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6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6화 : 3장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오니, 파문이 끝없이 인다 (2)

일련의 사건이 있은 후 장패산과 삼조원들은 진무원에게서 확실히 거리를 두었다· 털어봐야 개털이고 건드려 봤자 뒤끝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것이다·

진무원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최소한 이전처럼 불의의 일은 당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진무원은 알고 있었다· 장패산이 결코 속이 넓은 인물이 아니란 것을· 아마도 그는 그날의 기억을 치욕이라 생각하며 오래도록 속에 담아둘 것이다·

“휴우!”

진무원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북천문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앉아 있는 곳은 북천문 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만영탑(萬影塔)의 지붕 위였다·

십이 층짜리 만영탑은 겨우 형체만 유지하고 있었는데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여서 대부분의 사람이 올라가는 것을 꺼렸다· 진무원은 인근 야산에 갔다가 장패산 등에게 납치되었던 경험 이후 외출을 삼갔다· 대신 북천문 내부에 있는 만영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진무원은 만영탑 정상의 기와 위에 누워 밤을 지새웠다·

그 모습을 소무상이 지켜보고 있었다· 소무상도 진무원을 감시해 봐야 나올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진무원을 지켜보는 것은 단지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는 진무원의 모습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는데 그리 대담하다니·’

소무상은 무공을 익히지 않은 진무원의 배짱에 솔직히 놀랐다· 그는 진무원의 말을 믿지 않았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진무원의 말에 수많은 허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북천사주의 주인들은 그 하나하나가 일세를 풍미할 만큼 대단한 자들· 그런 자들이 휘하에 거둬들인 북천문의 무인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을까?’

장패산 등은 북천사주와 운중천이라는 이름에 짓눌려 미처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만 소무상은 달랐다· 그는 단번에 진무원의 말에 담겨진 허점을 파악했다· 하지만 그는 장패산에게 그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잠시나마 보물과 무공 비급이란 말에 혹하긴 했지만 어린아이를 고문까지 하면서 얻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이곳에 보물과 무공 비급이 없다는 사실은 그의 눈으로 확인했다·

삼 년이란 시간을 이곳에서 헛되어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진무원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솔직히 소무상은 진무원에게 감탄했다· 무공도 익히지 못한 어린 소년이 그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어떻게 그리 침착하게 꾀를 쓸 수 있었는지 실로 감탄스러웠기 때문이다·

‘안타깝구나· 북벽의 무공만 익혔어도 일세를 풍미할 위인이 되었을 텐데·’

그런 배짱은 갈고닦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타고나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진무원은 호랑이 새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비 호랑이가 너무나 일찍 죽었다·

제아무리 호랑이 새끼라고 할지라도 제대로 성장하기까지는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결국 진무원은 제대로 성장할 길이 막힌 셈이다·

소무상은 한참을 진무원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떴다· 미련 따윈 없었다· 진무원의 배포가 아쉽기는 하지만 자신이 어찌 키워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운중천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상 여기까지가 그의 한계였다·

소무상은 진무원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앞으로도 신경 쓰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소무상이 소리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소무상이 사라진 후에도 진무원은 움직일 줄 몰랐다· 미동도 없이 누워 있던 그가 눈을 뜬 것은 새벽녘 해가 뜰 무렵이었다· 동쪽에서부터 붉은 기운이 올라오자 그가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제길!”

무심코 지붕을 짚자 손톱이 빠진 부위에서 극통이 느껴졌다· 납치를 당하고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상처에 딱지가 내려앉았지만 아직도 지독한 통증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의 의심과 맞바꾼 결과이니 그리 손해는 아닌가?”

어차피 언젠가 한 번은 치를 통과 의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이로써 그는 삼 년이란 시간을 번 셈이니까·

진무원이 동쪽을 바라봤다· 뜨거운 기운이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더니 이내 북천문의 폐허를 비추기 시작했다· 검기만 하던 북천문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어둠에 빛이 드리워지자 곳곳에 음영이 생겨났다· 담 벽과 건물 사이로 빛이 스며들면서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그 위에 빛 무리가 드리워지며 신비롭게 빛이 났다·

진무원의 눈이 빛났다·

담에 새겨 있던 문양이 빛을 받아 뚜렷한 형체를 갖춰갔다· 의미 없던 문양이 빛이 닿으니 글자가 되었다·

진무원은 눈을 크게 뜨고 담벼락을 바라보았다· 해가 높이 떠오름에 따라 빛의 방향이 바뀌며 글자 또한 변하고 있었다·

일원일기(一元一氣) 필유영존(必有影存)·

이기이기(二氣異己) 만물합일(萬物合一)·

경광만세(鏡光滿世) 아존일영(我存一影)·

근원에는 오직 하나의 기운만 존재할 뿐이지만 반드시 그림자가 따른다·

두 개의 기운은 달리 다스리나 결국은 만물이 하나로 합일됨과 같음이다·

빛은 세상을 두루 비추나 나는 한줄기 그림자만으로 존재하리라·

☆ ☆ ☆

빛과 그림자의 조화에 의한 신비로운 현상을 진무원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바라봤다·

