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Chapter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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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 [LAST STAGE] 마왕과 마녀

《····》

긴 적막이 흘렀다·

한참 뒤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왕이 떨떠름하게 되물었다·

《나를 구한다고? 네가?》

그의 목소리에는 전에 없는 당혹이 가득했다·

《그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

나는 한 번 더 숨을 가다듬었다·

“착각하지 마라 마왕· 네놈은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

“너의 간악한 놀음에 나의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봤다· 영원히 나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너는 반드시 너의 악행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더더욱 알 수 없다는 기색을 비치는 그에게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렷이 다음 말을 토해냈다·

“그러나- 내가 가려는 길에 우연히도 너의 구원이 겹쳐 있다· 내가 내 세계를 구하는 길과 네가 찾는 너의 구원이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

“그러니 구해주겠다는 것이다 마왕·”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움켜쥐어 보였다·

“네가 너의 쓸모를 입증하고 최선을 다해 나를 돕는다면 말이지·”

《···하핫·》

헛웃음을 흘리던 마왕이 턱짓했다·

《어처구니없는 헛소리로군··· 나의 구원이 무엇인지 네가 알기는 하느냐?》

“····”

《그래 어디 한번 설명해 봐라· 네가 가려는 길이 대체 무엇이기에 그 끝에 나의 구원이 있다는 말이지?》

나는 마왕을 지그시 응시했다·

“나는 지금부터 영계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사람을 구할 것이다·”

이어진 말에 여유롭던 마왕의 얼굴에 균열이 번졌다·

“네가 억겁의 시간을 찾아 헤매던 바로 그 사람 말이다·”

《···뭐?》

그가 분노 서린 외침을 토해냈다·

《그럴 리 없다 헛소리하지 마라!》

“····”

《그녀는 인세에도 저승에도 그 사이의 영계에도 그 어디에도 없었어! 내가 뒤져보지 않았을 것 같으냐? 이 세상 모든 하늘과 바다와 땅을 샅샅이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단 말이다!》

나는 마왕이 발작적으로 소리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악몽 속이다· 그녀는 이 저주받은 나라가 수집한 괴수의 오물밭에 봉인 당한 것이 틀림없다!》

“····”

《이 나라 인간들이 그녀를 ‘괴물’이라 정의하고 ‘퇴치’했으니까! 이 나라 인간들은 자신들이 죽인 괴물을 모조리 악몽 속에 보관했으니까!》

“····”

《그래서 나는 일부러 이 나라를 지옥에 빠뜨리고! 이 나라 인간들이 수집한 악몽 속을 억겁의 시간 동안 뒤져온 것이란 말이다! 그녀를 찾아서 구하기 위해····》

마왕의 몸에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무시무시한 사기(邪氣)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왕성 전체를 자신의 새카만 기운으로 뒤덮어내며 마왕이 포효했다·

《그녀를 찾아내서 이번에야말로 그 영혼을 남김없이 타락시키기 위해!》

“····”

《그런데 뭐라고? 나조차 알지 못한 그녀의 행적을 네가 알고 있다고? 헛소리 집어치우-》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그 사람은 틀림없이 ‘괴물’이라 불리며 퇴치당했지만·”

나는 쓰게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뭐····》

“지금 이 세상에서 그 사람이 불리는 이름은····”

당황하는 마왕에게 나는 그 정체를 천천히 내뱉었다·

“···‘여신’이다·”

나는 얼마 전 그 사람에게 찾아가서 직접 들었던····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를 천천히 떠올렸다·

***

천 년 전·

호수 옆의 작은 마을·

이곳에는 인간족이 작은 부락을 이루어 살고 있었다·

인간족은 변변한 나라도 이루지 못하고 갈가리 찢어져 부락과 마을로 나뉘어 생활했다·

다른 강대한 종족국가에게 핍박받고 노예로 부림받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종족들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인간은 사용할 수 없었다·

외신에게 선택받은 종족은 각자 종족의 수호수로부터 마력을 공급받아 급속도로 문명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인간족은 선택받지 못했다·

결국 인간족은 가장 아래에서 다른 종족들의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가장 작고 나약한 종족으로 그렇게 연명해 오고 있었다·

여인은 이 호수 옆의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고 인근 숲에서 나무를 해 오는· 작은 밭과 몇 개의 목초지에서 가축을 치는· 그런 별 볼 일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비록 다른 종족국가에서 걸핏하면 과도한 세금을 요구하고 찾아와 행패를 부리곤 했지만·

여인은 그런 현실에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이미 그렇게 살아오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모든 것이 당연한 광경이었으니까·

