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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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개편의 날 (6)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이 제대로 나진 않았다·

매일 밤이면 찾아오는 똑같은 꿈·

불타는 마을과 사방으로 퍼지는 아찔한 비명들

마을 한복판엔 이름 모를 한 남성이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단검을 휘두른다·

남성의 뒤엔 흑색의 긴 머리를 휘날리는 적안의 여인이 냉혹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그를 조종하는 듯·

이곳이 현실인지 지옥인지 구분이 불가한 그야말로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지만

미아 하펜커스 그녀에겐 이 광경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원래 뭐든 처음에만 그런 법이다·

끔찍하고 참혹한 광경도 계속 반복되다 보면 적응하기 마련·

그녀에게 있어 이런 악몽은 이제 두려움보단 의문으로 변모되었다·

대체 매일 밤 꿈에 나타나 자신을 괴롭게 하는 저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 의문이 점차 깊어 갈 때쯤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보리스라고 소개했으며 매일같이 반복되는 꿈의 정체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것은 그녀의 선조인 하펜커스의 혈족의 울부짖음이며 그들이 풀지 못한 원한을 그녀가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매일 나타난 것이라 했다·

이에 미아는 물었다·

그 원한을 풀기 위해서 자신은 뭘 해야 하냐고·

거기에 보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마검과 그 소유주를 죽여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선 똑같은 마검의 힘을 취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렇게 보리스는 손을 내밀었고

미아는 그 손을 잡았다·

그렇게 흘러간 몇 년의 세월·

지금 그녀의 앞엔 마검의 현 주인과 더불어 마검의 영혼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게 마검 케이람의 영혼?’

케이람의 실체를 처음 마주한 미아는 여러모로 묘한 기분을 느꼈다·

덩달아 손에 쥔 검에서도 떨림이 일었다·

본체의 기운에 반응한 것일까?

제어하지 못하면 금방이라도 이끌릴 듯한 느낌이었다·

허나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저들은 혈족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서 죽여야 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들·

그러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달려오지 않았는가?

검을 고쳐잡은 미아는 다시 시안에게 달려들었다·

-깡!

시안은 아무런 무리 없이 그녀의 일격을 막아냈다·

미아는 개의치 않고 검을 연속해서 상하좌우로 휘둘렀다·

“···!”

시안은 이 또한 여유롭게 막아냈다·

“너 검 어디서 배웠냐?”

“배운 적 없어요·”

미아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연격을 가했다·

미아의 대답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보리스에게 거둬지기 전은 물론 그 이후까지 검이란 것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다·

다만 이따금 보리스로부터 일련의 의식을 받고 나면 검에 대한 낯선 감각이 그녀의 몸속에서 느껴지게 되었다·

보리스는 그것이 선조의 감각이라고 설명했으며 마검의 전 주인이었던 디오 하펜커스의 것이라고 했다·

망인의 감각을 가져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건지 의문이 들면서도 그녀는 묻지 않았다·

그녀가 원한 것은 오직 악몽으로부터의 해방·

더 나아가 매일 밤 자신에게 울부짖었던 그들이 한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편히 쉬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선조의 감각을 물려받은 것이 무색하게

-챙! 챙!

시안은 너무나도 쉽게 그녀의 일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움직임이 빤히 보인다는 듯·

단순히 검을 부딪치는 것으론 죽일 수 없다고 판단한 미아는 즉시 거리를 벌렸다·

결국 마검의 주인을 죽이기 위해선 똑같은 마검의 힘을 발현해야 할 터·

그녀는 칼날을 앞으로 들이민 채 나직이 읊조렸다·

“마검 발현····”

* * *

세상 살다 보니 참 별걸 다 본다·

그동안 내가 마검을 발현했을 때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의 기분이 이랬을까?

어쭙잖은 흉내 수준이었으면 그냥 픽하고 웃었을 것이다·

한데 그게 아니다·

저건 내가 마검을 발현했을 때와 거의 흡사할 수준의 힘·

검 끝으로 선명하게 피어오르는 검은 안개가 보란 듯이 그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하?!]

이런 나보다 사실 더 어이가 없을 케이람은 그냥 말문이 막힌 듯 코웃음만 쳤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눈을 가만히 움츠려보니 안개를 발현 중인 그녀의 뒤로 이상한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고 그냥 흑발에 조금 긴 머리를 가진 남성이라는 것 정도·

나로선 전혀 모를 외관이었다·

“누군지 알겠냐?”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케이람에게 물으니 그녀는 대답 대신 입술을 깨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반응으로 봐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강 알 것 같았다·

“네 전 주인의 영혼이냐?”

