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3화
733. 인기
칠성 병원 별관 VIP 전용 휴게실.
정유진과 함께 나온 주영인은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유진이 너 소연이가 저래도 괜찮아?”
“뭐가?”
“소연이 쟤. 윤호 오빠한테 의존하는 거 봤잖아. 저러다가 윤호 오빠한테 앞으로도 저렇게 찰싹 달라붙으면 어쩌려고?”
정유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반문한다.
“저게 어때서? 소연이 입장에서야 윤호 오빠 아니면 자기 처지를 알아주고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 저러는 거잖아.”
주영인은 정유진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장소연이 정윤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감사하다는 감정 그 이상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소연이가 윤호 오빠를 저런 눈으로 보는 걸 지켜보겠다는 거야?”
정유진이 오히려 반문한다.
“그러면 넌 오빠보고 소연이를 버리라는 뜻이야 지금?”
주영인이 발끈한다.
“야 넌 사람을 뭐로 보고 그딴 소리를 해? 누가 당장 그러재? 동생들 데려올 때까지는 봐줘야지! 내 말은 그 이후도 계속 보고 있을 거냐는 거잖아.”
정유진이 주영인을 쳐다보다 한숨을 푹 내쉰다.
“그거야 윤호 오빠가 결정할 일 아냐?”
“헐~ 대박. 넌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정유진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 윤호 오빠는 다정하긴 해도 선은 잘 긋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윤호 오빠한테 소연이는 보육원 시절에 챙겨 주던 막내 같은 애인데 뭘.”
“야 정유진. 정신 차려. 너 오늘 소연이 못 봤어? 소연이 쟤. 보통 애 아냐.”
“그래. 예쁘긴 하더라.”
“예쁘단 말을 하자는 게 아니잖아!”
아니라고 발끈했지만 사실 주영인은 오늘 브랜드 콘퍼런스장에서 본 장소연의 모습에 긴장한 상태였다.
큰 키에 매혹적인 눈빛을 가진 장소연은 콘퍼런스 현장에 모인 관계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장소연을 경계하는 이유는 단지 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소연이 보여준 또 다른 모습 때문이었다.
“소연이 쟤 오늘 발에서 저렇게 피를 철철 흘릴 정도로 엉망이 되는데도 신음 한번 안 흘린 독한 애야. 그런 애가 윤호 오빠 좋아서 덤벼들면 물불 가릴 거 같아?”
“그러니까 네 말은 싹을 잘라 놓자고?”
“그래! 내가 말한다고 윤호 오빠가 들어줄 리가 없으니까 너한테 말하는 거잖아!”
주영인의 다급한 마음은 알지만 정유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설령 소연이가 윤호 오빠를 좋아한다고 해도 바뀔 건 없어. 윤호 오빠가 지금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은 데 연애를 해? 우리 오빤 연애할 시간 없어.”
주영인이 답답해서 가슴을 치기 시작한다.
“정유진. 전쟁 중에서도 연애하고 결혼하고 다 해. 그런데 너 정말 이렇게 안이하게 굴래?”
“안이한 게 아니라 그냥 오빠를 아는 것뿐이야. 그리고 오빠를 믿는 것뿐이고.”
주영인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참~ 이런 데서는 너랑 나랑은 안 맞는 거 같다.”
“맞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됐다. 내가 너랑 무슨 이야기를 하겠니. 넌 너대로 난 나대로 하자. 하여간 난 쟤 그냥 보고 있을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둬.”
주영인은 지금도 정윤호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서 짜증이 난 상태다.
물론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정유진이라지만 오늘 콘퍼런스에서 본 진아람 대표 대행도 대천 그룹의 이하윤도 정윤호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았다.
거기에 오늘 현장을 사로잡은 장소연까지.
자신이 찍어 둔 남자의 위상이 자꾸만 올라가고 강력한 경쟁자들이 연달아 등장하자 주영인은 조급한 마음이 생기고 있었다.
“난 갈 테니까 윤호 오빠한테는 스케줄 때문에 갔다고 말해 줘. 꼭!”
“알았어. 그 정도는 말해 줄게.”
주영인은 몸을 홱 돌리며 속으로 생각을 갈무리했다.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 정유진.’
* * *
별관 복도 끝으로 주영인이 사라지자 정유진의 입에서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나도 알아 주영인. 전쟁 중에 사랑이 꽃핀다고 했지? 하지만 그것도 꽃이 자라날 땅 한 뼘의 여유는 있어야 해.”
정유진의 눈에도 장소연이 정윤호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는 않았다.