인간은 노예로 태어났으니까·

여인은 함께 마을에서 나고 자란 순박하고 착한 남자와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귀여운 아들도 낳았다·

여인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삶에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광증에 걸린 아버지·

마찬가지로 광증으로 고생했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할머니의 광증을 물려받았고···· 항상 이상한 헛소리를 중얼중얼 내뱉는 미치광이로 변해 버렸다·

지금은 호숫가 구석에 지어진 작은 오두막에서 누구도 찾지 않는 채로 홀로 지내고 있었다·

오직 여인만이 주기적으로 아버지를 찾아 식사를 건네고 생활에 불편이 없는지 보살필 뿐이었다·

아버지의 증세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오두막 내부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부호와 술식이 가득 쓰인 양피지가 벽을 메우고 바닥을 채울 정도였다·

이런 아버지의 병세가 걱정되었으나 여인은 기본적으로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으므로· 크게 근심치 않고 매일을 보냈다·

그날도 그러했다·

여인은 식사를 챙겨 아버지가 지내는 오두막을 방문했다· 여인은 활발하게 문을 열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식사하셨어요? 오늘 새로 요리를····”

말하다 말고 여인은 멈춰야 했다·

오두막 중앙·

아버지는 손목에 칼을 그은 채 피웅덩이 속에서 조용히 죽어가고 있었다·

“아버지?!”

당황한 여인이 달려와 아버지의 상처를 지혈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아버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딸을 알아보았는지 꺼져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딸아····”

“아버지 안 돼요! 안···!”

“이런 끔찍한 저주를 물려줘서 미안해····”

툭·

아버지의 고개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여인은 망연자실하게 죽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찾아온 느닷없는 상황에 무엇을 어찌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때였다·

《여기까지인가·》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여인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그림자로 이뤄진 거대한 형체가 허리를 숙인 채 오두막 안의 참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제 어미보다는 근성이 있었는데 그래도 오래 버티지 못했군·》

놀란 여인은 엉금거리며 뒤로 도망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 당신은··· 누구···?”

《아하· 그러고 보니 새로운 희생양에게 인사부터 해야겠군·》

그림자가 팔을 펼치더니 정중하게 예를 차려 보였다·

《이뤄주는 악마 원숭이 손의 주인 뛰어내린 성좌(星座)···· 뭐 별명이야 많지만· 다들 나를 이렇게 부르곤 하더군·》

그림자의 얼굴에서 하얀 입이 균열처럼 벌어지며 길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왕 이라고·》

“마 왕···?”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떨기만 하는 여인에게 마왕은 친절한 목소리로 지껄였다·

《너의 먼 조상이 내게 빌었다· 자신은 반드시 해내고 싶은 일이 있으니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끝없는 시간’을 달라더군·》

“····”

《하여간에 온갖 이유를 대면서 결국 영생을 바라는 멍청이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가볍게 짜증을 낸 마왕은 여인을 향해 검지를 들이밀었다·

《그래서 나는 너의 조상에게 대대손손 이어질 후손에게까지 ‘끝없는 시간’을 주는 건 어떻겠냐고 역으로 제안했고 너의 조상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하여 너의 일족은 끝없는 시간을··· ‘회귀의 저주’를 얻었다·》

“회귀의··· 저주···?”

잘 알아듣지 못할 말 앞에서 여인이 얼떨떨하게 중얼거렸다·

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너는 회귀의 저주를 물려받았다· 너도 네 아들도 그 자식도 계속해서··· 네 조상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영원히 이어가야 한다·》

여전히 여인은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조상은 그리고 아버지는 그 시간이라는 것을 얻어서··· 대체 무엇을 하려 했던 거죠?”

《후후 그게 또 재밌는 부분인데····》

마왕이 익살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말해주면 재미없지· 네 아비가 기록을 남긴 듯하니 잘 찾아보거라·》

“····”

《자 그러면 너는 내게 어떤 비극을 그리고 어떤 타락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되는구나·》

마왕의 거대한 몸이 천천히 사라졌다·

《항상 지켜보고 있겠다· 네가 어떤 파멸로 향해갈지를····》

그림자가 모두 사라진 뒤·

여인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마왕이 있었던 자리를 그리고 쓰러져 죽은 아버지의 시체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여인은 아버지의 오두막에 다시금 들렀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오두막은 알 수 없는 도형과 문자가 마구잡이로 쓰인 양피지로 그득했다·

여인은 조심스레 양피지를 정리하고 책을 쌓았다·

그러던 와중 읽을 수 있는 문자로 쓰인 메모 뭉치를 발견했다·

“아버지가 쓰신 건가···?”

