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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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개편의 날 (8)

솔직히 요즘 여러 일로 마음이 참 침울했는데 그 침울했던 기분이 한순간에 싹 날아가 버렸다·

뭐?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

아직도 자기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딴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다니·

사람은 암만 갈고 닦아도 내면은 안 바뀐다던데 역시 옛사람들 말은 틀린 게 없다·

흥분되는 마음은 이쯤에서 잠시 진정하고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신경을 돌렸다·

성검 듀란다르크의 힘을 발현 중인 에쉘과 아린 황녀·

딱 검을 맞대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이 미련한 황녀가 또 이 성검의 주인을 넘어서겠답시고 먼저 힘을 발현한 모양인데

뭐 아퀴젤에서 봤던 힘보다 훨씬 더 정교해진 건 사실이다·

그래 봐야 복제품일 뿐 힘의 근원인 듀란다르크를 뛰어넘기엔 사실상 역부족이라 봐야겠지만·

마냥 안 될 일도 아닌 것 같다·

이 정도로 비비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성검의 주인이 7년 동안 얼마나 발전이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꼴이다·

보다 못한 나는 가볍게 뛰어올라 케이람을 휘두르며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시 시안! 언제 온 거야?”

“방금 왔습니다·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리둥절한 그녀를 뒤로 물린 채 나는 앞으로 나섰다·

“오랜만이구나 시안·”

에쉘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차마 원수의 만남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온화한 미소가 속을 굉장히 역겹게 만들었지만 일단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형님?”

“잔인한 질문이구나· 그러지 않았을 거란 걸 네가 더 잘 알지 않느냐?”

웃음을 담고 있긴 하나 그 안엔 날카로운 칼날이 품어져 있었다·

평범하게 답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작게 떨고 있는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는 불안과 분노에 어지러이 휩싸여 있다고·

“널 만나러 간 여인은 어찌하였느냐?”

미아를 말한 것이었다·

“제 발로 어디론가 가지 않았다면 아직 황성 도서관에 있을 겁니다· 형님께서 꽤 심혈을 기울여 만드신 것 같아 일단은 살려둔 채로 두고 오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실망?”

그는 가소롭다는 듯 헛웃음을 내며 반문했다·

“저를 굴복시키겠답시고 지난 7년간 준비한 것이 고작 저 인형 하나였습니까? 마검의 전 주인도 아니고 그 후손? 전 분명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시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알고 있다· 나 또한 그 아이가 너를 이길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이리 쉽게 뚫릴 거란 생각도 안 했다· 분명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또 너로 인해 내 계획들이 점점 망쳐지고 있구나· 시안·”

글쎄? 당신이 말은 그렇게 한다지만 난 아직 제대로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아직 뭐 하나 보여준 게 없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그런 말을 하니 이거 뭐 당황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쿠구궁!

뭐가 그리 불만이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내 정면으로부터 정확히 11시 방향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한줄기 벼락과 함께·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뜬금없는 벼락이라니·

오늘 날씨가 영 우중충하다곤 하나 저건 엄밀히 말해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벼락이 아니다·

마력으로 창조한 인공적인 벼락 즉 마법이다·

마법도 마법이지만 저 벼락이 떨어진 위치가 어디냐는 것도 중요하겠지·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저긴 현재 황실의 행사가 진행 중인 조회식장이다·

“···!”

나는 물론이요 그와 아린 황녀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즉 저 상황을 예측한 사람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다는 뜻·

벼락을 떨군 범인은 대충 예상이 갔다·

“빛속성 상위 마법 신의 통고(Gods Strike)로군요· 지금 저 장소에서 저 마법이 가능한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을 거라 봅니다만?”

황제의 자식이자 그의 마법 재능을 가장 잘 물려받았다고 평가받는 빛 속성 마력의 보유자·

비올렛 세벨러스·

그녀 말고는 없었다·

“황녀님께서 제가 다녀갔다고 말씀 안 하시던가요?”

“비올렛 황녀님께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을 했냐고?

