I will do anything for the sake of my happiness. I’ll kill in order to live, and I’ll do my best to survive. Even if I have to walk a th**ny road by myself without anyone acknowledging me. This life, I will defini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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