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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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비밀 속으로 (6)

아나스타샤 스펜시아·

처음 딱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느낌이 왔다·

언뜻 들어도 귀족가를 연상케 하는 고급진 이름·

거기에 잘 차려입은 제복 위에 달린 여러 인장과 훈장 등은 그녀가 이 대륙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려주었다·

어느 명망 있는 귀족 가문의 자제이자 나라의 총애를 받는 위인·

거기에 마녀의 피를 통해 이어받은 현혹의 힘까지·

뭐 이 정도면 성검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필수적인 조건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더불어 그 잘난 빛의 신이 왜 본인의 계승자로 그 되바라진 악마를 선택했는지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당신 인간이 아닌 건가요?”

“인간이다·”

“근데 왜 내 현혹의 힘이 통하지 않는 거죠? 아니 애초에 현혹의 힘이란 건 어떻게 안 거예요?”

미소의 가면을 벗어던진 그녀가 악에 받친 얼굴로 내게 해답을 요구했다·

나는 그녀의 물음을 무시한 채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어딜 보나요?”

그러자 아나스타샤는 번개와 같은 속도로 내 목에 성검을 겨눴다·

“당신이 인간이라면 내 말을 절대로 거스를 순 없어요! 그런 인간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어야 한단 말이에요! 난 이 세상의 질서를 이끌 유일한···!”

“구원자라고?”

그녀의 입술이 순간 허공에서 멈췄다·

“적어도 나한텐 아닌데?”

“···!”

코앞의 거리에서 검을 겨눴던 성검의 주인은 어느새 다섯 보 밖의 거리로 달아나 나를 향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순간적으로 팔목을 꺾어 성검을 떨어트리려 했던 내 의도를 그녀가 인지하고 달아난 것이다·

다크 엘프 못지않은 반응속도로군·

일단은 몸을 돌려 불안정한 상태의 케이람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케이람은 내가 팔을 부축하자마자 바로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우선 전신에 박힌 광창(光槍)부터 하나하나 없애주었다·

“쿨럭!”

허나 그녀의 몸은 이미 전투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입에선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신경 쓰지 마! 나 이 정도론 안 쓰러져!”

뭐 물론 정신이야 멀쩡하겠지·

하지만 이 상태로 전투를 지속해봐야 그녀에게 치욕적인 상황만 되풀이될 뿐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객기부리지 마십시오· 이미 검 휘두를 힘조차 안 남지 않았습니까? 그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겨우 이 몸뚱이 하나 간수하자고 꽁무니 빠지게 도망이라도 칠까?”

그건 나도 원하는 일이 아니다·

싸울 수 없는 상태라 하여 등을 보이고 도망칠 바엔 차라리 그 자리에서 자결하는 게 낫지·

나는 말없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행위를 이해하지 못한 케이람은 잠시 멍을 때렸다·

“뭐 하자는 거야?”

“마검을 제게 주십쇼·”

“뭐?”

“검은 주인을 만났을 때 그 힘이 제대로 발현되는 법입니다· 전 주인과 함께하시면서 이미 여러 번 경험하시지 않았습니까?”

“이 건방진 놈 봐라? 너 따위가 감히 날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못 다루면 뭐 영혼 먹히는 일밖에 더하겠습니까?”

케이람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헛웃음을 남발했다·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이런 근본도 모르는 놈한테 내 전부를 맡길 날도 오고·”

케이람은 검을 잡은 오른손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라!”

그렇게 그녀와 내 손바닥 사이로 마검의 검자루가 얹힌 순간

-쐐액!

우리의 눈앞으로 성검의 검기가 날아들었다·

바로 검을 고쳐잡고선 반격을 날리니

-서걱

검기는 두 쪽으로 갈라져 양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칫!”

기습에 실패한 아나스타샤는 얼굴을 구겼다·

-스르륵

이내 부축하고 있던 그녀의 몸 아니 전 주인 디오의 몸이 갑자기 축 늘어지더니

-털썩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류가 매우 급해지며 전신에서 열이 솟구쳤다·

이 기분 익숙하다·

딱 마검의 영령이 내 안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바로 그 기분·

죽을 만큼 끝내주는 기분이지·

[후····]

여러 감정이 뒤섞인 그녀의 한숨이 머릿속에 가득 울려 퍼졌다·

[기분 어떠냐?]

“나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가야 할 사실이 있다·

이곳은 현실이 아닌 아르보르(Arbor)라는 나무에 봉인되어 있던 기억의 조각이다·

즉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하든 간에 현실에서 변할 건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지랄 맞은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않은가?

나는 검은 안개에 휩싸인 마검의 칼날을 성검의 주인을 향해 겨누며 나직이 읊조렸다·

“암무 9식: 마검 발현····”

* * *

깊어지는 프루이나의 밤·

극지방의 매서운 칼바람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늦는군·”

화이트 엘프의 장로 타타리스는 시안 일행이 떠난 마을 북쪽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늦는 그들·

혹여 다크 엘프들에게 습격이라도 당한 건 아닐까?

경비 엘프들을 동원해 수색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막 피어오르려는 순간

-피이잉!

대뜸 그가 보고 있던 방향에서 거대한 금빛이 발했다·

“가 갑자기 웬 빛이?”

방향 상 시안 일행이 향한 지점과 매우 가까웠다·

작게 싹을 틔웠던 불안은 순식간에 자라나 타타리스의 몸을 떨게 하였다·

“장로님! 다크 엘프가 나타났습니다!”