아버지의 광증이 심해지기 전에 쓴 것인지 비교적 온건한 필치로 쓰인 그 메모의 서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인간족이 노예 상태를 벗어나려면>

“····”

여인은 이어지는 문장을 손으로 더듬었다·

어릴 적에 아버지에게 글을 배우기는 했으나 이후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문맹이나 다름없는 상태였고· 한 문장씩 읽어내는 자체가 고역이었다·

“인간족이 노예 상태를 벗어나려면··· 우리에게도 마법의 불빛이 필요하다····”

다음 문장을 이어 읽으려는 순간·

으앙-

멀리서 어린 남자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여인의 아들이었다·

화들짝 놀란 여인은 메모를 덮어두고 아들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달려 돌아갔다·

그녀에게는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메모보다 자신의 어린 아들이 그리고 하루 일하고 하루 먹고 사는 자신의 삶이 더 중요했다·

····

시간이 흘렀다·

여인은 몇 번이고 아버지의 연구를 되짚어 보려 했으나 매번 실패했다· 그녀는 지식이 일천했고 선대가 이어 온 연구에 대한 사명감 같은 것도 없었기에·

아버지의 오두막에 방문하는 횟수가 점차 줄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반년에 한 번····

삶은 각박했고 아이는 금세 자랐고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어느새 여인은 아버지의 오두막을 잊었다· 회귀의 저주를 잊었다· 마왕의 존재를 잊었다·

그날의 일을 젊었던 어린 시절의 흐릿한 기억 속에 봉하고 잊어버렸다·

····

수십 년 뒤·

따스한 침대에 누운 여인은 자신을 둘러싼 손자와 손녀 증손자와 증손녀들 사이에서 평화롭게 미소했다·

“할미가 갈 때가 되었다고 다들 와준 거구나····”

나쁘지 않은 일생이었다·

평범했지만 평화로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열심히 삶을 일궜다·

자식을 몇이나 더 보았고 그 자식들이 또 자식을 낳고····

일족은 번성했다·

그리고 그녀가 열심히 살아왔음을 방증하듯이 그녀의 임종을 맞아 후손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여인은 뿌듯한 마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배웅하러 방문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히죽·

새하얀 입을 벌려 웃고 있는·

그림자 같은 형체를 뒤늦게 발견했다·

“···!”

여인의 얼굴이 단숨에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그 그림자를 가리켰다·

“다 당신은··· 당신은···!”

자리의 모두가 놀라서 그쪽을 보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사악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려 그림자를 펼치는 거대한 악의 존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어머니? 거기엔 아무것도····”

아들이 웃으며 말하는 동안 여인은 숨을 쉬지 못했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마왕이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붙이고서 뱀처럼 속삭였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인생은 즐거웠나?》

“···!”

《그럼 돌아갈 시간이다·》

눈을 부릅뜨는 것과 동시에 여인은 마지막 숨을 들이켰고····

***

찰칵· 찰칵· 찰칵·

회색 마력이 회전하며 무언가의 기계장치가 뒤로 맞물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

“-허억!”

눈을 부릅뜬 여인이 거칠게 숨을 토해냈다·

“허억 허억 허억?!”

그녀는 식은땀을 쏟으며 가까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이 둘러싼 침대 위에 누워 있었는데·

지금 이곳은··· 아버지가 손목을 긋고 자살한 그 오두막이었다·

“어 어떻게···?”

믿을 수가 없어서 여인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주름살 하나 없이 깨끗한 자신의 젊은 손을 확인하고·

뒤이어 피웅덩이 속에서 죽은 아버지의 시체를 살피는데·

《너희 일족의 저주 발현 방식은 모두 다른데··· 과연 너는 이런 식인가· 사망하면 ‘이때’로 회귀하는 거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자 거대한 그림자- 마왕이 숨죽여 웃고 있었다·

《말했지 않나· 이것은 저주다·》

“····”

《너는 네가 바라는 대로 죽을 권리조차 없다·》

덜덜 떨리는 여인의 눈을 들여다보며 마왕은 환희에 가득 차 광소했다·

《자 이 ‘끝없는 시간’ 동안 네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절망과 좌절의 비극으로 네 끝없는 인생을 써내려 갈지 어디 한번 보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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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Score 9.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Tower Defense & Dungeon Attack RPG] I saw the ending to the game no one was able to clea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was inside of the game. In fact, I was in the tutorial stage, a place where strategy was impossible. “I’ll clear this bullsh*t game no matter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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