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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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 8장 지옥을 거닐어보지 않은 자, 지옥을 논하지 말라 (1)

‘모조리 베어버린다·’

일념(一念)·

오직 한 가지만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그림자 내공을 움직였다· 단전의 이면에 숨어 있던 그림자 내공은 무섭게 진무원의 전신 혈맥을 내달리다가 설화에 집약됐다·

지잉!

설화가 울었다·

순간 세상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조천우의 망막을 순백색으로 물들였다·

“아!”

조천우가 눈을 크게 치떴다· 그의 망막에 어려 있던 순백의 색이 사라지고 시퍼렇게 날이 선 검은색 검신이 맺혔다·

그리고 세상이 둘로 갈라졌다·

푸화학!

일장춘몽처럼 모든 것이 사라졌다·

세상을 파괴할 것처럼 쏟아붓던 강기의 비도 산봉우리를 뒤덮고 있던 가공할 존재감도·

그 속에 서 있는 것은 오직 진무원과 조천우뿐·

진무원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상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상처투성이의 상체가 드러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왼쪽 옆구리에 새겨진 나선형의 상흔이었다· 마치 소용돌이치는 듯한 상흔을 따라 피부가 시커멓게 죽어 있고 부러진 갈비뼈가 툭 불거져 나와 있다·

진무원은 설화를 지지대 삼아 버티고 섰지만 조천우는 그러지 못했다·

“크윽!”

조천우는 무릎을 꿇은 채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가슴에는 보기에도 끔찍한 검상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시뻘겋게 드러난 속살 사이로 갈라진 가슴뼈가 보인다·

엄청난 양의 선혈을 흘리면서 조천우가 진무원을 올려다봤다·

“이··· 게 무슨 검공이냐?”

“멸천마영검·”

“허허! 광오하구나· 그런데 잘 어··· 울려·”

“숙부·”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라· 난 절대 후회하지 않으니까· 크윽!”

조천우가 푸들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그 때문에 피가 더욱 많이 쏟아져 내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진무원에게 무릎 꿇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승부에서는 졌을지 몰라도 그의 자존심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진무원의 낯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숙부 왜 십자혈마공을 펼치지 않았습니까?”

진무원은 조천우가 이곳에 오기 전에 들른 소수 부족을 전멸시키고 십자혈마공을 익혔다고 생각했다·

“흐흐! 나한텐 패천신권 하나면 충분하다· 그것이 나의 자··· 존심· 십자혈마공은····”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거인의 죽음이었다·

“숙부!”

조천우는 꼿꼿이 선 채 숨이 끊어졌다· 죽어서도 바위같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그렇게 진무원을 응시하고 있었다·

진무원은 그런 조천우의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봤다·

갑자기 설화가 무겁게 느껴졌다·

설화에 묻은 피가 설화로 벤 생명의 무게가 산악처럼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지옥을 경험해 보지 않은 자 지옥을 논하지 말라 했다·

지금 그의 마음은 지옥 속에 갇혀 있었다·

“휴!”

진무원의 한숨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하··· 하! 저 녀석 인간 맞아?”

청인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진무원이 있었다·

그는 진무원과 조천우의 싸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유일한 인물이었다· 운중천에서 파견한 감시자들을 제거하다가 우연찮게 그들의 싸움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조천우의 무력은 익히 알고 있었다· 흑월의 요주의 인물 명단에서 항상 최상위에 자리하는 절대고수가 바로 조천우였으니까·

마주쳐서도 안 되고 상대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불가항력의 존재· 그래서 흑월에서도 그의 동향만 예의 주시할 뿐 따로 비월을 붙이지 않을 정도였다·

철옹성처럼 언제까지나 굳건할 것 같던 전설의 일각이 그의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옛 전설의 몰락과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란 사실에 묘한 흥분을 느꼈다·

‘이제 어떡해야 하나?’

강호의 일각을 지탱하던 전설이 무너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천하는 또다시 요동칠 것이다·

‘이제 나 혼자 그를 어떻게 해볼 수준이 넘어섰다· 조력자를 불러들여야 해·’

흑월 역사상 일개인 때문에 이렇게 골치가 아픈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진무원을 바라보는 청인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 ☆ ☆

패권회의 무인들이 용무성을 향해 다가왔다· 진 안에 있는 이들을 어찌할 수 없으니 용무성에게라도 화를 풀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다· 바로 황철이었다·

황철이 앞을 가로막자 패권회 무인들의 얼굴에 살기가 떠올랐다· 경지에 이른 무인들이 발산하는 살기를 보통 사람이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삼원심법을 완성한 황철에게 그 정도의 살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황철의 마음이었다·

그의 앞에 서 있는 패권회의 무인들은 대부분이 모르는 자들이었다· 조천우가 운남성에 자리를 잡은 후 키워낸 무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이의 얼굴은 낯이 익었다·

그들은 바로 북천문에 있던 무인들이다· 그들이 한창 위명을 떨칠 때 황철은 삼류무사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들은 황철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황철은 달랐다·

“서창회 대협 오금호 대협 손무형 대협 모두 오랜만에 뵙습니다·”

황철이 언급한 세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모두 오십 대 초중반으로 패권회 무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인물들이다·

“우리를 아는가?”

“대협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오래전 북천문에서 함께 생활했습니다·”

“아!”

