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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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원하지 않는 도움 (3)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시안의 눈초리는 마치 잘 벼린 칼날을 보는 것처럼 굉장히 날카로웠다·

자신에게만큼은 한없이 여린 눈을 보여줬던 막내가 저렇게 날이 선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니·

엘리스로선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하자고 했어· 더는 힘쓰지 않아도 돼· 네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 함께 당당히 살아갈 수 있어· 그 누구도 너를 비난하지 않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허나 그녀는 굴하지 않았고 당당하게 뜻을 밝혔다·

엘리스는 진심으로 시안이 여기서 멈춰줬으면 했다·

더는 손에 피를 묻히는 일 없이 이제 그만 사람답게 살아주길 원했다·

하지만

“제가 이후에 뭘 할 줄 알고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시안은 이미 눈빛으로 그럴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뭘 하든 또 모두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너를 희생시키는 일이겠지· 그걸 아는 내가 널 어떻게 보낼 수 있겠니?”

정곡을 찔린 듯 시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만 창문 쪽으로 회피할 뿐·

엘리스는 더 말을 잇지 않고 시안이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그만두고 싶단 생각을 안 한 건 아닙니다· 부질없단 생각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

시안은 그동안 느꼈던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못했겠지· 네 맘 이해해· 널 대신해줄 사람이 없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이젠 아니야· 지금 네 곁엔 내가····”

“그렇다고 저 대신 누님이 희생하는 꼴을 더 보기 싫습니다· 전 누누이 말씀드렸습니다· 가문이고 뭐고 상관없이 누님만의 인생을 살길 바란다고요· 그것이 제가 누님께 두 번째 삶을 드린 이유입니다·”

어째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겨우 한 번 목숨을 구원해준 것 가지고 왜 죄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나서는 걸까?

시안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은 이기적이며 철저한 자기 위주의 동물이거늘

자신의 주변인들도 이제는 좀 제발 그 본능을 깨닫고 본인들만의 삶을 살아주기를·

시안은 정말 간절히 원했다·

“형님의 신변은 잠시 누님에게 맡기겠습니다· 제가 다시 누님을 찾아올 때 순순히 내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누님께서 저를 정말로 생각하신다면 꼭 그리 해주셔야 할 겁니다·”

이것은 부탁이라는 이름의 선포·

그 누가 와서 말린다고 한들 시안은 에쉘이란 이름의 악마를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시안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고 서서히 문을 향해 다가갔다·

“대체 언제까지 너를 희생할 생각이니?”

엘리스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시안에게 호소하듯 물었다·

“전 희생이라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이에 문고리를 잡은 시안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시안은 그렇게 방을 떠났고 엘리스는 그런 시안을 잡지 못해 나간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말을 안 듣는 동생이구나·’

짧은 정적의 시간이 흐른 후 그녀의 머릿속으로 마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씁쓸한 기분이네요· 딱히 예상 못 한 일도 아니었지만····”

엘리스는 애써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추슬렀다·

‘그래서· 이제 어쩔 생각이니? 알겠지만 난 이제 프루이나로 돌아가야 한다· 더는 너와 함께 있어 줄 수 없어·’

“네· 저도 더는 마리안님께 신세를 질 순 없죠· 지금까지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

“····”

‘부탁할 거 있으면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하렴·’

“드 들켰나요?”

엘리스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얼굴을 긁적였다·

‘너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거라도 빨리 해결해주고 떠나야 마음이 놓일 나를 위해서다·’

잠시 주저하는가 싶던 엘리스는 이내 결심이 선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 아쿠아니스님을 만나 뵙게 해주세요·”

‘····’

이에 마리안은 순간적으로 감응을 멈추었다·

엘리스 본인도 엄청난 발언을 했다는 걸 아는지 식은땀 한 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신과 대면을 하겠다고?’

마리안은 날 선 목소리로 되물었다·

* * *

푸른빛의 새벽 하늘·

하스티아는 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미 약속 장소로 나와 아름다운 새벽의 장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안은 딱 정각 즈음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어요?’

하스티아는 환한 미소로 그를 맞이해주었다·

허나 곧 시안의 좋지 않은 안색을 보고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얼굴빛이 안 좋아 보여요·’

시안은 대답 대신 하스티아의 전신을 빤히 훑어보았다·

그러다 대뜸 입고 있던 망토를 벗더니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시안님 이건?’

“그 상태로 가면 추워·”

하스티아의 빈약한 옷차림에 추울까 봐 덮어준 배려였다·

잠시 멍한 반응을 보이던 하스티아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저 화이트 엘프인 거 잊으셨어요? 다른 건 몰라도 추위 견디는 건 시안님보다 자신 있어요! 이렇게 배려 안 해주셔도 돼요!’

“그래? 그럼 다시 돌려줘·”

이에 시안이 도로 걷어 가려 하자 하스티아는 잽싸게 낚아챘다·

‘싫어요! 한 번 준 걸 다시 뺏는 게 어딨어요?’

그러더니 대뜸 망토에 얼굴을 비비며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냈다·

시안은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찌저찌 시작된 프루이나로의 여정·

시안은 떠나기 전 저 멀리 보이는 베르트 공작가의 저택을 힐끔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은 바라지도 않았다·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누군가가 말리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전에도 그래 왔듯 앞으로도 똑같이·

혼자 해결하고 혼자 감당하는 것이 본인이 원하는 일임을

시안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련님이 여기 왔다가 그냥 가버리셨다고요?”