아주 소량의 마나를 그녀의 몸에 욱여넣은 것·

그건 말곤 한 게 없다·

몸에서 조금 거부 반응이 일긴 하겠으나 생명에 딱히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지·

하물며 마법이나 잡스러운 수작 같은 건 일절 부리지 않았다·

“전 단지 의심을 심었을 뿐입니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간사함을 가지고 사는 동물이다·

항상 자신에게 이로운 일만 생기길 바라며 하다못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만 쳐다봐 주길 바라지·

비올렛 황녀·

그녀의 방에서 재회한 그 순간부터 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에쉘을 향한 엄청난 광기 집착 자신만 봐줬으면 하는 욕구·

일반인이라면 벌써 사방에 분출하고도 남았겠지만 그나마 황녀의 품위를 지키겠답시고 그녀는 간신히 꾹꾹 눌러 담고 있던 거다·

뭐든 참으면 병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난 상부상조의 마음으로 그녀의 욕구가 해소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감정을 넣어줬을 뿐이다·

지금 저 벼락을 내리꽂은 비올렛의 심정은 아마도 이러하겠지·

‘에쉘이 없는 지금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가 자신을 다시 돌아봐 줄 것이니·’

참으로 눈물겨운 애정이 아닐 수 없다·

전생에 같은 짓을 했던 어떤 바보가 떠올라 차마 웃지는 못하겠지만·

“어째서냐?”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던 그가 다시 내게 물었다·

“난 네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 시안· 애초의 내가 꿈꾼 미래에 너는 존재하지 않았어· 그저 베르트 가문의 무능한 막내이자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도태할 운명이었을 텐데! 어찌하여 내 앞에나 나타나 자꾸만 내 계획을 방해하냔 말이다!”

보아라·

이 애절하다 못해 처절한 광경을·

벼랑 끝에 몰린 인간이 주어진 상황을 부정하기 위해 절규를 남발하는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이다·

그래 당신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애초에 난 가문에 있어서 아니 가문에 있을 필요조차도 없던 무가치한 존재·

아무런 힘도 재능도 없던 나에게 당신도 처음부터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전 형님의 실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한 명의 인간· 형님께서 꿈꾸시는 그 미래가 저에겐 절대 좋은 미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어찌 형님의 앞길을 막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내 대답에 못내 감격했는지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짧지 않은 침묵의 시간이 흐른 뒤

“하하····”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건 다름 아닌 웃음이었다·

“너는 나와 닮았다· 시안·”

기어이 미치기라도 한 걸까?

“끔찍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부정할 필요 없다· 넌 나와 닮았어· 남을 신뢰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것을 항상 경계하지· 이유 없는 호의보단 본성이 담긴 악의를 드러내는 걸 더 선호하면서 인간이란 존재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본다· 그렇기에 인간을 이용하고 죽이는 데 아무런 양심적 가책을 느끼지 않지·”

틀린 말은 아니다 싶어 일단은 계속 들어주기로 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한다는 양심 선· 그걸 왜 지켜야 하는지 난 몰랐다· 다만 그걸 지키는 것이 세상의 질서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어느 정도는 지키려 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너로 인해 새삼 깨닫게 되는구나·”

잠시 꺼져있던 성검의 빛이 다시금 밝아지기 시작했다·

에쉘은 그 성검을 천천히 위로 들어 올렸다·

“너로 인해 내 계획이 망쳐졌다면 너를 없애고 새롭게 다시 짜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 거다·”

“그럼 어쩌시겠다는 겁니까?”

“난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르려는 자· 너라는 인간 하나도 굴복시키지 못하고서야 그곳에 다다를 자격이 없지 않겠느냐?”

하늘 위로 솟은 성검의 끝에서 빛이 방출되었다·

방출된 빛은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일순간 금발의 휘날리는 성검의 혼이 잠시 눈앞에 아른거렸다가 바로 사라졌다·

“인정하겠다 시안· 7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난 널 이길 수 없다· 이길 수도 없는 힘을 나만 가지고 있어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래서 그 힘을 나누어준 것이다·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너에게 검을 겨눌수록 있도록!”

-후웅!

순간 등 뒤에서 검이 날아들었다·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하긴 했지만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검을 휘두른 이는 다름 아닌 아린 황녀였다·

“자 잠깐만 시안! 이건 내 의지가 아니야!”

그녀는 자기 의사가 아니라는 듯 혼란에 빠진 얼굴로 상황을 부정하고 있었다·

“뭔가가! 자꾸 내 몸을 움직이게 하고 있어!”

