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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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마왕의 본성 (2)

건조한 모래바람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마왕성 앞·

절대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이는 두 남녀의 기운은 급기야 일촉즉발의 상태까지 치솟았다·

다른 마족들은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해 먼발치에서 뜬눈으로 쳐다만 보았다·

“그래· 입을 열 생각이 없다 이거구나?”

“····”

마왕의 마지막 경고에도 불구하고 루나브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에겐 시안의 행방이 먼저였다·

참을 만큼 참은 벨카리온은 결국 손을 들어 올렸다·

-콰드득

그가 가볍게 주먹을 쥐니 살벌한 뼈 소리가 사방에 무섭게 울려퍼졌다·

이에 맞서려듯 루나브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보란 듯이 마서를 펼쳤다·

둘은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서로를 응시했다·

“미명의 호수에 갔다 왔어요!”

이에 베스티가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렸다·

“미명의 호수?”

벨카리온의 시선은 바로 그녀에게 향했다·

“네· 잠깐 바람 좀 쐬고 싶었거든요· 마음도 답답하고 해서····”

거짓말이었다·

자칫 그녀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을 만큼의 큰 사건이 있었지만 베스티는 이를 벨카리온에게 말할 수 없었다·

진실을 말했을 때 밀려올 후폭풍을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래 뭐 답답하면 바람도 쐬고 싶을 수 있지· 잘했어·”

그러자 벨카리온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그러운 미소로 베스티를 다독였다·

“이만 들어가자· 오늘따라 마계 공기가 더 안 좋네·”

그렇게 큰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고 끝나는가 싶었지만

“전 아직 대답을 못 들었는데요?”

성으로 돌아가려는 벨카리온을 루나브가 붙잡았다·

아직 그녀는 시안에 관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시안 선배는 어디 있죠?”

“글쎄 모르겠네? 아렘에 같이 있긴 했었는데 갑자기 혼자 멋대로 사라져버렸거든· 찾기도 귀찮아서 그냥 나 혼자 온 거야· 내가 찾아야 한단 의무도 없잖아?”

벨카리온은 고개만 반쯤 돌리며 시큰둥하게 답했다·

이에 루나브는 3초 정도 벨카리온을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러다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휙 하고 몸을 돌렸다·

“잠깐만요 루나브! 어디 가려는 거예요?”

깜짝 놀란 베스티가 그녀를 급히 붙잡았다·

“선배 찾으러요· 같이 간 분이 모르신다고 하니 제가 직접 찾으러 가야죠· 아렘이란 곳이 어느 쪽인지만 알려주시겠어요?”

루나브는 두말할 것도 없이 시안을 찾으러 간다고 답했다·

“이 일단 진정해요· 벨카리온한테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봐요· 제가 잘 설득해서 시안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게요· 그러니 지금은····”

“그러실 필요 없어요·”

“···!”

“딱히 틀린 말도 아니잖아요· 저희는 이곳의 이방인일 뿐인데 제 사람은 제가 찾아야 한다고 봐요·”

루나브는 자신이 찾아야 한단 의무가 없단 마왕의 말을 수용하는 듯했다·

그녀의 확고한 태도에 베스티는 차마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선배만 찾으면 금방 돌아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생명의 기운도 계속 나눠줘야 하니까····”

루나브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등을 돌렸다·

점점 멀어지는 그녀를 잡지 못해 베스티는 애틋한 시선만 보냈다·

“···”

그런 베스티의 모습을 벨카리온은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챙!

몇 합을 겨루었는지 처음부터 세진 않았지만 아마 50합 이상은 겨룬 것 같다·

마법 비기 등 다른 부가적인 힘없이 순수하게 검술로만 경합을 벌였다·

예상했던 대로 아버지의 검은 매우 정직했다·

무겁고 빠르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올곧은 기사의 검 그 자체였다·

이는 아버지가 걸어온 수십 년의 삶을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기사로부터 마땅히 존경받아야 하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게 다다·

내게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결국은 본인의 주체성도 상실한 채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 지도 모르는 미련한 꼭두각시가 되지 않았는가?

