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화 : 6장 일진일퇴(一進一退), 전진하기 위해 물러선다 (2)
“이것 참 곤란하게 됐군·”
모용율천이 수염 한 올 나지 않은 매끈한 턱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눈앞에 있는 거대한 운무의 벽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았다· 제멋대로 꿈틀거리며 사람들 사이로 파고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수십 수백 단위로 나눠 격리시켰다·
무적세가의 무인들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그들이 섬에 상륙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운무의 습격을 받았다· 운무 자체는 그 어떤 살상력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무적세가의 병력을 뿔뿔이 흩어놓았다·
모용율천의 곁에 있는 병력은 겨우 수십여 명에 불과했다· 천하의 모용율천조차 어떻게 손을 쓸 틈이 없었다·
“대단하구나· 두 개의 진으로 눈을 가리고 유인한 후에 세 번째 진으로 우리의 병력을 잘게 쪼개 격리시키다니· 역시 각개격파를 노린 것이겠지?”
그는 천벽만로진을 펼친 하진월의 심계에 연신 감탄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의 눈에서는 차가운 광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변수가 발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제껏 심혈을 기울여 쌓아온 모든 것들이 변수 때문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금의 상황은 그의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자신이 아닌 타인이 상황을 주도하는 것 자체가 생소한 경험이었다·
“삼뇌수사라더니 과연 뇌가 세 개 있는 것처럼 머리가 기민하게 돌아가는군· 그만큼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야겠어·”
모용율천이 일개인에게 살심을 품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에 근처에 남아 있던 무적세가의 무인들이 숨을 죽였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들은 모용율천이 살심을 품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모용율천이 운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예의 운무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모용율천을 향해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흥!”
모용율천이 코웃음을 치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마치 예리한 칼로 두부 한가운데를 도려낸 것처럼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리며 건너편의 전경이 드러났다·
운무 건너편에서 움직이고 있던 북천문의 책사들과 무인들이 갑작스러운 변고에 놀라 입을 떡 벌렸다·
“뭐 뭐야?”
“무슨?”
천벽만로진에 살상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외기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진의 원리를 알지 못하는 이상 파훼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제아무리 내공이 하늘에 닿을 정도로 대단할지라도 진의 원리를 모르는 이상은 외부에서 그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다· 인간의 내공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로 펼친 진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들의 자신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모용율천은 가볍게 진에 구멍을 뚫었다·
모용율천은 거침없이 건너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의 부하들이 급히 그를 따라가려는 순간 뻥 뚫렸던 운무가 순식간에 본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제기랄!”
무적세가의 무인들이 운무를 향해 각자의 절기를 펼쳤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운무에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몇몇 무인이 운무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모용율천이 있는 곳이 아닌 전혀 엉뚱한 곳이었다· 그곳엔 북천문을 지원 나온 당문의 무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쳐랏!”
“놈들을 죽여!”
그들이 고함과 함께 격돌했다·
엉뚱한 곳에서 부하들이 당문의 무인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그 순간 모용율천은 북천문의 책사들과 무인들에게 다가갔다·
“삼뇌수사는 어디에 있느냐?”
“당신은 누군가?”
“이곳에 있는 책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장환경이 주춤 물러서며 소리쳤다·
비록 무공이라곤 일초반식도 모르는 장환경이었지만 본능적으로 모용율천의 무서움을 느낀 것이다·
군사부의 무인들이 장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막아섰다·
“멈춰랏!”
“쯧!”
모용율천의 얼굴에 짜증 어린 빛이 떠올랐다· 그가 마치 파리를 쫓듯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
푸스스!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장환경 앞을 막아섰던 무인들이 가루로 변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이럴 수가!”
장환경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북천문에 몸을 담은 후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하는 장환경이었지만 사람이 모래처럼 부서져 흘러내릴 수 있다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마 말도 안 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그 충격은 장환경의 뇌리를 마비시키기 충분했다·
모용율천이 장환경에게 다가갔다·
“하진월은 어디에 있느냐?”
“마 말할 수 없소·”
“제법 대가 세구나·”
모용율천이 가만히 웃었다· 하지만 결코 호의가 섞인 웃음은 아니었다·
“크으으!”
장환경이 간질이 걸린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입에서는 거품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용율천이 그런 장환경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네가 아니더라도 물어볼 사람은 널리고 널렸지·”
“나는····”
“지옥에서 지켜보거라· 네가 지키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을·”
마침내 모용율천의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순간 장환경의 몸이 모래성처럼 부서져 내렸다·
장환경의 흔적을 뒤로하고 모용율천은 걸음을 옮겼다·
“이쪽인가?”
