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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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검은 머리의 악마 (3)

이름 슈르츠·

성은 없으며 부모는 얼굴조차 모르는 고아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다양한 잡일을 해왔다·

그러다 17살이 되던 해 우연히 우시프 제국의 퇴역 기사 출신 용병의 눈에 띄면서 ‘붉은 말’이라는 용병 길드에 입단하였다·

알게 모르게 재능도 있었던지라 소속 용병들로부터 돌아가면서 검술 및 용병 활동에 필요한 전문 기술들을 빠르게 에서 유망주라고 불릴 만큼 관심도 많이 받았다·

허나 슈르츠는 용병 길드에 입단한 지 불과 2년 만에 길드를 나왔다·

이유가 뭐냐는 동료들의 질문에 그는 더 이상 위험한 일을 하기 싫을 뿐이라며 한 마디로 일축했다·

무리는 아니었다·

용병 일이라는 것이 원래 의뢰가 위험할수록 대가도 높은 법인지라 2년 동안 활동하면서 동료들의 죽음을 적지 않게 목격하였고 그 또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었다·

사실 일이 위험해서 나온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했으며 진짜 이유는 그냥 본인이 떳떳하지 못해서였다·

용병 활동의 목적은 결국 돈·

그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떤 더러운 짓이라도 서슴지 않고 감행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수반되는 양심적 가책으로부터 슈르츠는 벗어나지 못했다·

세상 살면서 그딴 같잖은 마음은 아무런 도움 안 된다며 동료들은 나무랐지만 뭐 어쩌겠는가?

자신은 그런 같잖은 마음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놈이거늘·

결국 길드를 나온 슈르츠는 때마침 우이토 광산에서 인부들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홧김에 가람 왕국으로 넘어왔다·

왕국으로 넘어올 때는 시온이라는 가명을 썼다·

7년 전쯤 중립 도시 램버스타 홍등가 거리에서 담배 팔이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대륙에서 제일가는 범죄 도시를 한바탕 뒤엎었던 소년이 한 명이 있었다·

희한한 건 분명 목격자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기억하는 이는 없었으며 남아있는 건 시온이라고 하는 이름 하나뿐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였던지라 동경심이 생겼던 건진 몰라도 슈르츠는 그때의 일을 생각해 시온이란 가명을 지금까지도 쓰고 있었다·

광산 일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보수는 용병 일 못지않게 짭짤했다·

이곳에서 몇 년만 진득하게 일해도 나름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자금은 충분히 모일 것 같기에 자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부들이 그런 목적을 가지고 온 거라 생각했다·

허나 작업장의 분위기는 생각 외로 이상했다·

일을 하다 보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들리는 이야기 중 하나가 ‘언제 마력 결정을 훔쳐 달아나지?’ 였는데 벌써 몇 명이 성공해 지금 다른 곳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들렸다·

슈르츠로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 걸리면 그 즉시 인부 자격을 잃고 광부 직속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는가?

자신이 봤을 땐 그저 마나가 조금 담긴 빛나는 돌멩이에 불과한데 이게 뭐라고 사람들은 난리를 치는 것일까?

실제로 노예가 된 이들과 접해 물어보려 해도 그들은 항상 다른 구역에서 따로 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만나기조차 쉽지 않았다·

‘까짓것 확인 한 번 해봐?’

작업장의 안일한 분위기에 물들여지기라도 한 걸까?

슈르츠는 결국 머릿속에 피어오른 작은 호기심을 실천으로 옮겼다·

허나 재수 없게 하필이면 영주에게 걸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낮에 구타당하는 인부를 구해줬던 것에 찍힌 것 같았다·

이대로 가면 인부 자격을 박탈당하고 노예로 전락할 게 뻔할 노릇·

확인 한 번 해보고 싶었다라는 변명을 들어줄 리도 없는 마당에 슈르츠는 그냥 들이박기로 마음먹었다·

허나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았다·

단순히 덩치만 큰 어수룩한 돼지인 줄 알았건만 이건 뭐 돼지의 껍데기를 쓴 마수나 다름없었다·

이게 정녕 사람의 힘이란 말인가?

그저 덩치에서 나오는 근력이 아닌 뭔가 근원 자체가 달랐다·

뒤늦은 깨달음의 대가는 참혹한 교육뿐·

건재했던 몸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됐으며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까지 전락해버렸다·

허무했다·

이리 허무하게 죽을 줄 알았으면 그냥 용병 일이나 계속할걸·

후회의 후회를 거듭했지만 이미 저지른 일을 되돌릴 순 없었으며 이에 슈르츠는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려 했다·

검은 머리의 악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당일 새벽에 뭘 하고 있었습니까?”