정윤호가 미소를 구해 줬을 때의 자신처럼 동경 그 이상의 감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대로 움직이기에는 정윤호를 둘러싼 현재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상장을 앞두고 있다 보니 회사 안팎으로 정윤호를 노리는 이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정유진은 그런 정윤호에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은 정윤호의 백기사였으니까.
‘네 사랑은 쟁취하는 거라면 내 사랑은 지지해 주는 거야. 주영인.’
강요와 압박으로 얻어내는 사랑은 집착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정유진은 그런 선택을 정윤호에게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죽은 언니가 시집가기 전날 밤에 했던 충고도 떠올랐고.
-유진아. 언젠가 네가 좋은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
-뭐?
-사랑을 주되 받으려고 하지 마.
-헐~ 대박. 그게 뭐야? 완전 손해 나는 거잖아! 난 그런 거 안 해!
-언니 말 들어 유진아. 네 마음을 채워 준 것에 고마워할 줄 알고 곁에서 지켜봐 주면 그 사람은 반드시 너한테 올 거야. 만약 네가 고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바로 못 알아보는 것 자체가 좋은 사람이 아니잖아. 하여간 난 싫어! 날 안 봐주면 막 할퀴고 때려줄 거야. 사랑이 신앙도 아닌데 왜 바라만 봐? 내가 해바라기야?
-에효~ 이런 꼬맹이를 두고 내가 어떻게 시집을 가지?
-내가 왜 꼬맹이야? 흥! 난 형부보다 훨씬 더 잘난 사람 만날 거니까 걱정하지 마!
-글쎄? 그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아~?
-으웩. 닭살! 됐으니까 빨리 잠이나 자! 얼굴 팅팅 부어서 내일 아침에 드레스가 안 맞을지도 몰라. 언닌 얼굴이 동그래서 얼굴 부으면 달덩이가 된단 말이야.
-요게? 달덩이는 누가 달덩이라는 거야? 넌 이제 죽었어!
-엄마! 언니가 나 막 괴롭혀어~~
그날 밤 파자마를 입고 알지도 못하는 ‘사랑’에 대해서 언니와 싸웠던 기억은 너무도 소중해서 아직도 생생했다.
‘언니. 언니 말이 맞았어.’
다만 딱 하나는 언니가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언니. 나 형부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았어.’
정유진은 병실 밖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마치 하늘에 있는 언니에게 말을 하듯 말이다.
정윤진은 주영인의 말을 머릿속에서 지운 뒤 자판기로 향했다.
달캉.
정유진은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잔 정윤호에게 줄 ‘THE 베스트’ 커피 2캔을 뽑은 뒤 병실로 향했다.
* * *
VIP 병실로 돌아온 유진이가 방실방실 웃는다.
“영인이는?”
“아 급한 스케줄 때문에 갔어요.”
표정을 보니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말하기 싫은 모양이다.
“오빠. 이거 드세요.”
유진이가 이야기를 돌리려고 ‘THE 베스트’ 두 캔을 내민다.
사람은 장소연과 나 유진이 셋인데 커피는 두 캔이다.
“커피가 왜 두 개밖에 없어?”
“아 자판기에서 두 개밖에 안 나와서요. 오빠. 완판남이에요 완판남.”
‘THE 베스트’ 커피는 내가 블렌딩을 한 제품으로 요즘도 매일 5억 원어치가 판매되고 있었다.
“매니저가 완판남이 되면 뭐 해? 배우가 완판남이 되어야지.”
난 그렇게 말한 뒤 유진이에게 받은 THE 베스트 커피 한 개를 먼저 장소연에게 건넸다.
“소연아. 이거 너 마셔.”
장소연이 커피를 받아 들고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이제 남은 커피는 하나다.
달칵.
남은 캔 뚜껑을 딴 뒤 조금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던 유진이에게 내밀었다.
“자 유진아.”
유진이의 눈이 큼지막해진다.
“응? 이걸 왜 저한테 줘요?”
“두 개밖에 없으니까 넌 나랑 나눠 마셔야지. 반만 남겨줘.”
병실에 컵도 없고 빨대도 없었기에 그냥 건넸다.
그런데 유진이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얜 왜 웃지?
이 포인트에서 뭐가 기쁜 건데?
그런데 유진이는 이번에는 어떻게 마실까 고민하기 시작한다.
“입 대고 마셔도 상관 안 하니까 그냥 마셔. 협찬받은 옷에 흘리지만 말고.”
