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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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인과응보 (1)

“상황이 종료된 것 같습니다 나겔님· 마왕의 마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동족들에게 결계 해제하고 즉시 아렘에서 철수하라고 전해라·”

“예!”

나겔의 지시에 따라 곧 아렘 전역에 퍼져있던 제한 결계가 해제되면서 외곽으로 대피했던 마족들도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습니다· 다른 존재도 아닌 인간이 마왕의 폭거를 저지하다니····”

“인간의 발전 가능성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높다고 했다· 어쩌면 저 경지가 끝이 아닐지도 모르지·”

상황을 지켜보던 나겔은 대뜸 일련의 기운을 감지하고선 꼬리를 바짝 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나겔님?”

“뒤처리는 맡기겠다 켈리안!”

급기야 남은 드래곤들에게 뒷일을 맡기고선 자신의 아공간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곧 아공간에 들어선 나겔은 곧 자신의 왕좌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했다·

“최근에 프루이나에서 모습을 감췄다고 하더니 예고도 없이 마계엔 어쩐 일이지?”

“이곳이 예고를 해야만 찾아올 수 있는 곳은 아니잖아? 부탁 좀 하나 하러 왔어·”

“부탁?”

나겔은 미간을 움츠리며 반문했다·

“이 마계에 숨어든 인간 한 명만 찾아줘· 이름은 에쉘 베르트· 추가 설명은 따로 안 해도 되겠지?”

“네가 그 인간을 왜 찾는 거지?”

“이유 같은 건 묻지 말고· 방금 당신이 보고 온 그 둘보다 최대한 먼저 찾아야 해·”

그녀는 시안과 벨카리온이 발견하기 전에 먼저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나겔은 이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어울리지 않게 인간의 냄새가 나는군· 마리안?”

“당신만 하겠어? 나겔·”

프루이나의 수호 드래곤 마리안은 그런 나겔을 마주하며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 * *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이번 생 말고 전생의 어린 시절·

저택 마당에서 빨래를 하고 있던 에밀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에밀리 넌 고향이 어디야?”

“고향이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세요 도련님?”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어· 에밀리는 다른 시녀들이랑 다르게 벨리아스 출신이 아니라고 했으니까·”

“음· 굳이 말씀드리자면 따로 고향 같은 건 없어요· 전 태어났을 때부터 쭉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곳 벨리아스에서 처음으로 정착 생활을 시작했으니까·”

에밀리는 내가 태어나기 전인 그녀가 어릴 때부터 이 저택에 있었다고 했다·

내가 근본 없는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저택에 남겨지고 나서야 내 전담 시녀가 된 걸로 알고 있었다·

사실 전담 시녀라고 하기도 모호한 게 그냥 내 방을 출입하며 나를 관리했던 시녀는 그녀가 유일했던 만큼 그냥 내 시녀 자체가 에밀리 하나라 해도 무방했다·

“전 이 가문의 전 안 주인· 그러니까 에쉘 도련님의 어머님께서 거둬주셨어요·”

“형님의 어머니가? 어쩌다가?”

“뭐 그냥 밥도 못 얻어먹고 길가에 떠도는 절 안타깝게 보셨었나 봐요· 아마도 좀 크면 시종이나 노예로 쓰실 생각이셨겠죠· 전 그냥 영문도 모르고 이 공작가에 들어온 거예요·”

당시의 어리숙했던 나는 그냥 그랬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녀는 내게 상당 부분을 얼버무리듯이 말했었다·

“그분이 돌아가시고 이후에 마가렛 부인께서 오시면서 시종들이 전부 바뀌었지만 전 나가지 않았어요· 그러니 지금 도련님이랑 함께 있는 거죠·”

“왜 내 곁에 남은 거야? 널 거둬주신 분이라며? 그럼 형님 곁에 있는 게 맞지 않아?”

