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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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레메아 골짜기 (1)

해는 동쪽어귀에 있는데 하늘은 매우 불그스름하다·

마치 석양노을이 질법한 저녁하늘을 연상시키지만 놀랍게도 지금은 아침이다·

푸르디푸른 대륙의 하늘과는 정반대의 광경·

깎아져 내린 절벽위로 메마른 바람이 불어왔다·

그 아래엔 갖은 살기의 기운으로 넘쳐나는 레메아 골짜기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살다 살다 진짜 여길 다시 오게 되네·

[흐음~ 이 혈기에 가득 찬 냄새! 잠에서 깬 이후로 가장 상쾌한 기분이야!]

케이람은 이미 몸을 베베 꼬면서까지 기운에 취해 있었다·

[이봐 주인아! 마수들은 언제 잡으러 갈 거야? 얼른 가자! 나 도무지 못 기다릴 것 같아!]

그녀는 급기야 내 머리 위에 자기 얼굴을 올리고선 이상한 스킨십까지 감행하고 있었다·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고 주먹이 절로 쥐어졌다·

아 진짜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눌러버리고 싶은데····

“전선에 온 기분은 어떠하냐 시안?”

“새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조용합니다! 레메아 골짜기는 원래 이런 곳입니까?”

“당장은 그렇게 보이겠지· 허나 이곳은 언제 어디서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칠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다· 그러니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또한····”

공작이 여러모로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지금 머릿속엔 오로지 이 변태 마검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격한 고민 뿐·

[왜 이리 얼굴이 찌푸려져 있어? 설마 나 때문인 거 아니지?]

당연히 너 때문이지!

이 변태 마검 알면서 이러는 거다·

지금 내 옆엔 공작을 비롯한 수십의 수호기사들이 위치한 상태·

도합 100개가 넘는 눈동자들이 몰려 있건만 그녀를 볼 수 있는 자는 오로지 나뿐이었다·

내가 섣불리 행동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그동안 풀지 못한 욕구(?)들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기를 모아 손가락을 튕기려는 것을 몇 번이고 참아내고 있다·

“···그러니 설사 위기에 직면한다 한들 누군가의 도움은 바라지 말거라·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챙겨야 하는 법이니· 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저 말은 거짓말이다·

아마 마수들과의 전투가 시작된다면 아버지는 가장 먼저 나를 보호하려 할 것이다·

일단 원하는 대로 전선에 오긴 했지만 아직은 보는 눈이 많았다·

즉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행동범위가 매우 작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예상했던 일·

본디 뛰어난 암살자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은밀하고 위대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금의 나라면 더더욱····

공작과의 진영 탐방을 마친 뒤 그가 마련해준 전용 캠프로 향했다·

매 순간 언제 일이 터질지 모를 급박한 곳인 만큼 사치스러운 가옥들은 없었다·

그나마 고위급 방문자들이 이용하는 안전 가옥이 있긴 하나 그것은 내가 원치 않았다·

그래도 아버지로부터 어느 정도의 배려는 받아 1인용 독단 막사를 받게 되었다·

물론 나 혼자 사는 건 아니지만···

천막을 걷어내니 침대에 앉아 이불을 꽁꽁 뒤집어 쓴 여인이 보인다·

나의 유일한 직속 시녀 에밀리였다·

“오 오셨어요 도련님?”

내가 온 것이 확인되자 고개를 쑥 내민다·

[쟨 대체 왜 데려온 거니?]

따라 들어온 케이람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에밀리에게 다가갔다·

“감기 걸린 것도 아니면서 이불은 왜 뒤집어 쓴 거야?”

“도 도련님도 참 강심장이시네요! 아무리 그래도 여긴 전선이에요! 언제 어디서 마족들이 나타나 우릴 잡아먹을지 모른다니까요!”

급기야 침대 속으로 얼굴을 파묻으며 자신을 감싸고 있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안쓰러울 지경이다·

[참나 얘는 뭐 이래 가지고 시녀로서 쓸 수나 있겠니? 아님 다른 목적으로 데려온 거야?]

“적어도 네가 생각하는 목적은 아니겠지····”

[어머? 내가 뭘 생각했을 줄 알고?]