현재 유진이는 ‘아시아 브랜드 콘퍼런스’에서 바로 이 병원으로 함께 온 터라 L.M.L에서 협찬받은 옷을 입고 있다.
“알았어요.”
유진이가 씩 웃더니 가볍게 입을 대고 커피를 마신다.
꼴깍꼴깍.
“카~ 맛있다.”
유진이가 다시 커피를 내민다.
“오빠. 마셔요.”
“그래.”
유진이가 내민 커피를 마셨다.
꼴깍꼴깍.
응?
반만 남겨달라고 했는데 유진이는 거의 마시지 않았다.
‘우리 무인도에서 서로 물 남겨주기 하는 거니?’
만약 무인도라면 나도 입만 대고 돌려줬겠지만 여기는 도시다.
오늘 하루 정신이 없었던 터라 목이 너무도 말랐기 때문에 커피를 원샷으로 비웠다.
차가운 ‘THE 베스트’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다.
내가 블렌딩한 제품이지만 언제 먹어도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크흐~”
“맛있죠?”
“그래. 너랑 나눠 먹으니 더 맛있는데? 아무튼 이제 조금 정신이 드네.”
순간 장소연의 손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게 보인다.
하지만 장소연이 내민 캔을 받을 순 없었다.
난 어색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TV에서 <먹방 유람단> 3화 ‘여수 편’이 방송되고 있다.
덕분에 자연스레 병실에 있는 우리의 시선이 TV로 향한다.
그런데 유진이가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다.
이번에는 또 왜 웃는지 모르겠다.
TV 화면 속 <먹방 유람단>에 미소가 등장해서 그런 건가?
* * *
<먹방 유람단> ‘여수 편’은 여수 여행을 마친 하루 일행들이 ‘여수 멸치국수’와 ‘여수 갓김치’를 먹는 내용이다.
TV 화면 속 주문받은 가게 주인은 둥그런 쟁반에 네 그릇의 잔치국수와 갓김치를 내놓는다.
탁.
테이블 위로 쇠그릇에 담긴 멸치국수와 갓김치가 올려진다.
멸치국수에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멸치 육수에 희고 탱탱한 소면이 그득 담겨 있다.
그리고 면 위로는 잘게 송송 썬 대파가 넉넉히 올라가 있고 그 위로 붉은 양념장이 아낌없이 끼얹어져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잘 익은 갓김치가 양념에 버무려져 있다.
순간 네 사람이 말없이 젓가락을 들고 먹방을 시작한다.
-후룩~ 후룩~ 후루룩.
하루가 면을 치는 소리.
-아사삭.
이태풍이 갓김치 씹는 소리.
-후룹. 카하아~
미소가 멸치국수 국물을 들이켜고 감탄사를 내뱉는 소리.
-꿀꺽.
요건 유진이가 침 삼키는 소리.
하루와 이태풍 그리고 미소와 배연진이 음식을 먹는 소리 때문인지 병실에선 연신 군침 삼키는 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울렸다.
그때 유진이가 갑자기 내 팔을 덥석 잡는다.
“오빠! 오늘 저녁은 멸치국수 앤~두~ 갓김취~? 오케이?”
“오케이!”
그때 어느덧 옷을 반납하고 병실에 온 이미리 대리와 양소리 대리도 침을 꼴딱 삼킨다.
“실장님! 저희도요!”
“그래. 병원 앞에 멸치국수 파는 데 있으니까 거기 가자. 란희 넌 포장해 달라고 해서 여기 소연이랑 같이 먹고.”
“알았어요.”
“그러면 다들 지금 바로 가자. 늦으면 앉지도 못해.”
아직 방송이 10분 정도 남았지만 지체할 수가 없다.
다들 빠르게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먹방 유람단>의 유현지 PD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정 실장!! 분당 최고 시청률 7.2% 떴어!!
<먹방 유람단>은 3화에 벌써 분당 시청률 7%를 넘기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쁘다기보다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든다.
<먹방의 대가> 때도 그랬지만 <먹방 유람단>의 방송이 나가면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식당은 자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난 폰의 마이크 부분을 손으로 막은 뒤 작게 외쳤다.
“시청률 7%! 다들 병원 앞 멸치국수집으로 먼저 뛰어!”
그 순간 모두가 병실을 뛰쳐나간다.
난 홀로 남아 유현지 PD의 전화를 이어받았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앞으로 더 쭉쭉 뻗어가야지. 아 참 그리고 조만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하루도 같이 들어오래. 표창장 준다는데?
