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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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대련 (2)

앞서 말했지만 이 대련은 참 재밌는 대련이다·

개강 이후 수업 참석률이 제로에 가까운 두 학생의 대련·

바꿔 말하면 아직 아카데미의 영향을 하나도 받지 않은 무학생(無學生)들의 대련이었다·

수업도 안 나오는 것들이 멋대로 대련을 잡아 감행한다?

이건 솔직히 교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아니꼽게 봐도 할 말 없었다·

하지만 이 둘러싸인 사람들을 보아라·

학생 교관 할 것 없이 대련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

심지어 특등석에는 아카데미의 총장 쿤델 퀴젤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 대련에 대한 아카데미의 기대가 크다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살짝 웃음이 나온다·

난 저들의 기대에 부응해줘야 하는 것일까?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시안 베르트! 당연히 너도 그렇겠지?”

마주 선 세트가 환희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적당히 고개만 끄덕였다·

“본래는 무투 대련을 신청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여긴 검술 및 마법 대련 외에는 없다고 하더군· 혹시 마법을 쓸 생각이냐?”

“네가 안 쓴다면 나도 쓸 일은 없겠지·”

덤덤한 대답에도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역시 맘에 들어 시안 베르트! 좋아 마법 같은 거 없이 순수하게 검으로만 승부하도록 하지!”

-스릉

그는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검 끝이 초승달처럼 휘어진 곡도(曲刀)·

미스트 대원들이 쓰는 시미터와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날이 더 길고 끝이 뭉뚝한 검이었다·

이에 맞서 나도 검을 빼들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마검을 쓸 순 없었기에 이번만큼은 일반 장검을 써야했다·

이전에도 설명했지만 검술 대련의 의의는 상대와 실력을 겨루어 그 우위를 점하는 데 있다·

우위를 점하는 기준은 검으로 상대방의 목을 취하는 것·

나로선 1년 만에 치르는 오랜만의 대련이었다·

-댕 댕 댕

이윽고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세트가 자리를 박차고 달렸다·

-쿵 쿵

생각보다 빠르다·

저런 피지컬에 근력과 속력이 더해진다면 저 검격은 막아도 막은 게 아닌 공격이 될 것이다·

“하앗!”

나를 반으로 쪼개버릴 생각인지 그는 망설임 없는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저걸 정면으로 받아냈다간 검을 놓침과 더불어 뼈가 아작 나겠지·

하지만 그럴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스르릉

전력으로 치고 들어 온 세트의 힘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세트의 곡도는 내 검으로부터 점차 미끄러져 갔으며 이내 서로의 도신이 엇갈려 나갔다·

“···!”

암살자에게 필요한 것은 힘이 아닌 예리한 정교함이다·

이런 단순한 체급 차이는 굳이 마법이나 비기를 쓰지 않아도 극복할 수 있는 아주 가벼운 요소에 불과했다·

“우왓!”

공격 대상을 잃은 세트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버렸다·

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등을 보인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챙!

그래도 모래의 왕자란 별칭이 허투루 있는 건 아닌 듯하다·

보통이었으면 이미 검을 놓치고 목을 내놓았을 터·

허나 세트는 절체절명의 순간 마치 종이를 접듯 유연하게 허리를 틀어 내 검을 간신히 막아내었다·

-후웅!

그러곤 빠르게 자세를 잡아 다시 한 번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슬쩍 하고 피하니 세트는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자칫 한 번에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

녀석은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

그는 외마디 웃음과 함께 갑자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우두둑

살벌한 뼈 소리가 대련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내 검을 돌려 잡고선 다시 한 번 나에게 달려들었다·

-타앗!