아린 황녀는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해 몸을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그녀의 몸을 억지로 당기는 것 같기도 했다·

-뚜벅뚜벅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묵직한 발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이에 자연스레 돌아간 시선·

그 시선에 담긴 낯선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

나는 눈을 번뜩였다·

태양 빛이 번들거리는 휘황찬란한 갑주·

그 속에서 뿜어지는 근엄하고도 웅장한 기세·

가슴 한켠에 박혀있는 선명한 황실의 문장까지·

이 황성에 아니 이 제국에 저런 무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가히 한 사람밖에 없었다·

“아 아바마마?”

제국의 황제· 디오네 세벨러스·

그의 검에는 성검과 유사한 금빛의 마력이 선명하게 발현되고 있었다·

* * *

“도래한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소서!”

주문과 동시에 공중 위에 나타난 거대한 백색 방패·

-파지직!

지면에 아닌 방패에 닿은 벼락은 사방으로 스파크가 튀었으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빛이 확산하고 나서야 서서히 진정되었다·

실로 아슬아슬했던 상황에 제레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난데없는 광경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지금 제레온 단장님이 암살자들을 지켜준 거야?”

“아니야! 아린 황녀님이랑 우리를 지켜준 거라고! 저 방패가 아니었으면 분명 우리에게도 피해가 왔을 거라고!”

“비 비올렛 황녀님 설마 진심으로?”

암살자들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

워낙 급작스러웠던 마법인 만큼 피하거나 막을 여지는 없었다·

제레온의 빠른 대처 덕분에 온전할 수 있었다·

“····”

이내 암살자들은 서로를 보며 잠깐 시선을 주고받는가 싶더니

-툭

갑자기 아린 황녀를 단상 위에 툭 하니 던져놓고선 검은 안개에 휩싸여 사라져 버렸다·

기사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제레온과 비올렛 번갈아 쳐다보았다·

허나 비올렛의 얼굴은 이미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어 보일 정도로 심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비올렛 황녀님을 모셔주게나·”

이에 제레온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지시를 내렸다·

“무슨 짓이에요 제레온! 당신 때문에 암살자들이 도망갔잖아! 왜 내 일을 방해하는 거냐고!”

더 험한 꼴을 보이기 전에 빨리 사람들 앞에서 치우는 게 상책·

제레온은 개의치 않고 홀로 내동댕이쳐진 아린 황녀에게 다가갔다·아니나 다를까 가짜·

그냥 마법으로 정교하게 꾸민 인공 시체에 불과했다·

함께 달려온 기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간 벌 만큼 벌었다 이건가?”

그들의 본 목적을 알아낸 것도 아니기에 제레온으로선 허무할 따름이었다·

“제레온님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아무런 지휘 권한도 없는 자신에게 지시를 요구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허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알기에 단장 시절의 경험을 살리며 지시를 내렸다·

“일단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게 먼저야· 아린 황녀님은 무사하시며 걱정할 것 없다고 알려주게· 조회는 이만 끝내도록 하고·”

기사들은 묵례를 하는 동시에 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제레온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피이잉!

정체 모를 낯선 소리와 함께 대뜸 서쪽에서 금빛 광채가 치솟았다·

저곳이라면 분명 황성 도서관이 있는 방향·

영문 모를 상황에 모두가 어리둥절하던 것도 잠시

“···!”

일부 기사들이 돌연 자리에서 멈추는가 싶더니 갑자기 몸을 이리저리 비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모 몸이 갑자기 멋대로?”

공통점이 있다면 몸을 비틀고 있는 기사들의 검엔 저마다 금빛이 발현되고 있었다·

황군과 구원의 기사들만이 아니었다·

단상에서 시선을 돌려 아래를 바라보니 조회를 관전하고 있던 몇몇 이들도 똑같이 몸을 비틀고 있었다·

대부분 회담을 위채 각 영지에서 찾아온 귀족들의 전담 기사들이었다·

기이하다 못해 기괴할 상황이 이어지던 것도 잠시

“····”

이상 현상을 보이던 기사들의 몸이 돌연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들의 눈은 이내 금빛 광채가 떠오르는 황성 도서관 쪽으로 향했으며 그 누구의 말이나 명령도 듣지 않으려는 듯·

“구원을 위해····”

알 수 없는 말을 읊조리며 전부 그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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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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