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7화
717. 천사의 선물 3
채석현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강은기의 손을 호 하고 불고 있는 동안 이수찬은 채석현을 괴롭힌 놈들을 찾았다는 까톡을 보내왔다.
[이수찬 : 형님.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놈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서귀포시에 있는 현탁파 놈들이랍니다.]
난 애써 화를 억누르곤 물었다.
[정윤호 : 혹시 지금 데리고 있어?]
[이수찬 : 아뇨.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습니다. 보통은 현탁파 사무실 밑에 있는 당구장에서 머무는데 사진 속 인물이 맞으면 지금 가볼 생각입니다. 확인 좀 해주십시오.]
[정윤호 : 알았어. 그러면 일단 사진 좀 보내 봐.]
[이수찬 : 예.]
지잉~
이수찬이 사진을 보내왔다.
채석현의 외할머니가 말한 인상착의와 비슷했다.
난 곧장 채석현의 외할머니에게 다가가서 폰을 내밀었다.
“혹시 이 인간들 맞습니까?”
“마 맞아요. 이놈들이에요.”
범인을 찾았다.
난 그 즉시 이수찬에게 까톡을 보냈다.
[정윤호 : 현탁파 사무실 앞에서 기다려. 나도 간다.]
[이수찬 : 알겠습니다. 주소 찍어 보내겠습니다.]
그사이 강은기가 채석현의 손을 만지며 괜찮다고 말한다.
“석현아. 삼촌 하나도 안 아파. 괜찮으니까 그만해도 돼.”
“아닙니다. 석현이가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삼촌이 얼마나 튼튼한데. 이 정도는 하나도 안 아프니까 걱정하지 마.”
그때였다.
채석현이 어색하게 두 팔을 뻗으며 강은기를 포옹한다.
그러나 이건 자폐 아동으로선 엄청난 용기를 낸 거다.
자폐 아동들은 누군가와 접촉하는 걸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용서해 줘서 고맙습니다. 은기 삼촌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순간 강은기가 감정이 치솟아 오른 듯 채석현을 꼬옥 껴안아 버렸다.
“서 석현이도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삼촌이 나쁜 놈들을 다 잡아서 혼내 줄게. 알았지?”
채석현이 고개를 들고 묻는다.
“아이빅처럼 말입니까?”
“그래. 아이빅처럼. 나쁜 놈들 싹 다 물리쳐 줄게.”
채석현이 씨익 미소를 짓는다.
“감사합니다.”
그 순간 채미현도 채미현의 할머니도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유정애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채석현을 만난 첫날 이처럼 가깝게 다가와 준 사람은 처음이라면서 말이다.
난 포옹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의 감정이 잦아들길 잠깐 기다렸다.
그러다 강은기를 보며 갤럭티카 노트에 메시지를 썼다.
[은기야 그놈들 찾았단다.]
강은기가 채석현과 포옹한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녀석의 눈에 살기가 돈다.
그래서 난 급히 노트 메모장에 글자를 썼다.
[얼굴 풀어. 석현이가 너 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동안에 석현이랑 놀아 줘.]
강은기는 현재 특사로 감옥에서 나온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현재 <전지적 관찰 시점> 촬영 중이고 ‘천사 치킨&피자’의 회사 인수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러니 문제에 휘말려선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은기의 눈이 돌아가면 에브리데이에 뜬 오늘의 운세가 바뀔 수가 있다.
부고(訃告)를 받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부고(訃告)를 보내는 걸로.
그래서 난 강은기를 이곳에 묶어 놓을 생각으로 채석현에게 말했다.
“석현아. 은기 삼촌 노래 잘해. 같이 노래 부르자고 해.”
채석현이 고개를 돌리고 날 쳐다본다.
“진짭니까?”
“그래. 은기 삼촌 노래 엄청~ 잘해.”
강은기의 얼굴에서 아까와는 다른 살기가 돈다.
녀석은 음치였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강은기.
넌 여기 있어야 해.
순간 채석현이 신이 나서 블루투스 마이크를 찾기 시작한다.
강은기가 날 노려보며 소리 죽여 입 모양으로 말한다.
‘윤호야. 부탁할게.’
‘걱정하지 마.’
난 강은기의 입 모양에 그렇게 답하고선 놈들을 만나기 위해 채석현의 집에서 나섰다.
* * *
중문 근처에 있는 오래된 5층 빌딩 앞.
1층에는 현주 다방이 있고 2층에는 동탁 당구장이 있다.
그리고 3층부터 5층까지가 사채를 굴리는 현탁파의 사무실이었다.
현재 이 사무실 앞에 있는 사람들은 경호 1팀의 이수찬네 식구들과 경호 2팀의 TOP 경호 쪽 사람들을 합해 10명이다.
