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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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 8장 검을 든 자, 검으로 운명을 결정한다 (2)

서문혜령은 커다란 동경 앞에 섰다· 그녀는 벽에 걸린 붉은 궁장을 들고 동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마치 타오르는 가을 단풍처럼 화려한 붉은 궁장은 만인의 시선을 끌어 모을 만큼 아름다웠다·

“아니야· 너무 화려해· 처음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필요는 없어·”

그녀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붉은 궁장을 벽에 다시 걸었다· 대신 그녀가 선택한 것은 은은한 녹색이 감도는 수수한 무복이었다· 붉은 궁장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의 기품을 살리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입고 있던 옷 대신 연녹색 무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동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비춰봤다· 굴곡진 그녀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면서도 전혀 천박하게 보이지 않았다·

서문혜령의 얼굴에 한줄기 은은한 미소가 어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오늘은 무척 중요한 날이다· 처음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끌 필요는 없었다· 일단 수수한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했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방문을 두들겼다·

“들어가도 되겠는가?”

낯익은 목소리다· 그녀는 즉각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심 공자님·”

곧이어 문이 열리고 심원의가 들어섰다·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심기가 편치 않으신 모양이네요·”

“삼뇌수사에게 붙여놓은 들개들이 놈을 놓쳤다·”

심원의의 말에 서문혜령이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그렇게 되었군요·”

“조력자가 있는 것 같더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엉뚱한 놈을 쫓고 있었다는군·”

심원의의 대답에 서문혜령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녹록한 사람은 아니군요· 하긴 처음부터 미행 따위로 그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는 게 무리였어요·”

그녀는 깨끗하게 완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전혀 실망한 표정은 아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리 될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괜찮겠는가? 차라리 지금이라도 그자를 제거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굳이 이렇게 머리 쓸 필요 없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가 그 정도의 안배도 없이 이런 일을 벌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를 제거해도 분명 일이 돌아가도록 안배해 놓았을 거예요·”

“그 정도로 그를 높게 평가하는가? 너무 과민반응하는 것 아닌가?”

심원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서문혜령이 그토록 하진월을 경계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비록 그가 머리가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알아본 바에 따르면 겨우 운남에서나 기행을 일삼던 자에 불과했다·

“제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경계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곧 알게 되실 거예요·”

“으음!”

“조만간 담 공자님이 출관하실 거예요· 그 전에 이 모든 사태를 정리해야 해요· 자칫 천하의 모든 시선을 그에게 빼앗기기 전에·”

그녀가 꿈꾸는 세상에서 천하를 이끄는 주역은 당연히 담수천이어야 했다· 그가 이끄는 창룡회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했다·

진무원은 그녀가 이끄는 세상의 가장 큰 위협이었다· 그녀는 밀야보다도 진무원에게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그는 자신과 담수천의 치부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평소 누구보다 냉정하고 여유 있는 서문혜령이었지만 진무원이라는 존재 앞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의 육감이 반드시 그를 제거해야 한다고 미친 듯이 경고하고 있었다·

그런 서문혜령과 달리 심원의는 약간은 느긋한 표정이다·

“그렇게 심력을 소모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미 대세는 결정되었는데·”

“글쎄요·”

“왜? 변수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세상엔 항상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에요· 진 소협이 살아 있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우리가 상정한 상황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사람이에요· 다시 말하면 그의 등장으로 우리가 그리려 한 그림 전체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으음!”

“그는 분명 커다란 변수가 될 거에요· 그러니까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를 끌어내려야 해요· 사람들에게 북검이라는 별호가 불편하게 느껴지게 만들어야 해요· 그의 명성을 바닥에 처박아 사람들이 더 이상 북천문이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아닌 거북하고 더러운 기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서문혜령은 이젠 거침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심원의는 적잖이 놀랐다·

‘이 냉정한 여자를 이토록 동요하게 만들다니·’

세상 사람들은 서문혜령의 온화해 보이는 겉모습에 현혹되어 그녀를 떠받들고 있지만 심원의는 그녀가 얼마나 단호하고 냉혹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칠 년 전 북천문에서 혼마의 습격을 받았을 때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그들 모두를 구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그녀가 이렇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낯선 모습에 심원의는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 진무원은 단순한 과거의 망령이 아니라 그들의 꿈과 이상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존재임이 분명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아가씨 곧 행사를 진행합니다· 이제 나가실 시간입니다·”

“알았어요·”

서문혜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밖에는 서문세가의 무사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문혜령이 그들과 함께 전각을 나서자 심원의가 그 뒤를 따랐다·

세 개의 문과 잘 꾸며진 가산을 지나 그녀와 심원의가 도착한 곳은 거대한 연무장이었다· 청석이 깔린 광활한 연무장 중앙에는 거대한 단상과 비무대가 세워져 있고 그 주위에는 수천 명의 무인이 모여 있었다·

척마대 행사를 위해 운중천에 들어온 젊은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강렬한 열망이 담긴 눈으로 단상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광활한 연무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거대한 단상에는 운중천의 수뇌부와 주요 인사들이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연천화와 조운경도 있었다·

서문혜령과 심원의의 자리도 그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선배 무인들에게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그들의 자리는 단상의 중앙이 아닌 좌측에 치우쳐 있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바로 앞에 설치된 비무대를 바라보았다· 높이 삼 장에 좌우 폭이 십여 장이 넘는 거대한 비무대 위에는 집법당의 무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이 발산하는 삼엄한 예기는 수천 명의 무인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 강렬한 기세에 군웅들은 감히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비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태양이 하늘 가장 높은 곳에 떴을 때 비무대 위로 누군가 올라왔다· 청수한 인상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중년의 무인이다·

연무장에 모인 군웅 중 몇 명이 그의 정체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설검수사 남선우다!”