[절대 아니야! 그 자식의 영혼은 내가 흔적도 없이 먹어 치웠으니까· 혼이란 게 남아 있을 리 없다고!]

그녀는 그럴 리 없다며 극구 부정했다·

그럼 천상 외면만 닮은 환영 같은 거란 건데

대충 분위기를 보니 저 환영이 복제된 마검의 힘을 제어하는 중추인 것 같다·

복잡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 내 방식도 아닌 만큼

나 역시 똑같이 칼날을 들이밀며 나직이 읊조렸다·

“암무 9식: 마검 발현····”

이윽고 칼날에서 안개가 방출되는 동시에 실체화 중이던 케이람이 내면으로 들어와 합일을 이루었다·

준비를 마친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달려들었다·

그녀 역시 물러서는 기색 없이 안개를 두르며 자리를 박찼다·

-챙!

또 다른 마검의 힘을 경험한 기분은 실로 놀라웠다·

나와 비슷하면서도 이질감이 느껴지는 매우 오묘한 느낌·

당황스럽기보단 흥미로운 감정이 앞섰다·

-기기긱

맞닿은 검날이 살짝 내 쪽으로 밀려났다·

작은 차이라고는 하나 어쨌든 마검을 수없이 다루고 단련해온 내 힘을 밀어낸 것이다·

검 끝으로 전해오는 안개의 힘도 심상치 않았다·

어쭙잖은 복제 수준이 아니다·

이건 엄연히 말해 나를 죽일 수 있는 힘·

자칫 방심하다간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덮쳐질 수 있는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

허나 그러면서도 그녀의 뒤에 자리한 환영에 계속해서 시선이 갔다·

환영 또한 내 시선을 의식한 듯 눈동자 없는 공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디오 하펜커스·

구시대 아에르를 따랐던 추종자이자 케이람의 전 주인·

제어할 수 없는 마검의 힘에 굴복된 나머지 몸과 영혼을 전부 빼앗겨버린

똑같은 마검의 주인으로선 매우 비극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딱히 측은하다거나 불안하단 생각이 들진 않았다·

저건 마검을 잡은 이라면 누구든 이를 수 있는 실로 공통적인 미래·

나 역시 저렇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했다·

하지만

“왜 먹었냐?”

“···?”

난데없는 질문에 검을 맞댄 미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허나 내 물음은 그녀가 아닌 내면에 깃든 케이람을 향해 던진 것이었다·

[그딴 걸 물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이유를 알고 싶었다·

아무리 소유주의 영혼을 먹어 그 힘을 취하는 것이 마검의 본성이라고 한들

케이람은 설사 소유주가 죽기 직전 빈사 상태에 이르렀다 해서 주인을 먹어 치울 마검이 아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별거 없다·

지난 몇 년간 살을 맞대며 감정과 감각을 공유한 내 생각이 그렇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 인간은 신의 성정을 모방해서 만들어진 피조물·

신의 무구인 그녀 역시 우리 인간과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뿐만 아니라 그녀의 전 주인이었던 저 디오라는 남자에게도 정을 느꼈을 테지·

그런 그를 단순히 본성에 혹해서 단번에 먹었을 리 없다·

케이람은 불편한 듯 연거푸 한숨을 쉬다가도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녀석이 원했으니까·]

의외의 대답이었다·

[녀석이 그래 달라고 했거든· 자기 영혼을 먹어 치우고 날뛰어 달라고· 제발 좀 그래 달라고 간절히 애원하더라·]

“그래서· 그 부탁을 들어준 거야?”

[거절할 이유가 뭐 있겠니? 난 정신이 무너지다 못해 자기 의지마저 상실한 주인을 따를 만큼 친절한 여자가 아니야· 그래서 원하는 대로 해줬어· 내가 아무리 박하고 자비 없는 여자라 해도····]

케이람은 끝말을 살짝 흐렸다·

[마지막 부탁도 안 들어줄 만큼 정 없진 않으니까·]

그 말은 못 들어준 걸로 할까 싶다·

나는 다시금 시선을 디오가 아닌 미아에게 돌렸다·

“이 검이 네 선조들을 망가트린 원수라고 했냐? ”

“···?!”

“이 검이 네 선조들을 망가트릴 수밖에 없던 이유를 생각해보는 건 어때?”

“무슨 말을?”