그래도 이번엔 무턱대고 오지 않았다·

곡도의 사정거리를 이용해 어느 정도 간격을 벌린 채 반격이 허용되지 않는 범위에서 검격을 이어나갔다·

-챙 챙 챙

장내엔 검이 부딪치는 파열음 밖에 들리지 않았다·

쉴 새 없이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긴 하나 안타까운 건 그 중에 유효타는 없다는 것이다·

녀석도 그걸 아는 듯 자신만만했던 얼굴도 어느새 일그러져 갔다·

-스릉

사선으로 빗겨 친 그의 검이 또 한 번 내 도신으로부터 미끄러져 갔다·

“두 번은 안 통한다!”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스텝을 밟은 세트는 재빨리 검의 궤도를 바꿔냈다·

아래에서 위로 치고 오던 검은 어느 샌가 찌르기로 변해 내 목으로 쇄도하였다·

-스윽

이에 나 역시 간결한 동작으로 스텝을 밟아 검을 회피한 뒤

-깡!

어리둥절한 그의 목으로 검을 겨누었다·

세트의 곡도는 이미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하하····”

웃음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는 세트·

일단 대련은 끝났다·

남은 건 저 친구가 자신의 패배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뿐·

보통 자기애가 큰 이들은 그만큼 자존심도 강해 자기가 졌다는 생각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저 근육 친구도 나름 이기는 일을 밥 먹듯이 해왔을 테지·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진 몰라도 그는 아무런 말없이 거구의 몸만 움찔대고 있었다·

일단 검을 물리고 조금 떨어져 보았다·

“역시 대단하군 시안 베르트· 내 패배를 인정하겠다·”

예상과 달리 그는 쿨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확실히 검술에 대해선 나보다 높은 경지에 있군· 지금으로선 널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상대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그의 검술도 결코 일반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타고난 힘을 이용해 상대를 압도하려는 것이 아닌 자신의 무력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아는 것·

이걸 열한 살 소년이 깨우치기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원시원한 친구인데?

세트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주우며 말했다·

“질척이는 건 싫지만 왠지 이대로 끝내고 싶지는 않군· 괜찮다면 네게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을까?”

역시 한 번으로 안 되겠다는 건가?

뭐 그래도 패배를 인정 못하겠다며 찡찡거리는 것보단 낫지·

나는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챙그랑!

“···?”

뭐야 난데없이 검은 왜 던져?

다시 한 번 검으로 도전하겠다는 의미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의 몸에서 마나와 더불어 살갗을 스치는 모래 바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뭐 하자는 거지?”

“이렇게 된 이상 널 무슨 수로든 이겨야겠다· 시안 베르트!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 부을 것이니 너 또한 모든 힘을 쏟아 부어라!”

잠시나마 쿨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저 친구 엄청나게 뒤끝 있는 놈이었다·

* * *

특등석에 앉아 대련을 지켜보던 총장 쿤델·

그는 지금 대련장에 자리한 두 학생이 참으로 당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대련은 학생들 간의 실력을 겨루는 것을 목적으로 두며 이를 위한 수단은 대부분 마법이었다·

시안과 세트의 신체 등급은 각각 S 와 A·

이번 신입생 중 가히 최고의 등급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본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마법의 발전을 추구하는 곳이다·

신체 등급? 물론 중요하다·

허나 신체 등급은 솔직한 말로 더 고차원의 마법을 구사하기 위해 받쳐주는 요소일 뿐·

사람들에게 신체 등급과 마법 등급 중 뭐가 더 중요하다고 묻는다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마법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세트 샤하르칸의 마법 등급은 3성으로 이번 신입생들 중 가히 최고의 경지였다·

반면 시안 베르트의 마법 등급은 1성·

마법으로 붙는다면 사실상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허나 저들의 분위기를 봐라·

마법을 쓰려는 낌새는 전혀 보이지 않고 순수하게 검술로만 승부를 지으려 한다·

‘서로 타협이라도 한 것인가?’

하기야 대련을 신청했던 세트도 처음엔 무투 대련을 원했다고 하니 저들은 애초부터 자신의 신체 등급을 바탕으로 승부를 짓고 싶었던 것으로 보였다·

-챙 챙 챙

웅장한 하모니마냥 대련장에 울리는 파열음·

세트는 확실히 자신이 가진 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곡도의 긴 사정거리에 무력을 접목시킨 무지막지한 검격·

보통의 학생이라면 아마 1합도 버티지 못한 채 검을 놓칠 것이다·

하지만 저 시안의 움직임을 봐라·

그는 지금 S등급에 걸맞은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았다·

딱 열한 살 소년이 구사할 수 있는 중간 정도의 힘·

오직 그 정도의 힘으로 세트의 묵직한 검격을 모두 흘려내고 있었다·

상급 기사에 비견될 만한 예리하고 정확한 움직임·

총장은 둘째 치고 대련을 지켜보던 검술 교관들의 표정이 특히나 가관이었다·

-깡!

