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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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해방 (3)

검푸른 물웅덩이 속에서 멍하니 눈만 뜨고 있는 에쉘·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하기라도 한 듯 눈동자엔 아무런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스윽

그런 그의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구원의 손길·

손은 에쉘의 몸을 붙잡아 밖으로 건져내었다·

“푸확!”

심연의 나락 속에서 빠져나온 에쉘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숨을 쉬었다·

“이렇게 비참한 광경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그 모습을 본 아나스타샤는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어 댔다·

그 소리에 에쉘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로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얼굴이었다·

이에 본능적으로 의심이 차올랐지만 아나스타샤는 싱긋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반가워요· 이 시대의 구원자····”

에쉘은 손을 잡는 대신 그녀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던 것도 잠시

곧 그녀의 허리춤에 꽂힌 익숙한 장검을 보고선 눈을 부릅떴다·

“듀 듀란다르크? 그게 왜 당신한테?”

“왜 저한테 있긴요? 제가 주인이니까 저한테 있는 거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그 성검의 주인은 납니다! 내가 바로 이 세상의 유일한 구원···!”

-턱!

순식간에 목이 붙잡힌 에쉘은 말을 잇지 못했다·

“확실히 자격을 잃었다곤 하지만 구원자로서의 정신은 인정해 줄만 하네요·”

“그 그대는 누구십니까?”

에쉘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예의를 갖추며 물었다·

“당신과 똑같은 성검의 주인이자 구원자랍니다·”

“구 구원자?”

“왜요? 이 세상의 구원자는 당신 하나뿐이라고 생각하셨나요? 뭐 얼마 전까진 그랬죠·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아나스타샤는 보란 듯이 성검을 뽑아 그의 앞에 검신을 내보였다·

“자! 그만 정신 차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되짚어 볼까요?”

“해야 할 일 말입니까?”

“네! 일단 당신이 왜 이런 나락 속으로 추락했는지부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아직은 모든 것이 얼떨떨하기만 상황·

허나 자신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원흉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분명히 답할 수 있었다·

“시안 베르트···!”

아나스타샤는 입꼬리를 올리며 더 큰 미소를 지었다·

“마검의 주인이자 검은 안개의 계승자인 그 녀석이 이 세상을 그리고 나를 망쳐놨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 존재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똑같이 망쳐놔야 합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단호한 대답·

시안을 향한 복수심에 감정이 불타오른 에쉘은 눈초리를 바짝 세웠다·

“아니 내가 당한 것보다 수십 수백 배 이상의 고통으로 되갚아줘야 합니다! 그리고 다신 빠져나올 수 없도록 더 깊은 심연의 나락 속으로 녀석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그러고 싶으면 내 손을 잡으세요·”

아나스타샤는 다시 한번 손을 내밀며 잡을 것을 권했다·

“내 손을 잡으면 당신이 원하는 그 일 이뤄드릴 수 있어요· 당신의 부족했기에 차마 닿지 못했던 그 소망까지도 내가 다 이뤄줄게요 에쉘·”

“내 소망을 말입니까?”

바로 손을 잡으려던 에쉘은 잡기 직전 살짝 머뭇거렸다·

“왜 나를 도와주겠다는 겁니까?”

“말했잖아요· 난 구원자라고· 절망에 빠진 인간을 다시 빛의 길로 인도할 진정한 구원자· 구원자는 사람을 가리지 않아요· 모두에게 똑같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죠· 그게 설사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당신이라 해도····”

에쉘에겐 관념이 하나 존재했다·

자신은 절대 구원이라고 하는 마음의 평온을 누릴 수 없을 거라고·

당연했다·

자신은 이 세상의 유일한 구원자·

구원자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구원을 받다니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이제는 아니었다·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던 자신에게 예고도 없이 나타난 금빛 손길·

지금 저 손을 잡는다면 분명

자신은 구원받을 수 있을 것임을 에쉘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신의 구원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에쉘은 마침내 아나스타샤의 손을 붙잡았다·

맞닿은 두 손에선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금빛이 일었다·

금빛은 순식간에 에쉘의 몸을 감싸 안았으며 빛의 은총을 받아들인 그의 몸은 점차 빛과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그 하나가 된 빛은 전부 아나스타샤에게 흡수되었다·

그나마 잔재해 있던 성검까지 모두 받아들이면서 아나스타샤의 성력은 한층 더 강화되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네요·”

그런 아나스타샤의 뒤론

“오빠는 성검의 주인 동생은 마검의 주인· 중간에서 참 고민이 많았겠어요·”

“····”

“안 그래요 엘리스?”

이 아공간의 주인인 엘리스가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아나스타샤의 부름에 간신히 고개만 들었다·

“대 대체 당신은?”

“이 구원이란 일도 참 할 짓이 못돼요· 한쪽을 구원하면 한쪽은 나락으로 추락하게 되니 결국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는 일이죠·”

아나스타샤는 쓰러진 엘리스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래서 전 항상 손해를 덜 보는 쪽으로 일을 해결해왔어요· 3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럴 생각이죠· 전 모두에게 똑같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줄 겁니다·”

엘리스는 몸을 움직여 어떻게든 저항하고 싶었다·

허나 신과 비견될 정도의 압도적인 성력 앞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시안 베르트 측에 전해주세요·”

아나스타샤는 그런 엘리스를 보며 조곤히 속삭였다·

“대화를 원한다고····”

* * *

우시프 제국 북서부 도시 쥬른·

이곳은 제국에서 프루이나와 가장 가까운 경계지였으며 서부 경계인 벨리아스와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중요도만큼은 벨리아스보다 떨어지기에 평소에도 황실 일가가 잘 방문하지 않는 것이었지만

“이쪽입니다 황녀님!”

