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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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개편의 날 (4)

정적이 흘러야 할 도서관 내부에 검과 검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하모니가 울려 퍼진다·

-챙!

사선으로 교차된 서로의 검과 이어지는 힘겨루기·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위태로운 균형이 몇 초간 이어지고 있었다·

“딱히 망설임이나 주저함 같은 건 없어서 안심이긴 한데 어째 좀 빈 느낌이 드는구나·”

당주는 내가 아닌 케이람의 검날을 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케이람님은 어디로 가셨니?”

“뭐에 삐졌는진 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잠시 별거 중입니다·”

맞닿은 검에 힘을 더해 앞으로 밀어내니 당주의 균형이 살짝 흐트러졌다·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연격을 가했지만 그녀는 이미 뒤로 거리를 벌렸다·

“의외구나· 언제 터질지 모를 분이긴 해도 그래도 너를 떠나 별거까지 하실 분은 아니라고 봤는데 네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어째 제 잘못이라는 것처럼 들립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렴· 이 자리에서 너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이다 보면 그래도 널 구하겠답시고 다시 나타나지 않으시겠니?”

“아직 제 애검에 대해 잘 모르시는군요· 절 좋다고 먹지나 않으면 다행일 겁니다·”

나는 검을 고쳐 들어 자세를 바꾼 뒤 내재된 안개의 힘을 이끌었다·

이에 밀릴세라 당주 역시 안개와 더불어 마력을 동시에 끌어냈다·

그렇게 본격적인 격돌이 시작되려는 순간

-끼익

갑자기 들려온 선명한 소리에 나와 당주의 시선이 정확히 문 쪽으로 돌아갔다·

아직 남아있는 한쪽 문을 크게 열어젖히고 안에 들어온 한 여인·

내게는 초면이 아닌 안면이 있는 얼굴이었다·

“하던 거마저 하세요· 전 여기 앉아서 기다릴 테니까·”

그녀는 무심한 눈초리로 우리를 훑은 뒤 덤덤하게 구석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황성 도서관에 재밌는 구경거리가 있단 소문이 벌써 퍼지기라도 한 걸까?

당연하겠지만 내가 부른 손님은 아니다·

하다못해 당주가 부른 손님도 아닐 거라 생각은 했지만

“···!”

어째서인지 당주의 표정은 굉장히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저 여자 아십니까?”

“넌 알고 있니?”

당주는 바로 내게 반문했다·

“당주님께서 이전 날 회담에 참석하셨을 당시 황궁 지하에서 봤던 여자입니다· 차마 저로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을 가지고 있더군요·”

순간 당주의 입꼬리 미묘하게 움직였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이름이 뭐였는데?”

“미아 하펜커스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이름을 언급한 순간 포커페이스라면 둘째가라도 서러울 당주가 누가 봐도 분노에 휩싸인 얼굴로 일그러진 것이다·

당주는 차오른 분노를 간신히 억누른 채 다시금 내게 물었다·

“너 혹시 저 아이가 있는 공간에서 마검을 쓴 적 있니?”

굳이 눈치 빠른 사람이 아니더라도

당주의 저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부분은 바로 깨달았을 것이다·

아마도 절대로 해선 안 될 행동이라는 거겠지·

한데 난

그녀를 만나기 십 초 전 그 자리에서 켈린의 목을 베지 않았던가?

엄밀히 말해 마검을 사용한 것이다·

“네·”

나는 별다른 설명 없이 외마디 대답으로 간단하게 응답했다·

그러자 당주의 얼굴은 이전보다 더 일그러졌으며 입에선 뭔가를 읊조리고 있었다·

“용건 끝나신 것 같으니 이젠 제 용건을 볼게요·”

돌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시안 베르트· 에쉘님과 보리스님으로부터 당신을 죽이란 명령을 받았어요·”

음?

“당신에게 딱히 원한은 없지만 돌려받아야 할 물건이 있으니 순순히 주신다면 덜 고통스럽게 죽여드릴게요·”

우와? 내가 지금 뭘 들은 걸까?