세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십 년이란 세월 동안 패권회는 북천문의 흔적을 벗어던졌다· 조천우는 북천문과 확연히 다른 노선을 걸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조천우의 결정을 군말없이 따랐다·

그렇게 북천문의 기억은 희석이 되었고 이젠 패권회의 몇몇 무인만이 공유하는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눈앞의 세 사람은 북천문을 그리워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서창회가 황철을 유심히 살폈다·

“자네는 황철이군· 문주님이 무척이나 아끼던 기억이 나는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 대협·”

“허허! 설마 자네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상황이 상황인지라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 그의 얼굴엔 반가운 빛이 은은하게 떠올라 있었다·

“그런데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나는 자네가 될 수 있으면 이 일에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래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 자네를 내 손으로 상해를 입히고 싶지 않네·”

“저도 마찬가집니다 서 대협·”

그들은 북천문에서 뜨겁던 청춘을 불태운 공통된 기억이 있다· 비록 그때는 서로를 잘 몰랐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니 이상하게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 같았다·

“이대로 물러나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네· 우리는 주군의 명령을 따라야 하네·”

북천문을 떠날 때부터 그들의 주군은 조천우였다· 조천우의 명령이 모든 것에 우선했다·

황철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봤다·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명령이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도 어쩌겠나? 이것이 우리가 택한 길이거늘·”

서창회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비슷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십 년 전 야망을 위해 조천우를 택한 후부터 그들에겐 더 이상의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조천우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십 년 전 그들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란 사실을 시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자네가 어쩌다 이 일에 휘말렸는지 모르지만 저들을 내버려 두고 떠나게· 그럼 최소한 목숨은 보전할 수 있을 게야·”

“그럴 수 없습니다·”

“저들을 위해 자네의 목숨을 걸겠다는 뜻인가?”

황철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목숨을 바치는 분은 따로 있습니다·”

“그게 누군가?”

잠시 서창회 등을 바라보던 황철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전음을 보내는 것이다·

“그게 정말인가?”

순간 세 사람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사실입니다· 이 황철의 목숨을 걸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허어!”

황철의 단호한 대답에 세 사람이 절로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 패권회 무인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기에····’

그러나 세 사람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알 도리가 없다·

세 사람은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그만큼 충격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가 살아 있단 말인가? 진무원 그가····’

어떻게 그 이름을 잊을 수 있을까?

이곳에 오면서도 몇 번이나 생각했다· 그가 자신들이 아는 진무원이 아니길· 자신들의 손으로 그의 숨통을 끊는 일이 없기를· 하지만 운명의 신은 너무나 가혹해서 그들 앞에 형벌의 가시밭길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서창회가 말했다·

“그가 살아 있어 정말 다행일세· 이건 진심일세·”

“그럼····”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네· 그러면 이제까지 우리가 행해온 모든 것을 부정하는 꼴이 되니까·”

“아!”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까지 선택한 길이다· 이제 와서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황철의 얼굴에 안타까운 빛이 떠올랐다·

왠지 그들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말 몇 마디 진무원의 존재로 그들의 결정을 되돌리기엔 서로가 너무 먼 길을 걸어왔다·

서창회가 두 주먹에 공력을 응집시키며 말했다·

“부디 자네의 앞길에 무운이 깃들길 빌겠네·”

“자네에겐 면목이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네· 그러니 부디 자네도 최선을 다하게·”

“자네를 만나서 반가웠네· 이건 진심일세·”

오금호 손무형 등이 한마디씩 덧붙였다·

황철이 그들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저도 세 분을 뵙게 돼서 영광이었습니다· 이 황철 븍천문의 명예를 걸고 여러분을 상대하겠습니다·”

스릉

황철이 검을 꺼내 들었다·

검을 쥔 황철에게서 강렬한 기도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세 사람은 황철의 성취가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임을 깨달았다·

“훌륭하군· 진 문주님이 자네를 아낀 이유가 있었군·”

서창회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거의 인연 따윈 벗어버리고 무인 대 무인으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럼 시작하지·”

세 사람이 황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패권회의 다른 무인들도 그 뒤를 따라 움직이려 할 때 이제껏 철옹성처럼 굳건하던 환령암흑진이 걷히면서 철기당 무인들이 뛰어나왔다·

쉬익!

담진홍이 날린 화살이 허공을 갈랐고 적각귀의 다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패권회 무인들 사이를 헤집었다·

공손창과 채약란 백룡상단의 보표 등이 그 뒤를 따랐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급습에 패권회 무인들의 견고하던 방어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역습을 지휘한 이는 하진월이었다·

하진월은 패권회의 핵심 무인들이 흔들리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들의 신경이 온통 황철에게 몰린 틈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하진월의 진두지휘에 패권회의 무인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가 전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오늘 이곳의 습격에 가담한 자 단 한 명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항복한 자는 살려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당기문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아무래도 정도를 지향하는 그의 성격상 이 많은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하진월이 반문했다·

“강호에서 가장 지양할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바로 어설픈 강함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에겐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밑에 있는 자들에겐 도전의식을 느끼게 하지요· 결과론적으로 보면 양쪽 모두에게 구미가 당기는 먹잇감에 불과하지요·”

하진월의 시선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당기문은 그가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아직은 드러낼 때가 아니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확실히 해둬야 합니다· 강호에서 어설픈 인정은 차라리 베풀지 아니함만 못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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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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