오늘만큼은 달랐다·

쥬른 거리에는 황실 소속의 기사들이 잔뜩 모여 있었으며 그 중심엔 황성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아린 황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급하게 와도 일주일은 걸릴 거리를 무려 3일 만에 달려온 그녀·

그만큼 아린에겐 매우 급한 일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한 장소·

주거지 뒤편에 위치한 어느 동굴 앞이었다·

“여기서부턴 둘이 들어갈게요·”

아린은 호위 기사들을 밖에 대기시킨 채 레시무스와 둘이서만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는 두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만큼 작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졌다·

중간쯤에서 익숙한 남성이 그녀들을 맞이해주었다·

“오셨습니까 황녀님?”

시안의 종자이자 기사 브라이언이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브라이언의 얼굴은 평소보다 훨씬 더 심각할 정도로 어두웠다·

그러면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듯했다·

이내 어느 모퉁이 앞에 이르자 브라이언은 아린을 돌아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그 말에 아린은 주먹과 입술을 굳게 다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브라이언은 살며시 옆으로 물러나 길을 내주었다·

아린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발을 내디뎠으며 모퉁이를 지나 넓은 광장에 이르렀다·

“···?”

허나 그 굳은 마음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마주하고선 바로 깨져버렸다·

온몸 전체가 미칠 듯이 떨렸으며 심장이 격하게 요동치는 기분·

이미 사전에 보고를 받아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었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이게··· 시안이라고?”

“틀림없는 시안 님입니다·”

대답은 바로 옆에 있던 미아가 대신해주었다·

광장에 있는 이들은 전부 아린과 연이 있는 사람들이었으며 전부 시안의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달려온 이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하나같이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파파···!”

“청승맞게 울지 마! 누가 보면 우리 도련님이 돌아가신 줄 알잖아!”

나나는 시안이 갇힌 투명한 얼음체를 감싸 안으며 서글피 울고 있었다·

그런 나나를 에밀리가 다그쳤지만 눈엔 똑같이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뒤엔 마음이 복잡한 듯 이마를 부여잡고 있는 세트가

얼음 바로 앞엔 죄인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하스티아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린은 서서히 걸음을 옮겨 의식을 잃은 시안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듯 힘겹게 손을 내밀어봤지만

“····”

차디찬 얼음이 둘의 접촉을 방해했다·

“시안 너란 인간은 대체!”

-쾅!

아린은 분한 마음에 얼음을 강하게 내려쳤다·

“그렇게 친다고 선배가 깨진 않아요·”

익숙한 목소리에 아린은 바로 시선을 돌렸다·

시안이 갇힌 얼음체 바로 뒤로 앞에선 보이지 않던 루나브가 등을 기대며 앉아있었다·

루나브는 읽고 있던 마서를 닫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 사람은 전부 온 것 같으니 이제 시작해보도록 하죠·”

“뭘?”

“선배 되살리는 일이요·”

루나브는 당연한 일 아니냐며 눈을 치켜세웠다·

‘시안 님은 지금 기억의 공간 속에 갇혀 계세요·’

그녀를 따라 고개를 든 하스티아가 감응을 통해 그동안 시안에게 있었던 일들은 모두에게 설명해주었다·

감응을 들을 수 없는 이들에겐 루나브가 다시 정리해서 말해주었다·

“그 그러니까· 우리 도련님을 되살리려면 도련님을 구하고자 하는 강한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거죠?”

루나브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무슨 말인진 알겠어요! 그럼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건데요?”

“모두가 저 얼음에 손을 대고 선배를 향한 생각을 쭉 이어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뭐에요 그 애매한 대답은?!”

확실하지 않은 방안에 에밀리는 펄쩍 뛰며 반발했다·

“확실히 후배님이 생각한 방안치곤 너무 불확실한데? 정말 그걸로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역으로 물어볼게요· 선배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그 질문엔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도 모르죠? 그럴 수밖에 없을 거예요· 다들 이런 상황은 처음 겪을 테니까·”

그 말대로였다·

어느 누가 이런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까?

당연히 대처 방안을 알 리 만무했다·

“그러니 우린 지금부터 모든 걸 해봐야 해요· 가능성이 있든 없든 확실하든 불확실하든 상관없이 해야 하는 전부를 해야 한다고요·”

그 말에 광장에 있던 모두의 눈빛이 바짝 세워졌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

당연하면서도 시안을 반드시 살리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가 돋보이는 말이었다

“결국 진심을 전하는 게 중요한 거겠지?”

이에 아린이 나서며 말했다·

“여기 있는 우리는 전부 시안으로부터 은혜를 입고 구원을 받은 사람들이야· 난 시안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모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대단한 힘이나 능력이 있어야지만 시안을 구할 수 있는 걸까? 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중요한 건 우리의 진심이야· 시안을 살리고 싶다는 진심을 각자의 생각에 맞춰 전한다면 시안은 틀림없이 깨어날 수 있을 거야·”

“파파를 향한 진심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나나는 당차게 소리치며 시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 도련님이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어요! 당신들이 아무리 나서봤자 나한텐 못 비벼요!”

에밀리 역시 시안과 함께 한 시간을 앞세우며 마음을 표했다·

다른 이들 역시 시안과 있었던 추억을 상기하며 시안을 향한 진심을 이끌어냈다·

“진심을 말씀하시기에 한 말씀 드리려 합니다만····”

이때 갑자기 브라이언이 나서며 진지하게 말했다·

“여러분들을 향한 도련님의 진심도 아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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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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