모용율천은 섬의 중앙을 향했다· 또다시 운무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가볍게 손을 흔들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운무 너머 북천문의 무인들이 보였다·
예정된 지역이 아닌 곳에서 나타난 모용율천의 모습에 그들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정신을 차린 그들이 모용율천에게 덤벼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장환경과 무인들이 그랬듯이 그들 역시 모용율천의 일수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독보건곤(獨步乾坤)·
하늘과 땅 사이를 홀로 걷는 모용율천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운무가 막으면 운무를 뚫고 사람이 막으면 모조리 죽이면서 그는 전진했다· 벌써 수백 명의 무인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아 깨끗했다·
대적 불가의 존재에 북천문의 무인들은 겁을 집어먹었다· 일만 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진법이 모용율천 한 명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괴 괴물이다·”
“모두 피해!”
공포는 전염되게 마련이었다·
모용율천에 대한 극심한 공포감이 북천문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 사이 모용율천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섬의 중앙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때 초라한 중년인과 소년이 그를 막아섰다·
“호오!”
모용율천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제 사십 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장년인과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도는 제법 범상치 않았다·
모용율천의 눈에 흥미롭다는 빛이 떠올랐다·
“자네들은 누군가?”
“북천문의 황철이오·”
“곽문정입니다·”
그의 앞을 막아선 이는 황철과 곽문정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비장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모용율천의 시선이 황철을 향했다·
“성취가 제법이군· 최근에 깨달음을 얻은 듯한데·”
순간 황철의 눈이 경악으로 일렁였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수습하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불완전한 깨달음일 뿐입니다·”
“아깝군· 시간이 조금만 더 허용했더라면 절대의 반열에 확실하게 발을 디뎠을 텐데· 차라리 이대로 도망가서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도망가겠다면 보내주지· 어떤가?”
“이 황철 비록 무공은 변변치 않으나 비겁자는 아닙니다·”
황철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모용율천의 말이 진실이 아니란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단지 조롱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도·
모용율천의 시선이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곽문정을 향했다·
“그런가? 자네는 그렇다 치고 저 아이는? 저 아이도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셈인가?”
그러자 곽문정이 버럭 소리쳤다·
“나 역시 북천문의 당당한 무인· 적 앞에서 등을 보이는 일 따윈 없을 겁니다·”
“그 호기가 대단하구나 아이야· 불행히도 요즘엔 너와 같은 패기를 가진 아이들을 보기 드물지·”
모용율천이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의 웃음 뒤엔 가공할 살기가 숨어 있었다·
황철과 모용율천은 숨이 턱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단지 존재하고 숨을 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대를 장악하는 가공할 존재감과 분위기가 제왕의 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과연 이자를 막을 수 있을까?’
황철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대답은 ‘불가능하다’였다·
자신이 근자 깨달음을 얻어 절대의 경지에 발을 디뎌 비약적으로 무공이 상승했다고 하지만 상대는 오래전부터 강호를 지배해 온 모용율천이었다·
그런 모용율천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지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었다· 자신이 물러서면 더 많은 북천문의 무인들이 죽는다·
죽으나 사나 자신이 모용율천을 붙잡고 늘어져야 했다·
황철이 문득 곁에 있는 곽문정을 바라봤다·
자신과 달리 아직 어린 곽문정이었다· 그의 목숨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그때 곽문정이 입을 열었다·
“나 혼자는 절대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문득 황철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어린 문정이도 저렇게 전의를 불태우는데 나는 싸우지도 않고 위축되었구나· 멀었다 황철·’
황철은 두려움을 떨쳐 버렸다·
“그래 같이 싸우자 문정아·”
“예!”
두 사람이 검을 꺼내 모용율천을 겨눴다·
“재밌구나·”
모용율천이 뒷짐을 풀고 양손을 바닥을 향해 늘어뜨렸다·
과연 그들이 얼마나 더 자신을 즐겁게 해줄지 자못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챠앗!”
먼저 움직인 것은 황철이었다· 그 뒤를 곽문정이 따랐다·
곽문정의 무공은 황철에게서 시작되었다· 정식 사제지간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끈끈한 정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사이가 바로 그들이었다·
황철이 모용율천의 시선을 끄는 사이 곽문정이 뒤쪽으로 돌아가 검을 휘둘렀다·
쉬악!
날카로운 검기가 모용율천의 목을 노렸다·
그 순간 모용율천의 뒤로 손을 뻗었다· 그 앞에 바로 검은 공간이 열렸다· 곽문정이 날린 검기는 검은 공간에 집어삼켜졌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곽문정이 놀라는 사이 황철의 코앞에 모용율천의 손바닥이 활짝 펼쳐지며 검은 공간이 열렸다·
검은 공간에서 검기가 튀어나왔다·
“헉!”
황철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검을 휘둘러 검기를 튕겨냈다·
콰앙!
간발의 차이로 검기를 흘려보낸 황철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공간격참수(空間隔斬手)·
모용율천이 창안한 괴공이었다·
황철이 검에 공력을 한껏 주입했다· 그러자 붉고 또렷한 검 형상이 생겨났다· 검강이었다·
“이야아!”