“정말이다! 저 달변가가 나서다니!”

설검수사(舌劍修士) 혀를 놀리는 것이 검처럼 날카롭고 무자비하다 하여 붙은 별호이다· 그만큼 남선우는 달변가였고 그 어떤 이와의 논쟁에서도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남선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비무대 밑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찬찬히 살폈다· 사람들은 그런 남선우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충분히 즐긴 남선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몇몇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불초 소생은 남선우라고 합니다· 강호 동도들이 설검수사라는 과분한 별호를 붙여주셨지요· 덕분에 오늘 운중천의 큰 행사를 진행하는 과분한 직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의 음성은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발음이 또렷해 마치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귀에 쏙쏙 들어왔다· 강력한 내공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선 척마대를 뽑는 행사에 이렇듯 흔쾌히 달려와 준 강호 동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우리는 밀야의 준동에 직면했습니다· 밀야와의 전쟁 승패에 따라 강호의 운명이 갈릴 것입니다·”

밀야라는 단어가 나오자 젊은 무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모두 아시다시피 밀야가 출현할 때마다 강호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백 수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들은 호시탐탐 중원을 노렸고 잔악한 수법으로 강호를 유린했습니다· 그들에게 죽은 이들만 수만 명이 넘어갑니다· 중원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이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는 그렇게 강호를 지키겠다는 의기 하나로 초개처럼 목숨을 버렸고 그렇게 지금껏 강호를 지켜왔습니다·”

남선우의 일장 연설은 뒤쪽에 있는 군웅들에게도 선명히 들렸다· 군웅들은 숨을 죽인 채 남선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젠 우리가 피를 흘려야 합니다· 조상들이 지킨 강호를 우리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척마대는 밀야와의 싸움 최선봉에 서게 될 겁니다· 누구보다 큰 희생을 치르고 피를 흘리겠지만 강호인들은 그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우와아아!”

남선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운중천은 척마대에 그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엄청난 권한과 힘이 주어질 것이고 내공 상승을 위한 영약도 지원될 겁니다· 그리고 밀야와의 전쟁이 끝나면 척마대의 무인들은 분명 다음 시대를 이끌어나가게 될 겁니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밀야에게 멸망을!”

그의 외침은 마치 들불처럼 군웅들 전체로 번져갔다·

“밀야에게 멸망을!”

“멸망을!”

“우와아아!”

거대한 연무장이 군웅들의 함성으로 들썩였다· 그들의 거대한 함성에 먼지가 뿌옇게 일어났다·

남선우는 미소를 지은 채 군웅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즐겼다· 단상에 앉은 운중천의 수뇌부 역시 그와 비슷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선우는 잠시 군중들의 열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의 마음 잘 알겠습니다· 강호의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기꺼이 나서주신 여러분의 의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모두가 이렇게 밀야와의 전쟁에 나설 때 오히려 그들과 내통한 자가 있습니다·”

“그게 누구요?”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북천문이라는 그 이름을· 강호인들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건만 그들은 결국 중원을 배신하고 밀야와 내통했습니다· 결국 북천문주 진관호는 십 년 전 그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여러분 그게 말이 됩니까? 강호를 지켜달라고 지원했는데 오히려 밀야에 중원을 팔아넘기다니요·”

“말도 안 되오!”

“북천문이라는 더러운 이름을 기억하기도 싫소!”

몇몇 이가 동조하자 나머지 군웅들의 분위기 또한 그에 편승해서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은밀히 미소를 짓는 이가 꽤 있었다· 심원의 또한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역시 설검수사답군· 단번에 좌중을 휘어잡아 자신의 뜻대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다니·”

군웅들은 설검수사의 말 한마디에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반론을 제기할 여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군웅들의 반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남선우는 다시 불을 붙였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요· 그 아비가 밀야와 내통하더니 이번에는 그 아들이 밀야와 내통한 정황을 발견되었습니다·”

“그 아들이 누구요?”

“여러분도 익히 아는 사람입니다· 요즘 강호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기도 하죠· 북검 진무원· 그가 바로 북천문의 전대 문주 진관호의 아들입니다·”

“우우우!”

“공적의 자식을 처단하라!”

군웅들의 하나 된 목소리가 천둥처럼 연무장을 울렸다·

남선우가 비무장 한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잠시 후 집법당주 금주상이 십여 명의 무인과 함께 진무원을 포위한 채 비무대에 올랐다·

“강호 공적의 자식을 처단하라!”

“그 애비에 그 아들이구나!”

금주상이 인상을 찌푸렸다· 분위기가 너무도 일방적으로 흘러간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진무원은 너무나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수많은 군중이 광기 어린 표정으로 노려보며 욕설을 내뱉었지만 그는 마치 남의 일인 양 평온한 표정으로 금주상을 따라 비무대에 올랐다·

마침내 진무원이 비무대 중앙에 서자 남선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진무원의 손에 검이 들려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금주상에게 물었다·

“왜 죄인의 무기를 빼앗고 포박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죄인이 아니니까요·”

금주상이 입을 열려는 찰나 진무원이 먼저 말했다·

“무어라? 감히 이 자리가 어떤 곳이라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인가?”

“그러는 당신은 누군데 그렇게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겁니까?”

순간 남선우의 입이 떡 벌어졌다·

수천 명의 무인이 적의가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진무원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세상을 향한 그의 진정한 싸움은 지금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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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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