<먹방 유람단>은 1편 경주 편 2편이 통영 편이었는데 그 두 편 만으로도 경주와 통영의 관광객이 급증했다고 한다.
“그렇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정 실장도 같이 가자. 문화관광부에서 정 실장 좀 봤으면 하더라고.
대체 왜 나를 보자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갈 수는 없지.
“아 예. 꼭 가겠습니다.”
난 전화를 끊은 뒤 침대에 누워있는 장소연에게 말했다.
“소연아. 그러면 일주일 동안 푹 쉬고. 란희한테 맛있는 거 많이 사달라고 해.”
“예. 오빠. 그리고 오늘 고마웠어요.”
“고맙긴. 그럼 나 간다?”
난 장소연에게 미소를 지어 준 뒤 앞서나간 일행들의 뒤를 따랐다.
* * *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병원 앞에 1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멸치국수집에서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현지 PD에게 3화 시청률이 분당 7.5%까지 상승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방송을 끝까지 본 사람들이 <먹방 유람단>의 이야기를 하며 가게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들은 가게 안에 있던 우리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어? 정유진 씨도 있었네? 유진 씨. 저 유진 씨 팬이에요! 화란전 잘 보고 있어요.”
“정 실장님. 오늘은 진짜라면 안 먹고 멸치국수 드십니까?”
유진이와 난 먹던 젓가락을 잠깐 멈춘 채 인사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에이~ 오늘은 멸치국수죠!”
다들 나처럼 멸치국수를 먹고 싶은 기분이라며 왁자지껄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치고 젓가락을 내려놓자 기다렸다는 듯 직장인들이 사진을 요구한다.
“죄송한데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어요?”
“죄송하긴요. 그럼 순서대로 찍을까요?”
유진이가 팬들과 사진을 찍는 동안 난 다음 손님을 위해 테이블 위를 정리했다.
그런데 병원 여직원 한 명이 다가와 내게 폰을 내민다.
“정윤호 실장님. 저랑 사진 좀 찍어 주시면 안 돼요?”
“저랑요?”
“예. 팬이에요.”
지난주 <전지적 관찰 시점>에 나온 거 보고 팬이 되었다고 한다.
“지난주에 엄청 감동이었는데 이번 주도 본방 사수하려고요.”
“아 예.”
난 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은 몰랐기에 어색하게 포즈를 취했다.
여직원이 내게 딱 달라붙더니 미소 지으며 브이자를 그린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다.
유진이와 사진을 찍은 여직원들이 내 팬이라며 옆으로 달라붙는다.
결국 먼저 사진을 찍은 유진이가 내 옆에 서서 외친다.
“우리 정 실장님이랑 사진 찍고 싶은 분~~ 제가 찍어 드려요!”
그런데 유진이가 왠지 더 신이 나서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정유진.
왜 네가 행복해하는데?
하여간 유진이 때문에 좁은 가게 안의 사람들과 모조리 사진을 찍어야 했다.
사진을 찍고 나자 유진이가 뿌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흠~ 윤호 오빠 인기가 날 뛰어넘은 듯한데요?”
“그냥 너랑 찍고 나서 덩달아 찍는 거겠지.”
“아녜요. 특.히. 여성 팬들이 많았잖아요.”
눈동자가 반달로 휘어진 걸 보니 당분간은 유진이가 이걸로 장난을 칠 기색이다.
어쨌건 우린 그렇게 팬들과 간이 미팅을 마무리 짓고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차를 타기 직전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발신자 : 대천 그룹 김애련 부회장]
“예. 부회장님.”
전화를 받았는데 김애련 부회장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정 실장. 혹시 유강석 대표한테서 연락 없었어?
“없었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조심해. 그 인간이 조금 전에 라이언 킴 총괄이사를 만나러 와서 광고를 취소해주면 몰래 뒷돈을 주겠다며 제안을 해왔었다고 하더라고.
딜이 안 되니까 뒤로 협상을 하려고 했다고?
유강석 대표다운 방법이다.
“유념하겠습니다.”
-그래. 정 실장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노파심에서 전화해 봤어. 그럼 조만간 회사에서 봐.
“예. 부회장님.”
전화를 끊자 마자 곧장 유강석 대표가 뭘 하는지 알아보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지잉~
진동이 울리더니 에브리데이가 알림을 알려온다.
[알림 : 2021년 3월 14일 ‘최덕배’의 새로운 일정이 등록되었습니다.]
난 그 즉시 새로운 일정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 주 <전지적 관찰 시점> 방송분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경고가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