이수찬이 먼저 현재 상황을 알려 준다.
“보스의 이름은 장현탁인데 이 빌딩 주인이라고 합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20년 정도 된 토착 조직이고요. 그리고 어제 그 세 놈들은 조직에 가입한 지 이제 막 3개월 된 놈들이랍니다.”
“한창 어깨에 힘 좀 들어갔을 때네. 알았어. 아무튼 여기 있다는 거지?”
“예. 주변 상인들한테 물어보니까 막 안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알았어.”
그때였다.
이수찬이 조심스레 말한다.
“형님. 저희도 마음 같아서는 그놈들을 패 죽이고 싶지만 그래도 참으셔야 합니다.”
혹시라도 내가 오늘 부고장을 날릴까 봐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난 짧게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석현이가 용서할 정도로만 사과받을 생각이다.”
“아 예. 알겠습니다.”
이수찬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어린다.
그래도 안전장치 하나는 마련해야겠다 싶었다.
난 그 즉시 H2 호텔의 박태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아침 박태석 대표가 자신이 제주도 출신이라서 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이고~ 정 실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셔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하하. 잘하셨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말씀하십시오.
“혹시 현탁파라고 아십니까?”
-흠. 압니다. 그쪽 보스 장현탁이 중학교 때 제 후배입니다. 그런데 혹시 그놈이 정 실장 쪽 사람을 건드렸습니까?
“현탁파 보스는 아니고 그 아랫놈들이 건드려서 연락드렸습니다.”
박태석 대표가 발끈한다.
-아니 어떤 놈이 감히 우리 정 실장네 식구들을 건드렸답니까?
“이제 막 조직에 들어온 하룻강아지들인데 원래 그럴수록 겁이 없잖습니까?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 싶은데 중재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연락해 보지요.
“감사합니다.”
달칵.
전화를 끊은 난 이수찬을 쳐다봤다.
“경호 2팀은 여기 계시고 수찬아 넌 그냥 나 따라만 와. 웬만하면 나서지 말고.”
“알았습니다. 저희도 특별한 일 아니면 안 나서겠습니다.”
“그래. 그럼 올라가 보자.”
현탁파의 사무실이 3층에서 5층이라지만 보스들은 대부분 이런 사무실에 없다.
놈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니 일단 세 놈과 차분하게 대화부터 해볼 생각이다.
* * *
따악-딱.
당구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당구공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당구장을 울린다.
다섯 개의 테이블 중 세 개의 테이블에서 당구를 치고 있다.
당구를 치는 놈들의 인원수는 10명.
그중 어젯밤에 채석현을 괴롭힌 세 놈도 구석진 테이블에서 당구를 치고 있었다.
그때 제일 안쪽에 있는 30대 초반의 해골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우릴 힐끔 쳐다보며 말한다.
“여긴 영업 안 합니다. 건너편에 송송 당구장이 있으니까 거기로 가쇼. 거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요.”
“아뇨. 당구를 치러온 게 아니라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사람?”
“예. 거기 뒤에 있는 세 명이 어젯밤 사고를 좀 쳐서 찾아왔습니다.”
그 순간 10명 모두의 얼굴이 빠르게 굳는다.
그러고선 오른손에 당구대를 든 채 천천히 다가온다.
“사고라니? 무슨 사고를 말하는 거요?”
해골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미간을 찌푸린다.
“제 조카가 조금 아픈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걸 보고 나뭇가지로 찌르고 등신이라고 불렀다고 하더군요. 삼촌 된 사람으로서 사과는 받아야 할 거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순간 맨 뒤에 있던 세 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대박. 그 등신 새X한테도 형님들이 있었네?”
“와~ 겨우 그것 가지고 우리 현탁파를 찾아온다고? 이 사람들 이거 간이 배 밖에 나온 거 아냐?”
아직 조직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놈들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그러자 해골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뒤로 쳐다보며 인상을 쓴다.
“이 새X들이. 조용히 안 해?”
채석현을 괴롭힌 세 명이 그제야 입을 다문다.
해골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다시금 날 쳐다본다.
“뭐 우리 애들이 조금 실수한 거 같은데 어린놈이 치는 실수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니요? 뭐 큰 사고 아니면 그냥 여기서 돌아가쇼. 그게 그쪽에도 이롭소.”
아마도 우릴 일반인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조폭이라면 자기들 조직을 밝히고 윽박부터 질렀을 테니 오해를 사는 것도 일은 아니다.
제주도의 지방 조폭이 강한파였던 이수찬의 얼굴을 알 리도 없고.
“아이 몸에는 상처가 별로 없지만 가슴속에 상처가 좀 크게 남아서요. 그러니까 전 저놈들에게 사과를 받아야겠습니다.”