사람이 하도 어이가 없으면 사고가 잠시 정지되기 마련이다·

나는 잠시 동안 그녀의 눈을 쳐다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혹시 내가 전하라 했던 말 안 전했니?”

“했어요· 그에 대한 답은 이렇게 전해 달래요· 이런 지랄이라도 안 하면 당신을 어찌 이기겠냐고····”

그래 뭐 뭘 해도 날 굴복시키지 못할 거란 걸 인지하고 있었단 것에 감탄을 표하고 싶긴 한데

그래서 준비한 결과물이 이거란 건가?

흠 뭐랄까·

아무리 외면만 보고 판단해서 안 된다고 하지만

이건 좀 실망을 넘어 경악스러울 지경이다·

“말이 없으시네요? 그럼 부정하신 걸로 간주하고 원래의 방식으로 당신을 죽일게요·”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품에서 검 한 자루를 꺼내 내게 겨눴다·

어?

잠깐만

저게 뭐야?

순간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싶어 눈살을 찌푸린 상태로 두어 번 깜빡였다·

두 번 만으론 부족해 세 번째로 깜빡이려는 찰나

“···!”

그녀의 몸은 어느샌가 내 앞에 달려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챙!

연약한 소녀의 몸에는 어울리지 않을 매우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미스트의 암살자들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

허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기기긱

당황한 마음에 눈을 번뜩인 나와 다르게 그녀의 눈은 여전히 덤덤하기만 했다·

왜 당황했냐고?

그녀의 움직임이 빨라서?

내 근력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의 힘을 보유해서?

아니다·

내가 보고 놀란 건 그녀가 아닌 바로 그녀의 검이었다·

살기를 내뿜는 자줏빛 칼날과 음침함을 내뿜는 흑빛의 보석·

마검·

마검이다·

내가 가진 케이람과 비슷하다 못해 똑같다고 할 수 있는 마검·

그 마검을 지금 저 미아라는 여인이 내 앞에서 당당히 쥐고 있었다·

-스스스

맞붙은 두 개의 검 사이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평소라면 당연히 내 검에서 나타난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 둘도 셋도 아닌 오직 한 자루만 존재해야 할 마검이

어째서 지금 내 앞에 두 자루가 존재하는 것일까?

“그거 어디서 났냐?”

검에 대한 시선을 슬그머니 치켜올리며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제 이름은 미아 하펜커스·”

난데없는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전 마검의 주인이었던 디오 하펜커스의 후손으로서 당신이 가진 마검을 돌려받겠습니다·”

1초·

아니 그거의 반인 0·5초 정도·

그 시간 동안 잠시 멍을 때렸다·

디오 하펜커스니 마검의 주인이니 그의 후손이니 이것들이야 뭐 이제 와선 그리 까무러치게 놀랄 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한다지만

뭐? 마검을 돌려받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어이 아가씨· 이거 엄청난 요물이야· 그쪽이 받아서 잘 쓸 수는 있을 것 같아?”

“쓸 생각 없어요· 부숴버릴 거니까·”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마검 케이람은 저희 혈족을 망가트린 원수····”

무심하기만 했던 그녀의 눈이 갑자기 붉게 변색 되었다·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해요·”

맞닿은 검에서 더욱 짙은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단순히 케이람과 겉모습만 비슷한 게 아니었다·

지금 검에서 나타나는 기운은 분명한 안개의 힘·

내가 아닌 그녀가 발현한 것이다·

-스스스

그 기운에 반응하기라도 한 듯 내 검에서도 같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이 가증스러운 년이 어따대고!]