“일찍 일어나서 평소처럼 아침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목격자도 여럿 있을 것이니 알리바이는 확실할 겁니다·”

슈르츠의 신상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던 조사원은 못내 떨떠름한 표정을 쉽게 감추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차후에 다시 부를 수도 있으니 일단은 숙소에서 대기해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인 슈르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왔다·

조사를 진행하는 데 꽤 애를 먹는 것 같다·

당연할 것이다·

그 자리의 유일한 생존자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이 지금 이렇게 입을 다물고 있으니·

떳떳한 일을 한 것도 아닌 마당에 그 자리에 있었다며 손들고 나설 이유가 뭐 있겠는가?

특기인 어둠 속성 마법으로 흔적까지 말끔히 지워냈으니 혹여나 들킬 염려는 없을 것이다·

그 검은 머리의 악마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사건 조사를 위해 당분간 채굴 작업을 중단할 거란 학회의 선포가 내려지면서 강제 휴가 조치가 내려졌다·

휴가보단 사실 근신에 가까웠으며 돌아가는 상황을 봤을 때 짧게 끝날 것 같진 않았다·

기묘한 하루가 끝나고 잠자리에 누운 슈르츠·

누워있는 동안에도 그 악마에 관한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이 악마지 겉모습만 봤을 땐 영락없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죽어가던 자신을 치유해주고 살려주기까지 했으니 사실상 자신에겐 천사 같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 남자는 빈스 영주를 처음부터 죽이기 위해 찾아왔던 것으로 보였는데····

대체 왜?

빈스 영주에게 원한이 있기라도 했던 걸까?

다 떠나서 유일한 목격자가 될 수 있는 자신을 치유까지 하면서 살려준 이유는 뭘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지는 의문에 슈르츠는 좀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

“에잇!”

기어이 몸을 일으킨 슈르츠는 밖으로 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단연 광산·

밤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산엔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괜히 눈에 띄어봐야 애먼 의심만 받게 될 것·

슈르츠는 빠른 포기와 함께 다시 몸을 돌렸다·

원래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지만 사실 나타난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어차피 찝찝한 거라곤 그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렸던 자신 한 명뿐인데

만약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혹여나 화근이 될 수 있는 자신을 죽이러····

“···!”

왜 살다 보면 그런 순간 있지 않은가?

아무런 징조나 근거 없이 그냥 ‘이거다!’ 하고 머릿속에 딱 꽂히는 순간을·

불빛이 모두 꺼져있는 야심한 도시의 거리·

방금 전 우연히 자신의 옆을 지나친 후드를 뒤집어쓴 한 남자·

그 남자로부터 근원을 알 수 없는 ‘이거다!’라는 생각이 광석에 내려찍은 곡괭이마냥 꽂혀버렸다·

‘그 남자다!’

슈르츠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고개를 돌렸다·

허나 보이는 것은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빈 거리뿐·

지나친지 몇 초나 됐다고 대체 어느 틈에 사라졌단 말인가?

슈르츠는 다시금 광산을 향해 달려갔다·

거의 전선의 마수에게 쫓기는 심정으로 냅다 달려왔건만 광산은 조금 전 상황과 하나 다를 게 없었다·

남성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으며 혹여 조금 더 기다리다 보면 나타나진 않을까라는 마음에 숲속 한켠에 몸을 숨겨 거의 두 시간 정도를 대기해봤지만····

“하아암·”

찾아오는 건 하품과 졸음뿐이었다·

자신이 지금 뭘 처하고 있는 건지 자괴감까지 밀려오기 시작했다·

“가서 잠이나 자야겠군·”

허탈한 한숨과 함께 몸을 돌려 다시 숙소로 향하려는 순간

“···!”

슈르츠의 몸은 빙결 마법이라도 걸린 듯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스스스

피부를 싸늘하게 스치는 기이한 감촉의 안개는 덤·

그 안개가 피어오르는 중심 자신이 보는 방향에서 딱 10보 거리에 자리한 썩은 나무 밑동

그 위에 떡하니 앉아 그윽한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흑발의 남성·

자신이 찾고자 했던 그 검은 머리의 악마였다·

대체 언제부터 아니 왜 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을까?

광산 쪽에 집중한 나머지 뒤에 신경을 못 썼다곤 해도 인기척조차 못 느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정말 그는 인간이 아닌 악마라도 되는 것인지 의문과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피어오르던 찰나

-스윽

검은 머리의 악마가 대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점차 슈르츠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이에 슈르츠는 생각했다·

잠시나마 그를 천사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바보였다고·

2년 용병 생활 짬밥이 허투루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자신과 의미 없는 눈 맞춤이나 하자고 나타났겠는가?