끝났다·

비장의 한 수마저 흘려버린 시안은 세트의 검을 쳐냈고 그대로 목에 검을 겨누었다·

다소 결과는 허무할지언정 과정 자체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 와중 뒤늦게 대련장에 도착한 시리카가 급히 관중석에 앉았다·

“자네가 대련에 늦다니 의외로군·”

“죄송합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좀 늦었습니다· 대련은 어떻게 됐습니까?”

“끝났네· 비록 검술 대련이긴 했어도 저 시안이라는 학생이 사실상 압도했다고 봐야겠지·”

“그렇군요·”

총장은 힐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무덤덤한 것이 딱히 동요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휘이이잉!

그 순간 대련장에 거센 바람이 일면서 마나의 기운이 퍼져 올랐다·

“저 학생! 지금 무엇을···?”

휘몰아치는 바람엔 굵은 모래 알갱이들이 뒤섞여 있었다·

“샌드 허리케인(Sand Hurricane)!”

술식과 함께 세트는 자신의 발밑으로부터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발생시켰다·

모래와 뒤섞인 회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으며 점차 크기를 넓혀가고 있었다·

허나 문제는 지금 저 모래폭풍 자체가 아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마나였다·

“저 세트라는 학생 분명 마법 등급이 3성이라고 하지 않았나?”

“마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이 기운은····”

-텅!

순간 마법 결계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현재 대련장에 서려 있는 마법 결계의 등급은 4성·

학생들의 마법 등급을 고려해 설치한 것이지만 지금 결계 상태는 상당히 위태로웠다·

그 말은 즉 지금 세트가 구사하고 있는 마법력이 결계의 등급을 웃돌고 있다는 소리였다·

“허 자신의 마법 등급을 뛰어넘는 경지라···· 아무리 전력을 다 쏟아부었다지만 실로 이례적인 경지로군·”

총장은 흥미로운 듯 턱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우 웃고 계실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잘못하면 결계가···?”

-쩌적

아니나 다를까 곧 마법 결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허나 이를 신경 쓸 리 없는 세트는 몸에 모래 폭풍을 두른 채 시안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결계 보강해!”

이에 놀란 교관들이 황급히 대련장으로 나가 결계를 재구축하려던 그 순간

-후우웅!

시안 쪽 방향에서 알 수 없는 검은 구체가 나타났다·

“···!”

발현된 구체는 질주하는 세트의 모래 바람을 전부 흡수하기에 시작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같던 폭풍은 점차 힘을 잃고 소멸했으며 마나 기운 또한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무(無)의 구체?”

쿤델 총장의 눈이 한순간 번뜩였다·

저 힘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둠 속성의 마법은 기본적으로 살상력이 없다·

불처럼 태울 수도 물처럼 휩쓸 수도 번개처럼 파괴할 수 도 없었다·

이것은 어둠 속성이 대륙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했던 주된 이유이기도 했다·

허나 살상력이 없다 해서 위협적이지 않다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어둠의 이명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이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무효화할 수 있는 속성이었다·

무(無)의 구체·

어둠 속성 고유의 마법·

어렵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냥 눈앞에 있는 모든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마법이다·

속성만 맞다면 1성 등급 보유자도 구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마법·

하지만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항상 상대의 마법 등급보다 높은 경지에 있어야만 했다·

한데 지금 눈앞의 상황은 무엇인가?

순간적으로 4성까지 치솟았던 세트의 마법을 고작 1성의 시안이 무효화시킨 것이다·

“····”

폭풍이 휘몰아친 대련장엔 고요한 정적만이 남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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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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