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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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그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1)

시안과의 뜻하지 않던 재회로부터 하루 뒤 쿤델 공작 가의 저택에서 눈을 뜨게 된 아린·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던 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목을 쓰다듬었다·

이전 날 자신을 옥죄였던 그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분·

심란한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아린은 처량한 한숨만 내쉬었다·

“황녀님· 레시무스입니다·”

문득 문 너머에서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란 아린은 재빨리 문으로 달려갔다·

“잠시 자리를 비워서 죄송합니다·”

“너 미쳤어? 레시무스!”

황녀의 다그침에도 불구하고 레시무스는 꿋꿋한 반응을 보였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며칠간 안정을 취하며 회복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거늘

그런 거 필요 없다는 듯 그녀는 하루도 안 되어 다시 돌아와 버렸다·

“이미 기본적인 회복은 영지 치유사들을 통해 충분히 완료되었습니다· 쿤델 총장님께서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내가 그리 말했던가?”

레시무스의 뒤를 이어 저택의 주인인 쿤델도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으론 네 신체를 깎아 먹는 짓이라 했다· 주군을 섬기는 건 좋지만 엄연히 말하면 네 몸이 먼저다· 그래야 네 주군도 지킬 수 있지·”

“어차피 저를 대신해 황녀님을 지킬 수 있는 기사는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주군은 오직 황녀님 한 명뿐이죠· 황녀님의 검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제 안위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조금 고지식하긴 해도 기사로선 아주 좋은 마음가짐이구나·”

아린으로선 마냥 웃을 순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레시무스와의 인연도 과연 시안이 없었다면 이렇게 이어질 수 있었을까?

괜스레 떠오른 부정적인 생각에 아린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일단 입단속은 철저하게 시켜놨다· 너희 둘이 아퀴젤에 있었던 일이 황성으로 퍼지진 않을 것이야· 사실 지금이라도 속히 돌아가야 할 상황 아니더냐?”

“네· 맞아요·”

“내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 황성 코앞까지는 오늘 해지기 전까지 갈 수 있을 것이야·”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아린은 손수 고개를 숙이며 쿤델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 녀석에 대해선 궁금하지 않은 것이냐?”

순간 두 여인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찾은··· 건가요?”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이지· 내 말은 꺼내긴 했어도 별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아린은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놈이 처음부터 널 죽이려 하진 않았을 거다·”

그런 아린을 보며 쿤델이 말했다·

“적어도 나와 대화하던 중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네가 문을 두드렸을 땐 무척이나 불안에 휩싸인 표정이었지· 그놈도 처음엔 단순히 너를 지켜보려 했던 건지 모른다·”

아린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조금 멍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내가 괜히 오지랖만 부리지 않았어도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듯싶구나· 전적으로 내 불찰이다· 원한다면 황성으로 가서 내 죄를 추궁하려무나·”

“제가 안 할 거라는 거 알고 그런 말씀 하시는 거죠?”

쿤델이 능청스럽게 미소를 지으니 아린도 그제야 못 이기는 척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그녀의 시선은 곧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시안의 망토로 향했다·

“그놈의 것이냐?”

“네·”

“막판엔 사람들로부터 네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덮어줬다지?”

“그랬던 것 같아요····”

“죽일 듯이 달려들 땐 언제고 갑자기 배려라니· 참 다시 봐도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로구나·”

쿤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시안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이에 동의한다는 듯 아린 또한 나직이 말했다·

“시안은 대체 뭘 위해 사는 걸까요?”

사실상 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들었던 의문이었다·

빛을 부정하는 검은 안개를 추종하면서까지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은 무엇인가?

지금의 아린으로선 전혀 알 수가 없었다·

* * *

자그마치 9년 전·

난 전생의 비참했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온 이른바 회귀라는 걸 해버렸다·

회귀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내 삶의 목적은 오직 하나·

복수였다·

에쉘 베르트·

인간 같지도 않다는 소리를 들으며 평생을 내가 아닌 그를 위해 살아왔지만 그는 나를 버렸다·

해서 나는 그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무너뜨리려 했다·

그가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들을 내 손으로 전부 박살 내려 했지·

그래서 죽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음에도 결국엔 날 무너뜨릴 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길 바랐다·

그러곤 말했다·

난 당신의 실체를 알고 더없이 증오하는 한 명의 평범한 인간이라고·

그래 인간·

난 인간이다·

기뻐할 줄 알고 화낼 줄 알며 슬퍼할 줄 아는

엄연히 감정이 있는 인간이다·

암살자에게 있어 망설임은 죽음과도 같은 법이지만

지금의 난 망설임이란 감정마저 가지게 된 진짜 인간이 되어버렸다·

당주는 내게 말했지·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모든 걸 감당할 힘이 있다는 자만심에 취해 주변이 어찌 되든 신경 쓰지 않는 이기적인 존재·

작은 온정 하나 때문에 대의를 망칠 수 있을 만큼 무척이나 어리석은 존재·

그게 지금의 나다·

한탄스럽냐고?

전혀·

그저 그동안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낯선 상황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걸 몇 날 며칠 동안 머리를 싸잡고 고민한다면 그거만큼 어리석은 인간도 없지·

길게 이어진 안개의 끝·

익숙한 제단 위에 앉아 다가오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익숙한 얼굴·

이제야 찾아온 것이 조금 의외라는 듯 그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항상 나를 보면 으르렁대던 아이가 오늘은 어째서인지 보이질 않는구나·)

케이람을 말한 것이었다·

(둘이 싸우기라도 한 것이냐?)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지·”

갑자기 토라져 버린 나로선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아직도 이러고 있으니·

(여자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선 뭘 해야 하는지 이럴 때 조언이라도 좀 해주고 싶지만 네 표정을 보니 딱히 그런 걸 말해 줄 분위기는 아닌 것 같구나·)

“당신이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다고?”