나로선 도저히 존경하고 우러러볼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텅!

“크윽!”

다소 감정이 실린 내 검격을 버티지 못한 아버지가 끝내 뒤로 밀려났다·

-턱!

균형을 잃고 무릎을 꿇나 싶었지만 검으로 바닥을 짓눌러 겨우 균형을 유지했다·

“대단하구나 시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상이야·”

칭찬을 받긴 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에쉘이 널 이기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되는구나·”

그놈을 들먹이시는 걸 보니 아직은 버틸만하신가 보다·

나는 케이람을 검날을 아래로 내린 채 아버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나와 싸움으로서 네가 얻는 것은 무엇이냐?”

“이제와서 무슨 말씀이십니까?”

“새삼 궁금해져서 말이다· 나야 널 죽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지만 넌 나와 이런 식으로 싸워서 얻을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 지금 당장에라도 내 목을 벨 수 있을 텐데?”

나를 죽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라·

그 거창한 이유가 궁금하긴 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내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냐?”

“아버지께서 먼저 제 검의 가치를 증명하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전 그 말을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설마 조금 전 본인이 했던 말도 잊으셨나 싶어 바로 되물었다·

“부모의 눈을 무시하지 마라· 네 눈엔 지금 너의 욕망이 보이고 있다·”

“무슨 욕망 말입니까?”

“너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나로부터 인정받고 싶단 욕망· 단순히 내 말을 따르기 위해 이리 검을 부딪치고 있단 생각은 들지 않는구나· 제정신이 아닌 아비라 해도 증명하고 싶던 것이냐? 네가 가는 길이 옳았다는 것을?”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래 인정하겠다 시안· 난 네가 걸어온 길의 그 어떤 부분도 부정할 수 없다· 너는 철저하게 너만의 옳은 길을 걸어왔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와·

전생엔 너무나도 간절했던 말인데 이걸 이리도 쉽게 들어버리네?

기쁘고 통쾌하긴커녕 허무하기 그지없다·

지금의 난 저런 때늦은 인정을 받았다고 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걸 아버지도 모르진 않겠지·

“하지만 말이다 시안·”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그대로 뒷말을 이었다·

“이제와 그런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파지직!

그순간 내 발밑에서 백색의 빛이 치솟았다·

빛은 곧 마법진의 형태로 뻗어 나갔고 그 속에서 강한 마력의 흐름이 요동쳤다·

급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여태 나와 아버지의 경합을 관전하고 있던 기사들이 내 발밑으로 마력을 전승하고 있었다·

봉쇄(封鎖)의 진?

아니다· 그거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결계다·

이건 데빌 드래곤 같은 거물급 마수들이 출몰했을 사태를 위한 전선 기사들의 호의 보루이자 최고 방어 체계·

“사멸(死滅)의 진?”

공간에 다다른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극한의 영역 사멸(死滅)의 진이다·

시전자의 목숨도 바쳐야 할 만큼 이 위험한 비기를 나한테 쓴다고?

그만큼 날 죽이는 것에 진심이란 의미였다·

“미안하구나 시안·”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려는 듯 아버지는 대뜸 내게 사과를 건넸다·

“부디 다음 생엔 이 못난 아비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길 바란다·”

어이가 없어 웃음도 안 나온다·

씨를 뿌려 핏덩이로 키울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뭐?

아무리 당신이 지금 제정신인 상태가 아니라 하지만 이제는 나도 참기가 힘들다·

“제 형이란 사람이 아무래도 아버지께 잘못 알려줬나 봅니다·”

“···?”

“사멸의 진 정도면 절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슬며시 손을 돌려 아래로 겨눴던 케이람의 검날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스스스

그러자 전신에서 검은 안개가 치솟았으며 나를 옥죄려 하는 결계를 그대로 덮었다·

-콰장창

“크악!”