매우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와 함께·

* * *

찬란한 빛의 기운이 사방에 번지고 있는 빛의 아공간·

그 공간의 중심에 홀로 서 있는 보리스의 입가엔 환희의 미소가 잔뜩 지어져 있었다·

손에는 새하얀 성서를 지닌 채·

“아린 황녀를 죽여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해 그들이 가진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킨다라···· 지극히 당신들 다운 발상입니다·”

보리스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의 감긴 시야 속엔 현재 황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 상황들이 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진 이 성서에 모두 적혀있습니다· 주어진 미래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끄는 것이 바로 성서의 길·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성서가 밝힌 미래로 향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죠·”

이윽고 눈을 뜬 보리스는 손에 든 성서를 쫙 펼쳐냈다·

펼친 부분엔 시안이 미스트의 당주 시리카와 검을 맞댈 것이라는 구절이 예언처럼 적혀 있었다·

“처음 아공간에서 뒤바뀐 미래를 봤을 땐 좌절했었습니다· 어떤 짓을 해도 우린 당신을 이길 수 없더군요· 시안· 대체 어디서 이런 존재가 나오게 된 걸까? 우리가 가진 모든 빛의 힘을 동원해도 당신을 굴복할 순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구절엔 마검의 힘을 복제한 과거의 후손이 나타나 그와 맞붙을 거란 내용 역시 그대로 적혀있었다·

“허나 그렇다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당신을 꺾을 수 없다면 당신과 유사한 힘의 존재를 만들면 그만이지요· 성서는 그러한 길을 우리에게 제시해주었고요·”

성서를 덮은 보리스는 이내 품에서 다른 책을 꺼냈다·

책에는 제목이 쓰여있진 않았으며 대신 표지 아래에 디오 하펜커스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친구여· 그대는 그랬지· 이 세상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허나 인간이란 원래 변화보단 순응을 더 선호하는 종족이라네· 의문이 아닌 하나의 신념으로 통합되었을 때 이 세상은 비로소 나아갈 수 있는 것이지····”

보리스는 기쁜 마음에 고개를 들어 올리며 웃음을 남발했다·

그렇게 격동적인 웃음의 메아리가 공간을 가득 메우려고 할 때쯤

“재밌는 공간이네요?”

또 다른 낯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보리스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단순히 마주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마력이 느껴지는 푸른 머리의 여인·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기라도 한 듯 보리스의 눈은 한없이 커지고 있었다·

“빛의 아공간이라· 흥미롭긴 해도 확실히 저와는 안 맞는 느낌이에요· 벌써 구역질이 올라오네요·”

여인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공간에 들어선 감흥을 표했다·

그 뒤엔 흰머리의 엘프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불안에 찬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당신이 이 공간의 주인인가요?”

“그대가 어찌 여기 있는 것입니까?”

보리스는 여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과거 가람 학회의 천재 마법 소녀로 불렸다가 지금은 가람 학회를 이끄는 중추로 자리매김한 상급 마법사·

루나브 레인리버였다·

“주어진 미래를 받아들이고 그대로 나아가는 것이 성서의 길이라 했나요? 한번 묻고 싶네요· 성서가 밝혔다고 하는 그 미래에 과연 제가 있었는지····”

급하게 성서를 다시 확인해보려던 보리스는 이내 손을 멈칫했다·

이미 수십 수백 번을 보았던 미래 지금 다시 본다 해서 없던 내용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녀는 엄연히 말해 성서가 보여준 미래에는 없는 여인이었다·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그냥 우연이었다고 할까요? 원래는 올 생각이 없었어요· 이런 공간이 있는 줄도 몰랐고요· 그냥 기운에 따라서 온 거예요?”

“기운 말입니까?”

“네· 나와 시안 선배에게 있어서 별로 좋지 않은 기운 있으면 해가 되는 공간 고로 내가 내 손으로 없애야 할 공간이라는 생각에 넘어온 거죠·”

그녀는 말을 잇는 동시에 품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

책을 발견한 보리스는 얼굴이 굳어지다 못해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어 어째서 당신이?”

주어진 미래를 밝히는 성서와는 반대로 주어진 미래를 부정하고 뒤바꾸는

끝없는 어둠 속에서 진리를 깨닫는 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신의 교서·

“마서를 가지고 있는 겁니까?!”

루나브의 손엔 마서 레미하람이 쥐어져 있었다·

덤덤하게 서 있는 그녀의 옆엔 어느샌가 실체화한 마서의 본체가 나타나 있었다·

“····”

레미하람은 보리스와 그 뒤에 함께 자리한 성서 히스크레아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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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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