나는 턱을 치켜올리며 불신의 반응을 보였다·

“예전에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나?”

(현생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냐?)

“당연한 거 아닌가?”

아에르는 킥하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기억한다· 정확히 어느 부분을 떠올리면 되는 것이냐?)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해줄 거라고 했던 부분·”

순간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래· 하지만 넌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지 않았더냐?)

“알아· 사실은····”

아에르는 흥미롭다는 듯 입술을 내밀며 감탄을 뱉었다·

(이전의 내가 이야기해 준 것이냐?)

“아니· 당신은 예나 지금이나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어· 적어도 나한테만큼은····”

(····)

“이전까지만 해도 추측이었는데 지금은 확신하고 있어· 이 미스트라는 조직이 만들어진 이유를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이었지·”

(재밌구나· 그럼 한번 말해 보거라· 내가 원하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나는 덤덤히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최근에 만났던 한 퇴역 기사가 내게 그러더군· 과연 지금 세상이 말하고 있는 검은 안개가 과연 진실된 모습이냐고· 만약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면 난 이렇게 답했을 거야·”

(어떻게 말이냐?)

“나도 모른다고·”

(····)

“그러곤 또 말했겠지· 안개를 악이라고 칭하기 전에 과연 빛은 선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

그의 눈빛이 순간 미묘하게 변했다·

“당신은 그 관념을 바꾸고 싶은 거잖아·”

이 세상은 결국 빛이라고 하는 승리자가 만든 세상·

패배한 안개는 부정의 존재라 치부 받으며 이 세상에서 멸시되어왔다·

그런 상황에 처한 존재들이 가지게 될 마음은 결국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빛이 아닌 안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상의 질서로····”

이내 아에르는 눈살을 찌푸리고선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건 표면적인 이유 아니더냐?)

맞다·

이건 미스트에 입단하면 가장 먼저 들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강령과도 같은 것·

이 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라곤 할 수 없다·

이 정신 나간 신이 원하는 것은 바뀌어버린 세상이 아닌 그다음·

“당신 신마 전쟁이 또 일어나길 원하고 있지?”

(왜 그리 생각하는 것이냐?)

“안개가 중심이 된 세상을 다른 신들이 용납할 리 없으니까·”

그럼 자연스레 인계에 개입할 테고 그렇게 개입하게 되면 의미 없는 탁상공론이나 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이 세상에서 안개의 존재를 지우기 위한 그들만의 정화 작업을 시행할 것이다·

이 신은 그 과정을 통해 그들의 위로 군림하려 들겠지·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인간사로 비유하자면 내전에서 쫓겨난 어느 나라의 왕자가 밑바닥에서 이를 갈며 세력을 키우다가 반역을 일으켜 마침내 왕좌에 앉게 된다는 뻔하디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미 여러 번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 인간은 신의 본성을 가장 닮은 피조물이라고·

우리가 하는 짓이 그들이 하는 짓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거다·

(키하하하!)

아에르는 그동안 내가 봤던 모습 중 가장 호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 그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나를 따랐다는 것이냐? 분명 너에게 있어도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넌 그런 나를 왜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이냐?)

“별거 없어· 당신들이 나를 거두었기 때문이야·”

애초에 당신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빛을 중심으로 한 세계에서 나는 인간으로 당당히 살 수 없다·

그러니 안개를 중심으로 한 세계를 만들 것이다·

그것이 설령 신이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에서

난 당당히 살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해·

“그러니 당신의 목적을 이행해야 하는 계승자로서 당신에게 분명하게 말하지·”

(무엇을 말이냐?)

“그냥 지켜봐·”

(····)

“아무것도 관여하지 말고 지금처럼 방관해· 그렇게 계속 방관하다 보면 당신이 원하는 건 어느샌가 이루어져 있을 테니까·”

(그거야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지·)

아에르는 문제없는 일이라며 자신 있는 반응을 보였다·

(당주 아니 네 스승을 막으러 갈 것이냐?)

“애초에 난 그리 말을 잘 듣는 제자도 아니었거든·”

(그리 좋아하진 않을 거라 본다만?)

“그러니까 말하는 거야· 당신은 관여하지 말라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당주가 이번 임무에서 나를 제외한 이유가 단순히 아린 황녀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뿐인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그녀는 그저 아린 황녀를 죽이는 것만이 아닌 이번 일을 통해 안개에 관한 큰 변화의 바람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람은 분명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테지·

그 과정을 온전히 지켜볼 생각은 없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아에르는 점점 멀어지는 나를 잡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비록 내가 뒤통수에 눈이 달린 건 아니기에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진 보이지 않지만

아마 웃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몇 걸음을 더 나아가니 내 몸은 어느새 아공간이 아닌 햇빛이 내리쬐는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런 나의 앞엔

‘대화는 잘 끝내신 건가요?’

밝게 웃고 있는 하스티아가 자리하고 있었다·

“뭐 대충은·”

‘그런 확실하지 않은 대답은 좋지 않아요! 그래도 시안님의 얼굴을 보니 그리 큰 문제가 있던 것 같진 않네요!’

나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럼 저희는 이제부터 어디로 가는 건가요?’

하스티아는 기대를 한껏 머금은 순수한 눈빛으로 물었다·

나는 늘 그렇듯 덤덤하게 말했다·

“황성·”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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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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