결계는 순식간에 유리창 깨지듯 박살 났으며 파동을 버티지 못한 기사들은 그대로 튕겨져나갔다·

“참으로 한심해서 웃음이 다 나옵니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제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안 된 것일까요? 하긴 그 한심한 악마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보란 듯이 진을 파괴한 나는 다시금 아버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아버지는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않은 채 그저 나의 접근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눈동자만큼은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어쩔거니?]

여태 잠자코 있던 케이람이 마침내 입을 열고 물었다·

어쩔거냐고?

할 수 있는 건 많다·

인정도 받았겠다 아버지를 설득해 그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달라 할 수 있고

아니면 그냥 그림자의 인격을 써서 아버지에게 새로운 인격을 불어넣을 수도 있지·

일전에 그놈의 심복이었던 켈린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한텐 차라리 그게 편하겠지·

그래도 피가 섞인 아버지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 아버지란 사람이 이미 내게 말하지 않았는가?

이제와 그런다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맞는 말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아버지고 뭐고 상관없이

그냥 나를 위해 내 뜻대로 쓰면 그만이다·

나라고 아버지를 이용하지 말라는 법 있겠는가?

그렇게 번복되지 않을 결심을 마음속에 굳게 품은 채 한 손에 마나를 가득 발현한 순간

-후우웅!

붉은 하늘에 대뜸 거대한 그림자가 쌩하고 지나가나 싶더니 그 여파로 강한 돌풍이 불었다·

난데없는 상황에 나는 물론 아버지와 기사들까지 그림자가 지나간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습지 주변 갈대와 나무들이 거의 성인 남성 키에 세 배 이상으로 자라있는 만큼 뭐가 지나갔는지 정확한 확인은 불가했지만

기운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그냥 이름 모를 커다란 뭔가가 지나갔다 하기엔 무시할 수 없는 기운·

-쿵

잠시 후 습지 저편에서 거대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는 한 번씩 내디딜 때마다 점점 더 가까워졌으며 땅에선 울림마저 일어났다·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시선을 고정했다·

이곳은 마계·

레메아 협곡에선 구경조차 못했던 괴상망측한 마수들이 득실 거리는 곳이다·

즉 마족들이 사는 주거지를 제외한 그 외의 지역에선 언제 어디서 마수들과 마주칠지 모를 땅이지·

결국 지금 울리는 저 거대한 발소리의 주인 역시 마수일 가능성이 컸다·

허나 그냥 별 볼 일 없는 하급 마수였다면 내가 이리 경계하진 않을 것이다·

곧 얕게 차오른 습지의 물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당장 보이는 것은 머리 부분에 돋아난 뿔과 거대한 날개였다·

그리고 꼬리로 추정되는 길쭉한 그림자가 보였다·

뿔과 날개만 봐선 그냥 일반 마족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겠지만

꼬리는 아니다·

마왕을 비롯해 그동안 내가 봐왔던 마족들은 꼬리가 없다·

뿔 날개 꼬리·

이 세 신체 요소를 전부 가지고 있는 개체라면 인계와 마계를 통틀어 한 종족밖에 없다·

-저벅저벅

땅을 울릴 정도로 크게 퍼졌던 발소리가 갑자기 급 점잖아졌다·

흡사 귀족의 발걸음이 연상될 만큼 위엄 있는 발걸음·

발걸음의 주인은 곧 습지 위에 모습을 드러내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대가 이 마계에 왔다는 인간이오?”

점잖은 어투로 질문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인간 귀족의 모습이었다·

허나 그 모습을 마주한 내가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

“폴리모프?”

내가 아는 어떤 생물이 인간으로 변했을 때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반쪽짜리가 아닌 완전체 드래곤의 기운이 잔뜩 느껴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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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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