황철이 모용율천을 향해 검강을 휘둘렀다· 순간 모용율천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예의 검은 공간이 나타나 검과 부딪쳤다·
쩌어엉!
“크윽!”
“헉!”
동시에 두 개의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황철은 검강이 소멸된 것에 놀랐고 곽문정은 갑자기 눈앞에 검은 공간이 열리며 막대한 기운이 덮쳐 오는 것에 경악했다·
모용율천은 공간격참수의 기본이 되는 이화접목의 묘리를 이용했다· 황철의 검강에 어린 힘으로 곽문정을 공격한 것이다·
황철이 혼신의 힘을 다한 검강이었다· 그 위력이 작지 않았다· 때문에 곽문정은 정면으로 막는 대신 허리를 숙여 피했다·
등이 화끈했다· 조금만 허리를 숙이는 것이 늦었다면 허리가 두 동강이 났을 것이다·
“크윽!”
곽문정이 이를 악물었다·
똑같은 상황이 두어 차례 반복된 이후에야 황철과 곽문정은 모용율천이 자신들의 공격을 역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럴 수가!’
모용율천이 천외천의 존재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이런 괴공으로 자신들을 상잔케 할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모용율천이 그들을 보며 조소했다·
“벌써 지쳤는가?”
“크윽!”
“생각보다 허약하군· 조금은 기분 좋게 만들어줄 줄 알았는데·”
모용율천이 혀를 찼다·
황철의 공격은 분명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모용율천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미흡했다·
황철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이자는 하늘 위의 하늘이다· 평범한 공격으로는 그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한다·’
모용율천의 공간격참수를 뚫지 못하면 그와 곽문정에게 미래란 존재하지 않았다· 반드시 모용율천의 공간격참수를 파괴해야 했다·
‘할 수 있을까? 아니 반드시 해내야 한다·’
황철은 삼원심법(三元心法)을 극성으로 운용했다·
노력에 비해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더뎌 모두가 외면하던 삼원심법이었다· 하지만 황철은 포기하지 않고 삼원심법에만 매달렸고 결국은 벽을 넘어서 지금의 경지에 도달했다·
웅웅!
황철의 중검이 검명을 터뜨렸다·
‘세상에 파괴하지 못할 것은 없다·’
황철은 자신을 믿었다· 맨 밑바닥에서 시작해 지금의 경지에 이른 자신의 노력과 그간 흘린 피땀을 믿었다·
“뇌공일천섬(雷公一千閃)·”
그의 외침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그의 중검이 이제까지 펼쳐 낸 검강보다 몇 배는 더 또렷하고 선명했다·
그의 중검이 벼락이 되어 모용율천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지직!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이 깨어져 나갔다·
그제야 비로소 황철은 진정한 절대의 경지에 올라섰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모용율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역시 황철이 그 짧은 순간 달라졌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어디?”
그가 다시 황철을 향해 한쪽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반대쪽 손을 곽문정을 향했다· 예의 공간격참수였다·
모용율천은 이번에도 황철의 검격을 공간격참수로 곽문정에게 틀어버릴 생각이었다·
쩌어엉!
공간격참수와 뇌공일천섬이 부딪치며 대기가 요동쳤다·
벌써 네 번째 반복되는 광경이었지만 나타난 결과는 이전과 달랐다· 모용율천의 공간격참수는 황철의 뇌공일천섬을 곽문정에게 돌리지 못했다·
쩌적!
그의 공간격참수가 만들어낸 검은 공간이 깨져 나가고 있었다· 검은 공간이 감당할 수 있는 힘을 넘어선 것이다·
콰아앙!
마침내 굉음과 함께 공간격참수가 깨져 나갔다· 하지만 모용율천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좋구나· 구대문파의 장문인들보다 네가 훨씬 낫다· 너는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이 모용율천의 공간격참수를 깬 것은 네가 처음이니까·”
“크헉!”
하지만 황철은 대답 대신 피를 토해냈다·
비록 공간격참수를 깨버렸지만 그만큼 큰 내상을 입은 것이다· 반면 모용율천은 별반 타격을 입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존심에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
모용율천이 황철과 곽문정을 향해 서서히 주먹을 내질렀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려 보이는 주먹질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황철은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온몸이 늪에 빠진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콰르릉!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황철을 향해 엄청난 기운이 몰려왔다·
황철이 눈을 부릅떴다· 뇌공일천섬에 모든 공력을 쏟아부은 그에겐 모용율천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을 여력이 없었다·
그때 곽문정이 뛰어들었다· 그는 황철을 안고 반대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콰앙!
그 직후 황철이 있던 자리가 벽력탄이 터진 것처럼 뒤집어졌다·
“제법 귀엽게 노는구나·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내 손을 벗어날 수는 없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용율천이 미소를 지었다· 황철을 등에 업은 곽문정은 어느새 운무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모용율천은 화를 내거나 당황하지 않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여전히 뒷짐을 쥔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산책을 하듯 유유자적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