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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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 1장 용과 호랑이가 한 곳에 모이니······ (2)

진무원은 마치 은한설이 올 줄 미리 알고 있는 듯 상을 차려놓고 있었다· 양고기로 만든 화과에 돼지고기 볶음 그리고 몇 가지 채소볶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돼지고기볶음은 은한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화색이 도는 은한설을 보며 진무원이 미소를 지었다·

“어서 와·”

“내가 올 걸 알고 준비한 거야?”

“아니 그냥 느낌이 이때쯤이 올 거 같더라구·”

진무원의 대답에 은한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진무원의 안색은 그리 좋지 않았다· 심원의에게 당한 상처가 아직 완벽하게 낫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영결을 운용했으면 진즉 나을 수도 있었지만 진무원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예상보다 빨리 진무원의 상처가 나으면 심원의가 다시 의심을 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을 만드는 것도 만영결을 익히는 것도 멈췄다· 대신 그는 책을 읽으며 사색에 집중했다· 처음엔 책에 집중했지만 어느새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상념과 상념이 얽히면서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사고의 가지가 뻗어 나갔다· 진무원은 사고를 통제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상념이 물처럼 흘러가도록 놔뒀다·

이상한 환영이 떠오르기도 하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던 문제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무한히 가지를 치며 뻗어 나가던 사고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차곡차곡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 진무원은 자신이 또 한 번 달라져 있는 것을 느꼈다·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이상할 정도로 감각이 예리해졌다· 흔히 말하는 오감이 아닌 육감이 강해진 것이다·

불현듯 지금쯤 은한설이 올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 식사를 준비했다· 그러자 딱 기다렸다는 듯이 은한설이 들어왔다· 진무원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신기한 일이었다·

진무원은 이 또한 만영결의 영향일 거라고 생각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만영결이 그의 사고와 감각을 관장하는 영역을 크게 확장시킨 것이다·

은한설은 젓가락을 부지런히 놀리기 시작했다· 진무원이 만든 음식을 이것저것 맛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리기도 했다·

“흐응!”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은한설을 보며 진무원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음식 실력이 늘어난 것만큼 변한 것이 바로 은한설의 반응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인형처럼 얼굴에 표정 자체가 없었다· 마치 감정이 마모된 사람처럼 한 점의 생기조차 없던 그녀의 얼굴에 최근 활기가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흥겨운 기분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고 좋고 싫은 감정을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냈다· 진무원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였다·

은한설이 돼지고기볶음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맛있어?”

“응·”

고개를 끄덕이는 은한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진무원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은한설의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하지만 진무원은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다행이다·”

“뭐 뭐가?”

“최근에 입맛이 떨어진 것처럼 보여서 걱정했거든·”

진무원이 은한설의 접시에 돼지고기볶음을 가득 담아서 내밀었다· 은한설이 잠시 접시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 그녀를 위해 이렇게 신경 써준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어릴 때부터 키워주다시피 한 그녀의 사부조차도 말이다·

문득 그녀가 고개를 들어 진무원을 바라보았다·

“왜?”

“응?”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이번에는 진무원이 빤히 바라보았다· 은한설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글쎄···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

“내가 있던 곳에선 그랬어· 무슨 일에든 항상 이유가 있어야 했지·”

그녀에게 접근하는 자는 모두가 목적이 있었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혹은 그렇지 않은 것이든 말이다· 이유 없이 그녀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진무원의 이유 없는 호의가 낯설면서도 싫지가 않았다·

“힘들었겠구나·”

진무원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은한설은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여 음식을 먹는 시늉을 했다·

진무원 앞에만 서면 늘 이랬다· 이상하게 감정의 소용돌이가 격해져 스스로를 제어할 수가 없게 되곤 했다· 은한설에겐 낯설면서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은한설이 한참을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나··· 곧 떠날지도 몰라·”

“떠나?”

“응· 이제 몸이 거의 다 나았으니까·”

이번에는 진무원의 눈가가 떨렸다· 그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쯤 생각하고 있는데?”