브라이언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에밀리는 망설일 것 없이 바로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브라이언 당신 미쳤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제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말 아무 얘기도 안 하면 어쩌자는 거예요?”

“아린 황녀님께서 저희에게 부탁하신 일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도련님도 자기가 떠나기 전까진 아무 말도 하지 말아달라 부탁하셨습니다·”

애먼 멱살을 잡고 늘어져 봐야 바뀌는 것도 없을 터·

에밀리는 급기야 허탈함 가득한 얼굴로 마지못해 물었다·

“그럼 어딜 가신다는 것 정도는····”

브라이언은 이번에도 말하지 않고 고개를 젓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항상 그래 오지 않았던가?

시안은 한 번도 어딜 갔다 오겠다며 주변인들에게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아마 프루이나로 갔을 거예요·”

무거운 분위기가 지속되려는 찰나 방에 함께 자리하고 있던 루나브가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하스티아를 대동한 거라면 갈 곳은 하나밖에 없어요· 그녀의 고향이자 화이트 엘프의 영지인 프루이나로 간 거예요·”

“뭐 때문에요?”

“그거야 당사자가 얘길 안 한 마당에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죠· 다만 말을 하지 않고 떠났다는 건 다시 말해 우리의 도움을 전혀 받고 싶지 않다는 걸 의미하겠죠·”

“어째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다들 혼자 해결하려고 난리인지 모르겠네”

세트는 앉은 자세로 허리를 뒤로 빼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린과 시안의 고지식한 행보에 여러모로 질린 듯한 반응이었다·

-스윽

어쩔줄 몰라 모두가 턱을 괴며 고민하는 사이 루나브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어디가 후배님?”

“가람 왕국이요·”

“보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아니요· 제가 직접 지원 요청하려고 가는 건데요?”

방에 있던 모두는 일제히 눈을 두 번 깜빡였다·

“다들 제멋대로 행동하는 마당에 저라고 제멋대로 하지 말란 법 있나요?”

루나브는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각자 하고 싶은 일 있으면 고민하지 말고 하세요·”

“하 하지만····”

“뭘 하든 아무것도 안 하고 머리만 꽁꽁 싸매고 있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루나브는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갔다·

“역시 우리 후배님 생각은 못 따라간다니까?”

세트 역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다·

얼떨결에 남겨진 에밀리와 브라이언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시선을 방황했지만

“····”

곧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뭔지를 깨달은 듯 어두웠던 눈빛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 * *

-후우웅

맑은 소리와 함께 구름 위에서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는 광채·

광채는 곧 그 이름도 찬란한 성검의 형태로 변모되면서 그 기품있는 자태를 뽐내었으며 그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이 성검 듀란다르크의 창조자 빛의 신 루멘델이었다·

창조자가 앞에 있음을 인지한 듯 검에선 또다시 빛이 일었다·

머지않아 실체화한 듀란다르크의 영령이 나타나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면목 없습니다· 루멘델님····”

사죄를 구하는 그녀의 머리를 루멘델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몸이 많이 젖었구나·”

그녀는 어디 물에 빠지기라도 한 듯 전신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친히 저를 다시 소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멘델님이 주신 기회를 두 번이나 저버린 그 거짓의 구원자는 제가 나락으로 추방했습니다·”

“그가 무슨 잘못이 있었겠느냐? 그저 분수에 넘치는 힘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무너졌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를 구원해준단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을 좀 해보았다· 내게 어찌하여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이 세상은 분명 나를 추종하는 질서가 올바르게 세워져야 할 터인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돌연변이야 어딜 가든 있기 마련·

허나 이제는 그 돌연변이가 나타내는 힘이 루멘델이생각했던 범주를 점점 벗어나고 있었다·

“난 아직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알고 있지· 그게 무엇인지 아느냐?”

“말해주십시오· 무엇입니까?”

“간단하다· 그냥 싹 다 되돌리는 거지·”

“되돌리는 것 말입니까?”

“듀란다르크 너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너를 가장 잘 다뤄주었던 주인의 품으로 내가 돌려보내 줄 것이니·”

“루멘델님! 그 말씀은···!”

루멘델의 뜻을 헤아린 듀란다르크의 얼굴엔 곧 환희와 감격으로 물들여졌다·

“하지만 그는 현재 프루이나의 만년설 아래에 봉인된 상태이지 않습니까? 루멘델님께서 직접 봉인을 푸시기에도····”

“누가 그러더냐? 내가 봉인을 푼다고?”

“그러신다면?”

“이날을 위해 여태껏 내 보호를 받은 열쇠로 하여금 그 봉인을 풀게 할 것이다·”

루멘델의 입가엔 어느샌가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인간이 나약한 이유는 바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무너지면 본래 가지고 있던 힘의 그릇 또한 균열이 생겨서 끝내 깨지기 마련이지· 난 그 돌연변이의 감정을 철저하게 망가트릴 것이다· 그놈이 인간이기를 자청한 이상 이건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절망적인 고통이 될 것이다·”

아무리 강인한 정신을 가진 인간이라 해도 소용없다·

이것은 인간이라면 반드시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맹독과도 같기에

그 맹독의 칼날을 준비하는 두 얼굴엔 즐거운 웃음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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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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