불안은 곧 다른 쪽에서 현실이 되었다·

아닌 밤중에 벌어진 다크 엘프의 출현·

황급히 무장을 마친 경비 엘프들은 바로 다크 엘프들이 출몰한 위치로 달려갔다·

나타난 다크 엘프의 수는 셋·

그래도 낮보단 적은 숫자였다·

“순수한 얼음의 장막이 위협을 막아주리라!”

일단 평소와 마찬가지로 얼음벽을 생성해 다크 엘프의 진로부터 막아섰다·

“···?”

한데 뭔가 이상했다·

다크 엘프들은 벽을 뚫기 위해 사정없이 내려치던 이전의 모습과 달리 가만히 서서 벽 너머의 화이트 엘프들을 응시하기만 했다·

서 있는 자세도 조금 달랐다·

죽었다가 살아난 시체처럼 비틀거리는 것이 아닌 꼿꼿하고 절제된 자세였다·

이는 마치 올곧은 기사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낯선 모습에 엘프들은 크게 불안해했다·

“당황하지 마! 지금이 기회야! 바로 얼려버리자고!”

엘프들은 바로 빙결 마법 시전을 위한 주문을 읊었다·

“빙결의 대지(Frozen Land)!”

마법을 통해 생성된 혹한의 냉기가 지면을 타고 다크 엘프의 발밑으로 전해지려는 찰나

-휙

제자리에 서 있던 다크 엘프들이 갑자기 하늘 위로 비상했다·

“···!”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화이트 엘프들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들이 아무런 대처도 못 하는 사이 다크 엘프들은 순식간에 벽을 뛰어넘었으며

땅에 착지하자마자 순간 기다림 없이 앞으로 돌진하였다·

“노 놈들을 막아야 해!”

뒤늦게 대응하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그 기괴한 광경에 겁에 질린 일부 엘프들은 등을 보이고 도망쳐버렸다·

-파지직!

최악의 위기로 번질 수 있던 상황에 돌연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쳤다·

벼락은 몰려오는 다크 엘프들을 그대로 덮쳐 버렸고 피하지 못한 그들은 전부 행동 불능이 되어 쓰러져버렸다·

-치이익

까맣게 그을린 몸에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누가 벼락을 내린 거지?”

“이거 설마?”

-저벅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하던 엘프들의 눈은 곧 낯선 발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아갔다·

고귀한 신기를 뿜으며 거센 눈바람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장신의 여인·

그녀를 마주한 화이트 엘프들의 표정은 이내 환희로 물들여졌다·

“마 마리안 님! 마리안 님이시다!”

프루이나의 수호 드래곤 마리안·

혼란스러운 대륙의 정세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

허나 귀환한 마리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녀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타버린 다크 엘프의 사체를 딱딱하게 굳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형체들이?”

충격을 금치 못한 나머지 눈동자마저 크게 요동쳤다·

“돌아오셨군요 마리안님!”

장로 타타리스가 달려와 급히 인사를 올렸지만 마리안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없던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그 그것이····”

“잠깐!”

마리안은 돌연 전말을 설명하려는 타타리스 입을 막고선 다른 한쪽으로 손을 뻗었다·

-콰앙!

그러자 그곳의 지면 아래에서 네 개의 얼음 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얼음 기둥 안엔 놀란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은 또 한 명의 화이트 엘프가 자리하고 있었다·

“엘퓨리스?”

바로 장로의 아들 엘퓨리스였다·

“왜 네가 여기 있는 것이냐?”

같이 동행했던 두 명의 인간은 보이지 않았다·

“그 그게 그러니까····”

엘퓨리스는 입만 어버버할 뿐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피이잉!

그때 마을 북쪽 얼음 계곡에서 또 한 번 아까와 같은 거대한 금빛이 발했다·

-콰콰쾅!

정체를 알 수 없는 굉음은 덤·

타타리스는 다시 엘퓨리스를 보며 물었다·

“같이 갔던 인간들은 어떻게 된 것이냐?”

“인간?”

그러자 마리안이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 프루이나에 지금 인간이 있단 말이냐?”

“아 그 그렇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됐다!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하겠다!”

설명이 아닌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는지 마리안은 바로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마리안이 향한 방향은 단연 빛이 일어난 지점·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것은 필시 성검의 기운이었다·

허나 그 빛엔 성검의 기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날이 어두워 다른 엘프들은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능한 드래곤의 눈은 놓치지 않고 분명하게 보았다·

구원의 빛과도 같은 거대한 광채 주위를 낯선 검은 안개가 감싸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 또한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것은 필시 마검의 기운이었다·

“그 둘이 대체 왜 이곳에····”

이내 목표로 했던 위치가 가까워지면서 더욱 속도를 내려는 순간

‘마리안·’

그녀의 머릿속에서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쿠아니스 님?”

바로 푸른 물의 여신 아쿠아니스였다·

‘잠시 전할 말이 있으니 지금 당장 내 아공간으로 넘어오세요·’

“지 지금 말입니까?”

당황한 마리안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뚝 멈췄다·

“조금 시간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지금 프루이나에 성검의 주인과 마검의 주인이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제가 확인을····”

‘확인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넘어오세요·’

한결같은 여신의 대답·

하지만 그 대답으로 마리안은 알 수 있었다·

지금 프루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여신이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마리안·’

“알겠습니다!”

마리안은 그 즉시 게이트를 생성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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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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