“별로 큰 이유는 없어요· 에쉘 도련님이야 장남이니까 제가 아니어도 여러 사람이 붙어있지만 도련님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무도 도련님의 시녀가 안 되려 하길래 제가 그냥 자원했어요·”

“고마워 에밀리····”

“고맙긴요· 정 고마우시면 이렇게 처져있지 말고 운동이라도 좀 하세요· 그래야지 나중에 에쉘 도련님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지 않겠어요?”

별로 큰 이유는 없다·

그녀는 분명 그리 말했고 나는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억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아무 이유 없이 내게 남은 게 아니었다·

순전히 모종의 목적을 가지고서 내 곁에 있던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

“별로 놀라지 않네? 혹시 알고 있었어? 에밀리가 마녀와 관련이 있단 걸?”

아린 황녀는 벨리아스에서 있었던 에밀리에 관한 이야기를 내게 전부 말해주었다·

생각 외로 덤덤한 내 반응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예·”

조금 전 그 기억을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까맣게 몰랐을 사실이겠지·

“에밀리는 정말 마녀인 거야?”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에밀리가 마녀와 관련이 있단 사실을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랬구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반응에 수긍했다·

“뭔가 솔직하게 말해준다면 좋을 텐데 에밀리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렸어· 나나랑 하스티아는 뭔가를 알고 있던 것 같긴 한데 어째서인지 입을 열지 않았고····”

에밀리는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내 방 청소를 하고 갔다고 했다·

“내 섣부른 생각이긴 하지만 그녀는 확실하게 너의 사람이라고 봐·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시안 널 찾아가지 않으····”

“그 에밀리란 시녀 마계에 있어요·”

나와 황녀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

어느샌가 몸을 회복한 루나브가 나나의 부축을 받으며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로저스가 그랬어요· 처음 보는 인간이 갑자기 마왕성에 와선 현혹의 펜던트를 벗겨줬다고·”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난 모르지 않았다·

“제가 일전에 말했죠? 현혹의 펜던트를 풀 수 있는 사람은 펜던트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 즉 같은 마녀밖에 없다고····”

“····”

“대체 누구를 시녀로 두고 있던 거예요 선배는?”

루나브는 진심이 담긴 물음에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조차도 그녀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고 있으니·

대체 에밀리 그녀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 * *

빛이 들지 않은 암흑의 숲·

망연자실한 상태로 바닥에 주저앉은 하니엘의 앞엔 부서진 현혹의 펜던트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엔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진 성검의 주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에쉘····”

“부디 제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십시오· 어머니·”

친모의 진심 어린 사과에도 돌아온 것은 냉랭하고 매정한 반응뿐이었다·

“전 지금 어머님께 사과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시안을 붙잡아두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아공간을 깨고 나온 것까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안은 지금 마왕과 싸우고 있지 않습니다! 제 도발에도 불구하고 둘은 서로를 죽이려 들지 않고 있단 말입니다!!”

흥분한 에쉘은 좀처럼 노기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입이 있다면 말을 해보세요! 이건 전적으로 어머니가 세우신 계획이 아닙니까?”

그는 급기야 하니엘의 머리를 잡아 올리며 설명을 요구했다·

이미 가족이고 뭐고 안중에도 없었다·

“그년이 우리를 배신했다! 그년 때문에 모든 게 틀어졌어!”

“그년이라니?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내가 베르트 공작가를 떠나기 전에 남겨놨었던 길고양이· 그년이 너를 저버리고 그놈을 선택했어!”

“좀 알아듣게 설명하십시오· 대체 누가 절 버렸다는···?”

-스윽

요동치는 분위기를 한순간에 환기하는 낯선 인기척·

에쉘의 눈은 곧 인기척이 느껴진 곳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에쉘 도련님·”

자신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하는 익숙지 않은 여인·

에쉘은 그녀가 누군지 바로 깨닫지 못해 잠시 멍한 반응을 보였다·

“넌···?”

“베르트 공작가에서 시안 도련님을 모셨던 시녀· 에밀리라고 합니다·”

“그래 에밀리· 기억났다· 한데 네가 왜 여기 있는 것이냐?”