“조만간·”

사령이 그녀의 사부를 만나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가 다시 돌아오면 금방 북천문을 떠날 것이다·

“그래? 그렇구나·”

언젠가 헤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도 했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가슴 한구석이 허전한 것을 보니 생각보다 그녀가 훨씬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떠날 땐 꼭 이야기를 해줘· 갑자기 없어지면 놀랄지도 모르니까·”

“말없이 떠나지는 않아·”

은한설의 대답에 진무원이 미소를 지었다·

은한설이 돌아간 후 진무원은 온종일 공방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 ☆ ☆

진무원은 오랜만에 북천문 밖으로 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북천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이었다· 진무원은 마치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나무 밑동에 앉았다·

“후우!”

지난 며칠 동안 공방에만 처박혀 있었더니 가슴이 답답했다·

진무원은 나무 등걸에 등을 기댄 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우자 그의 얼굴에 활력이 돌아왔다·

북천문은 여전히 심원의 일행이 점거하고 있었다· 그들로 인해 진무원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현저히 좁아졌다· 진무원으로서는 이래저래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한설·”

은한설을 떠올리자 가슴 한구석이 찌릿해졌다·

“심마(心魔)련가?”

진무원이 고개를 저어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차라리 심마면 마음이 편할 터· 어쨌거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진무원은 눈을 감고 만영결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우웅!

그림자 내공이 그의 전신 혈맥을 치달으면서 그의 감각이 무한히 확장되기 시작했다·

십여 장 밖에서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와 나뭇가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등걸에서 전해져 오는 충만한 생명력과 따사로움이 진무원의 지친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응?”

순간 진무원의 얼굴에 이채가 떠올랐다· 예민하게 확장된 감각에 무언가 이질적인 존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상 이상의 광포한 기파가 가까운 곳에서부터 그의 피부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주위의 공기가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고수·”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자가 분명했다·

‘피할 시간이····’

진무원은 본능적으로 늦었단 사실을 직감했다· 그가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누군가 강렬한 기파를 흩뿌리며 언덕 위에 나타났다·

검은 피풍의를 흩날리며 나타난 육 척 장신의 남자는 사위를 압도하는 강렬한 기세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가 뿌리는 강렬한 기파에 주위의 대기가 일렁이며 요동치고 있었다·

순간 남자가 고개를 돌려 진무원을 바라봤다· 그러자 남자의 얼굴 한가운데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깊은 흉터가 드러났다·

쿵!

남자와 시선을 부딪치는 순간 진무원은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남자 역시 흥미롭다는 듯이 진무원을 바라보았다·

진무원은 남자의 눈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거대한 야망과 패력을 보았다· 세상 전체를 모조리 불태우고도 남을 거센 불길이 남자의 눈에 깃들어 있었다·

그의 강렬한 눈빛에 진무원은 두 눈이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진무원은 결코 그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남자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제껏 자신의 두 눈을 마주해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무인일지라도 일단 남자와 시선을 마주하게 되면 촌각을 견디지 못하고 모조리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기 일쑤였다·

무공 이전에 기세의 문제였고 기세 이전에 마음의 문제였다·

남자는 어려서부터 거대한 야망을 가슴에 품었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런 마음가짐이 눈빛으로 표출되었고 마치 잘 벼려진 검과 같은 그의 눈빛은 보는 이의 영혼을 난도질할 것처럼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그의 눈빛을 처음 마주하는 자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시선을 피하게 마련이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안 되었다· 무공의 고하도 문제가 아니었다· 남자만큼 마음이 굳건하지 못한 이상 그 누구도 그의 눈빛을 견딜 수 없었다·

남자를 아는 자들은 그의 눈빛을 일컬어 패천안(覇天眼)이라고 불렀다·

하늘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군림자의 눈빛을 가진 남자의 이름은 담수천·

백인비무행이란 이름으로 중원을 종단하는 시대의 기린아였다·

어떤 이들은 그를 가리켜 창천에 홀로 빛나는 별이라 불렀다·

창천고성(蒼天孤星) 담수천·

그가 진무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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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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