케이람은 한껏 웃으며 내 등을 툭툭 치고 있었다·

사실 에밀리가 이곳에 온 건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허드렛일은 일반 사병들이 해주면 그만·

나를 위해서라면 공작이 열 댓 명은 붙여줄 수 있다·

그녀는 순전히 내가 공작에게 부탁하여 데려온 동행인이었다·

“뭐라 하셨어요 도련님?”

“아니야· 그보다 계속 그렇게 싸매고 있을 거야?”

“당분간은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리 제가 대체 불가한 도련님의 시녀라지만 여기서까지 도련님을 잘 모실 수는 있을지····”

확실히 ‘나에게 시종은 너 하나뿐이니까!’ 같은 삼류 소설에나 나올 법한 목적으로 데려온 건 아니었다·

그녀를 데려온 목적은 명백히 따로 있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갈래?”

“정말요?”

“그래· 아무래도 내 생각만 하고 널 데려온 것 같아· 어린애도 아니고 괜히 객기를 부렸네····”

“도련님 어린애 맞아요····”

순간적으로 움켜쥔 주먹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풀어냈다·

“암튼 네가 원한다면 기사들에게 얘기해서 바로 보내줄게· 까짓것 잡일쯤이야 내가 혼자 하지 뭐·”

정말로 보내줄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자 에밀리는 고심하는 듯 보였다·

[뭐야? 그럴 거면 쟨 진짜 왜 데려온 건데?]

케이람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묻지만 괜찮다·

내가 이렇게 말한 이상 그녀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니·

“제 제가 여기로 온 거 도련님의 의사였던 거죠?”

“물론이지·”

1초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그녀의 경직된 얼굴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여 역시 도련님은 제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네요· 무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참고서 남아볼게요·”

“괜찮겠어? 무리하지 않아도 돼·”

“대신 마족들이 쳐들어오면 전 도련님께서 지켜주셔야 돼요? 아셨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자기보다 한참 어린 꼬마한테 지켜달라는 말을 하고 있다·

비록 눈치 없고 엉뚱하며 요리 실력은 바닥을 기는 시녀지만 싫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드는 참 묘한 시녀였다·

얼굴만 삐죽 빠져나온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걱정 마· 마족들은 이곳에 얼씬 조차 못할 테니까· 내가 있는 한 넌 안전할거야 에밀리····”

나름 주인다웠던 모습에 감동이라도 느낀 것일까?

에밀리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글쎄요? 도련님보다는 율켄님 같은 수호기사들이 무서워서 안 오지 않을까요?”

“····”

그냥 내쫓을까?

* * *

-댕! 댕! 댕!

진영 캠프 전체에 울리는 묵직한 종소리·

그와 동시에 캠프 북서쪽 하늘에서 노란빛의 광채가 떠올랐다·

중급 마계 생물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

즉각 근처에 대기 중이던 모든 기사들이 해당방향으로 향했다·

“쿠워어어!”

한손엔 거대한 손도끼를 지닌 괴수들이 맹렬한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앞 뒤 안 가리는 습성에 손에 집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식인마수 ‘오거’들이다·

보기엔 멍청하고 둔해보일지언정 저들의 손아귀에 잡히면 즉각 온몸에 뼈가 아스러진다·

놈들이 골짜기를 넘어 이곳에 쳐들어온 이유는 간단하다·

배가 고픈 것이다·

그들 또한 엄연히 생식활동을 하는 생명체·

살기 위해선 먹어야했고 먹기 위해선 식량을 찾아야 한다·

그 식량의 냄새를 찾아 이곳으로 온 것이지만 발을 잘 못 들였다·

이곳은 인간계 최강의 기사들이 몰려 있는 곳이니 말이다·

“즉시 진영을 구축하고 괴멸작전을 진행한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공작의 지시가 떨어지자 제일 먼저 하얀 가운을 두른 마법 기사들이 마나를 방출했다·

“빛의 심판이 악을 구원하리···!”

-기이잉

술식과 함께 오거들의 발밑으로 순백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이윽고 아래에서 하얀 사슬들이 튀어나와 그들의 몸을 끌어당겼다·

-쿵!