해골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미간을 와락 일그러뜨린다.
“이 양반이 내 말이 X으로 들리나. 가슴속에 상처? 이보쇼. 가슴에 구멍 하나 크게 뚫리는 꼴 보고 싶소?”
“아뇨. 그러기 싫은데요?”
“그런데 겁도 없이 지금 우리 현탁파를 찾아와서 우리 새끼들 사과를 받겠다고?”
“예.”
그러자 해골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피식 웃으며 뒤를 쳐다본다.
“도준이 학성이 웅식이. 니들에게 사과받고 싶댄다. 이 양반이 정신을 못 차리는 거 같은데 니들 선에서 정리 가능하지?”
노란 머리를 한 도준이라는 놈과 귀걸이를 한 학성이라는 놈 그리고 금목걸이를 한 웅식이가 앞으로 나온다.
“10초 컷입니다.”
“전 5초면 됩니다.”
“전 3초면 됩니다.”
20대 초반의 녀석들은 본인들의 덩치가 크다 보니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래? 그러면 정신 좀 바짝 들게 해서 보내 드려라. 너무 심하게들 하지 말고. 적당히. 내가 늘 말하지? 적당히.”
“알겠습니다! 형님!”
이수찬이 앞으로 다가오려는 순간 손을 들어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이수찬이 그게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아뇨. 그게 아니라 적당히 하시라고요.”
3 대 1인데 내 걱정보단 상대 걱정을 해주고 있다.
나도 걱정 좀 해주지란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이수찬이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왜요? 형님. 그냥 1층에 가서 기다릴까요?”
“아니······. 그냥 갔다 올게.”
“예!”
난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 동생들을 두곤 혼자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금목걸이를 한 웅식이란 놈이 콧방귀 뀌며 맨 앞으로 나선다.
“와~ 간땡이 큰 거 보소. 어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하면 내가 형님들한테 말해서 살려는 드릴게.”
그때 노란 머리를 한 놈과 귀걸이를 한 놈이 웅식이의 어깨를 붙든다.
“누구 마음대로 살려 줘? 야 약한 소리 할 거면 비켜. 내가 처리할 거니까.”
“XX. 야 오늘은 내가 먼저야.”
서로 사람을 때리겠다고 나서는 이 현실이 너무도 개탄(慨嘆)스러웠다.
하긴 그러니까 채석현을 그렇게 괴롭혔겠지.
난 놈들을 향해 검지를 까닥였다.
“헛소리하지 말고 한꺼번에 덤벼. 어차피 한 방 거리인 놈들이 뭔 그리 말이 많아?”
그 순간 흥분한 세 놈들이 일렬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 새X가~”
“넌 오늘 뒈졌어~”
“씨X!!”
그래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지.
* * *
퍽. 퍽. 퍽.
한 놈에 한 방씩.
개탄(慨嘆) 펀치 한 방씩을 턱에 먹이자 놈들이 그대로 의식을 잃으며 고꾸라져 버린다.
쿵. 쿵. 쿵.
커다란 덩치들은 순서대로 차가운 당구장 바닥에 포개져 버렸다.
이수찬이 ‘적당히’ 하라고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갱생(更生) 펀치를 날릴 뻔했다.
채석현이 괴롭힘을 당했을 시간이 문뜩 떠올랐었기 때문이다.
그때 우두머리로 보이던 30대의 해골 티셔츠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친다.
“너 너 뭐야?”
세 명이 삽시간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당구장의 분위기가 단숨에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태연한 표정으로 당구대를 들고 있던 놈들이 양손으로 당구대를 꼭 쥐고 다리는 떨고 있다.
하긴 지방 조폭이 이런 광경을 봤을 리가 없지.
더군다나 TV도 잘 보지 않는지 내가 누군지 알지도 못한다.
“나는······.”
그때였다.
딸랑~
당구장 입구의 문에 달린 작은 종이 울리며 50대의 남자가 뛰어 들어온다.
“저 정 실장! 정 실장! 나 장현탁이오! 박 대표님 연락을 받고 왔으니 말로 합시다! 말로······ 어?”
뛰어온 장현탁이 현장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고 입을 쩍 벌린다.
“이미 끝났네?”
장현탁이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 맞은편에 있는 놈들을 향해 외친다.
“다들 당구대 놔! 이 사람이 누군지나 알고 이래?”
해골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외친다.
“큰형님. 이 사람이 누구길래 그럽니까?”
“하~ 미친 새X들. 이 양반이 요즘 제일 잘나가는 매니저 아냐! 거기다가 국대급 권투선수 출신이다 이 새X들아! 나 안 왔으면 니들 이미 다 죽었어! 빨리 당구대 안 내려놔?”