전적으로 의문에서 비롯된 물음이었다·

에쉘은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그녀가 왜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저년도 마녀다· 너와 똑같이 몸속에 내 피가 흐르고 있는····”

하니엘의 설명에 에쉘은 어이없다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머니의 피가 흐른다고요? 제 가족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그건 아니에요· 에쉘 도련님과 다르게 전 하니엘님의 피를 마법을 통해 강제로 주입받았거든요·”

에쉘의 시선은 다시 에밀리에게 향했다·

“전 공작가에서 자리를 비운 하니엘님을 대신해 모든 걸 봐왔던 길고양이 같은 존재예요· 시안 도련님 곁에서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었죠· 미래의 에쉘 도련님을 위해서····”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지· 넌 공작가에서 나한테 현혹당하지 않은 유일한 시녀였다· 시안에 이어 이번엔 나를 위한 시녀가 되어달란 제안도 거절했었지·”

에쉘은 그때만 해도 그녀에게 큰 의심을 두지 않았다·

당시 베르트 공작을 비롯해 켈린과 수많은 수호 기사들에게 현혹의 힘을 쓰고 있었던 만큼 그냥 자신의 힘이 아직은 부족한 거라고 판단했었다·

또 정작 시안에 관해 물어도 별로 영양가 없는 이야기만 남발했기에 이후에도 그리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네가 어머니의 피를 받았던 마녀였다고? 그런데 왜 날 따르지 않은 것이냐?”

“이유는 제가 이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잖아요·”

“뭐?”

“전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시안 도련님의 시녀거든요·”

“시안! 시안! 그놈의 시안!!!!”

기어이 참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시킨 에쉘은 사방에 괴성을 내질렀다·

“이 세상은 내게 맞춰져 있다! 오로지 나로 인해 이 세상의 질서가 구축되어야 하거늘! 어떻게 이놈이고! 저놈이고! 시안 그놈을 따르며 날 거부한단 말이냐!”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렇게 역정 내실 시간은 없으실 것 같은데요?”

“뭐?”

“지금쯤이면 시안 도련님뿐만 아니라 이 마계의 주인도 에쉘 도련님을 애타게 찾고 있을 거예요· 얼른 도망가셔야 하지 않겠어요? 둘 중 누구에게 잡혀도 굉장히 고통스러우실 것 같은데?”

“이 세상의 구원자인 내가 그런 추악한 것들이 온다 해서 도망칠 것 같으냐?”

에쉘은 올 테면 오라는 듯 성검을 거칠게 뽑아들었다·

“그전에 너부터 처리하는 게 맞겠지! 더러운 검은 안개에 물들어진 너를 내가 이 빛으로 정화해주마!”

금빛이 발하는 성검을 꽉 쥔 채 에쉘은 에밀리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똑

그때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머지않아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에쉘은 떨어지는 빗물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의외네요· 설마 이분이 먼저 오실 줄은 몰랐는데····”

똑같이 빗물을 바라보던 에밀리는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나마 가장 자비로우신 분이 도련님을 먼저 찾아오신 모양이에요·”

“뭐?”

방황하던 에쉘의 눈은 곧 또 다른 인기척이 느껴지는 어딘가로 급히 돌아갔다·

-차박차박

곧 물기에 젖은 발소리가 울리며 에쉘을 향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에쉘은 어째서인지 몸에 한기가 돋는 느낌을 받았다·

“오라버니의 그런 얼굴은 또 처음 보네요·”

“···!”

“굉장히 낯설어요· 어쩐지 안쓰럽기도 하고요·”

“왜 왜? 네가 여기에?”

귀신이라도 본 듯 에쉘의 얼굴은 한순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그때도 비가 내렸어요· 돌아갈 곳이 없어진 방랑자처럼 무척이나 허탈하고 절망스러운 기분을 느꼈던 그 순간에도요·”

무수히 쏟아지는 빗물 사이를 가르며 청초한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는 그녀·

바로 에쉘의 동생이자 베르트 공작가의 장녀인

“그 기분을 몸소 느껴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오라버니?”

엘리스 베르트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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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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