“분명 그랬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나는 자문자답과 함께 맞닿은 그녀의 검을 뒤로 밀어냈다·

순간적으로 몸이 밀린 그녀는 재빨리 균형을 잡았지만 내 손은 이미 다음 일격을 행하기 위한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

공간을 가를 기세로 수평으로 그어진 검격·

허나 내가 벤 것은 미아가 아닌 그 뒤에 자리하고 있던 디오 하펜커스의 환영이었다·

“무검(霧劍): 환영을 베는 실체·”

환영이란 무엇인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모습처럼 사람은 이따금 현실에 실재하지 않는 환영을 보곤 하지·

때로는 그 환영에 시선을 너무나도 빼앗긴 나머지 실체보다 더한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허나 실재하지도 않는 그런 환영에 몸과 마음을 전부 끌어봐야 절대 좋은 것이 남을 린 없다·

그런 환영을 없애는 것은 단연 현실에 존재하는 실체·

실로 정직하고 실로 올바른 단 하나의 일격이면

모든 환영을 없앨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지·

-쐐액!

이전 무검 비기와 다르게 이 검격엔 어떤 안개의 힘도 담겨있지 않았다·

즉 지금의 검격은 아주 평범한 수평 베기와 같다는 것·

-스스슥

허나 그런 한 번의 일격으로 디오 하펜커스의 환영은 크게 반응하며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댔다·

“····”

그때 나는 보았다·

점차 가루가 되어 마침내 사라지기 일보 직전인 마지막 순간에 이른 환영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진 것을·

환영은 그 미소를 끝으로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털썩

힘의 중추를 잃은 그녀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녀의 검에선 아직 안개가 피어올랐지만 이미 싸울 의지를 잃은 듯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을 슬그머니 빼간 뒤 그녀의 머리를 들추며 눈을 마주했다·

그야말로 모든 의지를 상실한 체념의 얼굴·

놈들에 대해 추궁할까 싶다가도 부질없을 거란 생각에 그냥 머리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 선조들이 망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라 하셨나요?”

그런 그녀가 돌연 입을 열고 말했다·

“그런 걸 생각할 겨를 같은 건 없어요· 그들은 매일같이 제게 찾아와 울부짖었으니까· 어떤 이유나 설명도 없이····”

딱히 해줄 대답이 없는 나로선 그냥 침묵만 유지했다·

“빨리 가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어딜?”

“오다가 아린 황녀님을 만났거든요·”

나도 모르게 미간을 움찔했다·

“저야 당신을 목적으로 왔으니 그냥 지나쳤다지만 에쉘님은 아닌 모양이더라고요· 만약 그 황녀님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른 가보셔야 할 거예요·”

움찔했던 미간이 급기야 계곡처럼 찌푸려졌다·

“더 이상의 당신이 알고 있던 황녀님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테니·”

더도 덜도 말고 정확히 딱 3초 뒤·

“····”

나는 그녀를 지나쳐 도서관 밖으로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당주는 멀어지는 나를 딱히 제지하지도 잡지도 않았다·

내 현재의 솔직한 감정을 잠시 표하자면

아린 황녀를 구하러 가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보다는

곧 어느 되바라진 악마의 일그러진 면상을 다시 볼 거란 생각에

벅찬 기대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 * *

그렇게 시안은 도서관을 떠났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미아로선 그저 자리에 앉아 멍하니 땅바닥을 보는 일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쩌면 너를 방치한 우리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겠지·”

그런 그녀의 앞으로 시리카가 다가왔다·

“너란 존재는 결국 과거의 아에르님을 따랐던 우리 인간들의 이념과 흐름을 이어받은 존재· 네가 가진 의의는 우리 미스트와 계승자에게 있어 분명 큰 가치를 줄 수 있을 거야·”

시리카는 주저앉은 미아에게 살며시 한쪽 손을 내밀었다·

미아는 잠시동안 그 손을 말없이 쭉 쳐다만 보았다·

“보리스 선생님이 말씀하신 미래에 이런 건 없었어요·”

“····”

“하물며 제가 마검의 주인을 에쉘님께 보내는 일도 없을 거라 했죠· 한데 어째서인지 그분께서 말한 미래가 전부 뒤바뀌어 버렸네요·”

시리카가 손을 내미는 것 역시 보리스가 말한 미래엔 없는 것이었다·

“그 뒤바뀐 미래에서 제가 해야 할 건 뭘까요?”

“별거 없다·”

시리카는 이내 미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은밀히 속삭였다·

“그냥 나 대신 시안의 곁에 있어 주면 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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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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