해골 티셔츠를 비롯한 나머지들이 침을 꼴깍 삼킨다.
장현탁은 큰소리를 친 뒤 숨을 들이마시며 날 쳐다본다.
“정 실장. 뭔가 우리 애들이 큰 사고를 친 거 같은데 자세한 사정을 못 들었소. 혹시 나한테 그 사정을 좀 말해 줄 수 있겠소? 잘못했으면 내 사과하리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입니다······.”
* * *
퍼버버벅.
“이 새X들아······ 할 짓이 없어서 남의 집 담을 넘어가? 거기다 아픈 애를 괴롭혀? 엉? 니들이 사람 새X들이야? 앙?”
상황을 알게 된 현탁파 보스가 비 오는 날에 먼지가 날 정도로 채석현을 괴롭힌 세 놈을 때리기 시작한다.
퍼억!
“아악! 자 잘못했습니다. 큰형님.”
“아아악. 주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으면 그냥 죽어 이 새X들아!”
퍼억.
장현탁의 두툼한 손이 놈들을 인정사정없이 때리고 있다.
H2 호텔 박천석 대표가 뭐라고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장현탁은 내게 잘 보이려 과하게 힘을 쓰고 있었다.
결국 난 현탁파의 보스를 말렸다.
이만하면 충분하고도 남으니까.
“이쯤 하시죠. 전 앞으로 안 그러겠다는 약속만 받으면 됩니다.”
“헉헉헉. 아 알았습니다.”
현탁파 보스가 세 사람을 보며 말한다.
“빌어 이 새X들아!”
그러자 세 사람이 엉거주춤 무릎을 꿇는다.
채석현을 괴롭힌 세 사람의 얼굴은 벌에 쏘인 것처럼 팅팅 부풀어 올라 있다.
난 장현탁에게 혹시 이들을 촬영해도 되냐고 물었다.
“마음대로 하십쇼.”
이렇게 사과하는 걸 찍어 가지 않는다면 강은기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그땐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이 정도는 해 가야 했다.
그때 세 사람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기 시작한다.
“저희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찾아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얼굴이 팅팅 부은 세 사람은 연신 사과를 하며 비굴하게 손을 싹싹 빌기 시작한다.
어젯밤 자신들보다 약한 채석현을 괴롭힌 대가로 그들은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착하게 좀 살자. 응?’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였다.
지잉~
[알림 : ‘오늘의 운세’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드디어 오늘의 운세가 사라지고 있었다.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6일]
[오늘의 운세 :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는다.
(삭제된 운세 : 뜻하지 않은 부고(訃告)를 받게 되니 미리 상복을 준비하라.)]
‘생각지도 못한 선물?’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채석현이 죽는다는 운세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 * *
현탁파의 보스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나온 다음 채석현의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강은기와 채석현이 아직도 노래 중이다.
『우주 전사아~ 』
『은기 삼촌은 착한데 노래는 못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부르면 될 것입니다. 한 번 더!』
자폐 아동은 거짓말을 못 한다.
그 탓에 음치인 강은기는 얼굴이 빨개진 채 노래를 끝도 없이 부르고 있다.
득음하겠다 강은기.
난 이젠 강은기를 구하기 위해 채석현을 향해 말했다.
“석현아. 삼촌이 어제 우리 석현이 괴롭힌 놈들 혼내 주고 왔어.”
채석현이 노래를 멈춘다.
“지 진짜입니까? 나쁜 아저씨들을 혼내 준 것입니까?”
“그래. 이거 봐봐.”
난 채석현에게 폰을 내밀었다.
어제 채석현을 괴롭힌 세 사람이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사과하는 영상이 나온다.
채석현이 부르르 떨며 발을 동동 구른다.
어젯밤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게 억울하고 분하고 무서웠던 모양이다.
“진짭니다! 나쁜 아저씨들! 혼났습니다!”
채석현은 그 말을 반복해서 하더니 갑자기 2층으로 홱 하고 뛰어 올라간다.
채미현이 놀라서 외친다.
“석현아! 어디 가~? 감사합니다 해야지.”
“괜찮습니다. 흥분해서 그럴 테니까 조금만 놔두죠.”
채미현이 마이크에 목소리가 담기지 않게 조용히 속삭인다.
“고마워요 실장님. 근데 이러면 곤란해지시는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뒤처리는 깔끔(?)하게 해뒀습니다.”
현탁파 보스는 아예 조직에서도 세 사람을 쫓아내 버렸다.
다시는 서귀포시에 보이지도 말라면서 말이다.
그제야 채미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때였다.
쿵쿵쿵.
2층으로 올라갔던 채석현이 낑낑대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양손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들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