저 살기로 범벅된 붉은 눈동자를 보아라·

저건 영락없이 자신을 죽이러 온 사신의 눈빛이다·

무모한 호기심이 화를 부른다고 했던가?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한 번 살려줬을 때 그냥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어야 했거늘·

애써 되찾은 두 번째 삶의 동아줄까지 순식간에 잘려 나갈 판이었다·

이에 슈르츠는 또 생각했다·

이대로 처량하게 주저앉아 삶을 구걸하는 짓은 무의미하다고·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좀 더 참신한 대책을 빠르게 구상해야만 했다·

“···!”

이윽고 뭔가가 번뜩하고 떠올랐는지 슈르츠는 그 자리에서 땅에 머리를 박았다·

“귀공을 여태껏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다가오던 남성의 발걸음이 뚝 하고 멈췄다·

“귀공에 대한 것은 외부에 일절 발설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귀공께서 제게 친히 내려주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부디 절 거두어주시옵소서!”

정수리에서 흘러나온 다량의 땀방울이 흙바닥에 닿으며 점차 흥건해지는 상황·

“····”

대답은커녕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고 전신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와중에 슈르츠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체감상 광산을 주시하고 있던 시간보다 더 오래 지난 기분이었다·

땀방울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물줄기까지 형성되었고 팔과 다리엔 벌레들의 흥겨운 활주가 이어지고 있었다·

뭐가 됐든 일단 아무 반응이라도 해줬으면 좋으련만

이대로 자신을 말려 죽이기라도 할 셈인지 검은 머리의 악마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에 더 이상 참지 못한 슈르츠가 서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없다·

아무도 없다·

슈르츠는 급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야심한 숲속에 흐르는 것은 고요한 적막뿐 어떤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 뭐야?”

한 여름 밤의 꿈이라도 꾼 것인지 멍한 마음에 슈르츠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 * *

“시온!”

평소 같았으면 한 번의 부름에도 벌떡 깨어났던 그가 오늘은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나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조사병들이 자네를 한 번 더 만나고 싶다는구만!”

슈츠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때문에 그러는지 혹시 알 수 있겠습니까?”

“내가 어찌 알겠는가? 듣자 하니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가람 학회 쪽에서 사람이 왔다는구만 뭐 자기들끼리 새로 조사를 할까 싶은 마음에 다시 부르는 것 아니겠나?”

가람 학회?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가람 학회에서까지 사람을 보냈단 말인가?

아직 한 여름 밤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슈르츠로선 정신이 여간 어지러운 것이 아니었다·

“근데 자네 땀을 왜 이리 흘리는가? 일 할 때도 땀 한 번 안 흐르는 친구가?”

“그 그게! 아무튼 전 가보겠습니다!”

슈르츠는 도망치듯 방을 벗어나 영주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두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안에서 반응이 없었다·

“우이토 광산의 인부 시온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세요·”

안에서 들려온 것은 무심함이 가득한 어느 소녀의 목소리였다·

불현듯 피어오른 의문과 함께 슈르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절 찾으셨다고 들었····”

방에 들어선 슈르츠는 바로 말문이 막혔다·

시원한 하늘빛의 머리를 앙증맞게 묵은 포니테일에 딱 여동생 가진 오빠가 밖에 내놓기 싫어할 것 같은 귀여운 외모·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 것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설마하니 진짜 소녀가 있을 줄은 몰랐다·

어둡다 못해 음침한 눈이 여간 무서운 게 아니었지만····

“반가워요· 시온 씨· 앉으세요·”

슈르츠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일단 자리에 앉았다·

“시온이라는 이름은 본명이세요?”

난데없이 이름을 묻는 그녀였다·

시선은 슈르츠가 아닌 그의 인적서에 향해있었다·

“가 가명입니다·”

“그럴 것 같았어요·”

순간적으로 벙찐 마음에 슈르츠는 두 눈을 깜빡였다·

“제가 오면서 광산에 속한 인부들의 신상을 확인해봤는데 시온 씨의 마법 속성 어둠이시더라고요?”

“···!”

슈르츠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게 이번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요?”

“물론 있죠· 이번 사건과도 관련이 있고 제가 여기에 온 이유와도 관련이 있죠····”

이해할 수 없는 대답에 슈르츠의 미간이 계곡처럼 움츠러들었다

그 순간

“루나브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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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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