몇몇 힘을 견디지 못한 오거들이 그대로 넘어져버렸다·

빛 속성 마법 ‘구원의 속박’

8성급 이상 고위계 마법사들 중 오직 빛 속성을 가진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상급 전투 마법이었다·

오거들 중 일부는 눈조차 뜨지 못했으며 이내 도미노처럼 서로를 밀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나머지 기사들이 하늘로 비상했다·

-쐐액!

하늘 위에서 춤추는 검무에 오거들은 속수무책으로 난도질당했다·

그들의 피부는 웬만한 금속보다도 단단했지만 상급기사들의 검기를 당해내진 못했다·

-쿵

끝끝내 버티던 마지막 한 마리도 마침내 목이 베이며 쓰러졌다·

전부 괴멸된 것을 확인한 공작이 다시금 명령을 내렸다·

“이상부위는 없는지 확인한 뒤 전부 소각한다· 이후 빠르게 본래 구역으로 복귀하도록····”

기사들은 일체의 흐트러짐 없이 상황을 정리해나갔다·

그 모든 광경들을 빠짐없이 지켜보던 난 돌아서던 공작과 눈이 마주쳤다·

“····”

나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를 숙였다·

전선에 온지도 벌써 한 달·

지금 같은 상황은 이곳 전선에서 일상과도 같았다·

하루에 3~4번 정도 중하급 마수들과의 전투가 발생하는데 대부분 베르트 공작의 지휘하에 모조리 괴멸되고 있다·

언뜻 쉽게 처리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만큼 출현하는 마수들과 관련해 각각의 대응 매뉴얼들이 잘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난 그 전투에 당연히 직접 참여하진 않는다·

참여할 생각도 없을뿐더러 검에 손이라도 댔다간 기사들이 바로 저지할 것이다·

내 위치는 언제나 전투에서 가장 안전한 최후방·

애초에 싸울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열 살 소년에게 검 들고 나가서 싸우라고 하는 게 미친 짓이지·

이윽고 대기하고 있던 불 속성 마법사들이 나타나 마수들의 시체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니 기사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본래의 구역으로 되돌아갔다·

나 또한 다시 막사로 되돌아왔다·

“오셨어요 도련님?”

짐을 정리하고 있던 에밀리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이번엔 뭐였어요?”

“오거·”

“으 그 식충이들은 진짜 머리에도 음식이 들었나? 진짜 하루에 한 번은 정해진 것 마냥 꼬박꼬박 찾아오네요!”

마족의 ‘마’자만 들어도 벌벌 떨더니만 어느덧 마수들의 욕도 서슴지 않는 그녀였다·

비록 진영캠프 한정이긴 해도 그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활개할 만큼 적응을 완료한 듯 보였다·

어느덧 해는 서쪽하늘로 넘어들었고 곧 깜깜한 밤이 찾아왔다·

전선의 밤은 대륙과 마찬가지로 칠흑의 검은 하늘이 펼쳐졌다·

그 말은 즉 나의 본격적인 활동 시간이 다가왔음을 의미했다·

“오늘도 운동 나가시려고요?”

주섬주섬 무언가를 준비하는 내 모습에 에밀리가 물었다·

“당연하지· 운동은 꾸준함이 중요한 거니까·”

“공작님이 아시면 정말 기특해 하시겠네요· 근데 굳이 이렇게 숨길 필요가 있을까요?”

“됐으니까 평소 하던 대로 해줘· 난 지금부터 자고 있는 거다?”

침대 위에는 정확히 내 신체와 비슷한 크기의 포대기들이 뭉쳐져 있었다·

어설픈 위장일지언정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으면 꽤 그럴듯해 보인다·

준비를 마친 나는 곧바로 막사 밖으로 나왔다·

순찰중인 기사들의 눈을 피해 곧 진영캠프 뒤쪽에 자리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울창한 수풀들을 지나고 나니 곧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가 등장했다·

까딱 발을 잘못 디뎠다간 그대로 나락행이 될 만큼 가파른 높이였다·

-휘이잉

아래에선 절대로 뛰어내리지 말라는 듯 스산한 살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1초의 망설임 없이 그 아래로 몸을 던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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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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