북천문 최대의 비밀이 진무원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햇빛과 그림자의 각도에 따라 수많은 무결(武訣)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있었다· 북천문 내의 다른 건물에서는 절대 볼 수 없고 오직 만영탑 지붕 위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한 현상이었다·

오래전에 전쟁에 휩쓸려 멸망한 월하국(月河國)의 문자였기 때문이다· 진관호는 진무원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대신 오직 월하국의 문자만 가르쳤다·

현 강호에서 월하국의 문자를 알고 있는 이는 진무원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엔 그저 의미 없는 낙서로만 보일 뿐이다·

수많은 이가 북천문을 지나갔지만 그 누구도 이런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심지어는 북천문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북천사주조차도 말이다·

만영벽(萬影壁) 지금 무결이 떠오르는 벽의 정식 명칭이다· 만영벽에는 북천문의 초대 문주인 북진후부터 오대문주인 진관호까지 역대 문주의 심득이 새겨져 있었다·

특별한 목적 때문에 남긴 것이 아니었다· 그저 떠오르는 심득이 있을 때 정리해 놓을 것이 필요했고 그곳이 바로 만영벽이었을 뿐이다·

초대문주 북진후부터 오대문주인 진관호까지 다섯 명의 문주가 심득을 남겼다· 심득이 떠오를 때마다 즉흥적으로 남긴 것이라 체계적이지도 하나로 취합되어 정리되지도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그저 낙서에 불과할 그런 것들이었다·

심득도 제각기이고 풀어놓은 방식도 달랐다· 어떤 이는 상승의 무리(武理)를 또 어떤 이는 보법(步法)에 대한 심득을 남겼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손댄 것이 두 개가 있었는데 첫 번째가 검(劍)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초대 문주인 북진후가 남긴 심공(心功)이었다·

언뜻 보면 시 같기도 한 구절에 이대 문주가 자신의 심득을 더했고 그 후로도 역대 문주가 조금씩 자신의 심득을 남겨 진무원이 맨 처음 본 심공이 만들어졌다·

역대 문주의 심득이 더해졌기에 만영결은 그야말로 방대하기 그지없었다· 자구만 일만 자가 넘는 만영결은 심결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내공 강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만영결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만자신공(萬字神功)이었다·

역대 문주의 심득이 더해져 완성된 만영결·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무결에 불과했다· 아직 제대로 익힌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북천문의 초대 문주인 북진후는 낭인 출신이었다· 명문대파 출신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된 토대 위에 무공을 익힌 것이 아니라 실전을 통해 실력을 쌓은 무인이었다·

비록 명문대파 출신의 무인들처럼 탄탄한 토대는 쌓지 못했지만 북진후는 자유로운 사고와 응용력을 가진 천재적인 무인이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하는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하곤 했다·

만영결도 북진후의 엉뚱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일원이기(一原二氣) 세상 모든 것이 하나의 근원에서 시작해 두 가지 기운으로 나뉜다· 음(陰)과 양(陽) 정(正)과 반(反)· 결국 이름만 다를 뿐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한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 그렇다면 내공은 어떠한가?’

내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체질이나 심법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뉜다· 하지만 근원으로 파고들어 가면 결국에는 음과 양으로 나뉜다· 거기서 더 발전해 오행(五行)의 성질을 부여함으로써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는 내공 자체의 성질에 따라 분류를 한 것이지 진정으로 정과 반으로 나뉜 것은 아니었다·

북진후는 통상적으로 쓰는 내공과 균형을 이루는 미지의 그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연의 균형을 이루는 힘·

인간이 가져간 기운만큼 다른 무언가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이고 그 힘은 결코 내공에 못지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다고 생각했다·

북진후는 편의상 그 힘을 그림자 내공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밀야와의 전쟁 외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림자 내공을 규명하고 이론을 정립하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북진후의 심득은 그의 죽음 이후 사장되고 말았다·

수십 년 동안 사장되었던 북진후의 심득은 이대 문주인 남운산에 의해 부활하게 되었다· 당시 북천문은 밀야와의 전쟁에서 한참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밀야의 무공은 파괴적이면서도 통상적인 궤를 벗어난 것이 많았는데 그 위력이 중원의 무공을 웃돌았다· 때문에 남운산은 새로운 무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참이었다· 그렇게 해서 손을 댄 것이 바로 초대 문주인 북진후의 그림자 내공이었다·

남운산의 심득을 체계화시킨 이가 바로 삼대문주인 유광연이었다· 당시 유광연은 모처에서 밀야의 사대마장(四代魔將) 중 한 명인 흑익신창(黑翼神槍) 채광과 격전을 치렀는데 결국 내공을 모두 소진한데다가 단전까지 파괴되어 빈사상태에 이르렀다·

단전이 파괴된 상태에서 죽음만 기다리던 유광연은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북진후가 남긴 심득대로 공력을 운용했다·

파괴된 단전을 대신해 가상의 단전이 만들어졌고 소모된 내공 대신 성질이 전혀 다른 기운이 쌓였다· 바로 북진후가 그림자 내공이라 명명한 그것이었다·

마치 그림자처럼 허허로운데다가 익힌 자가 아니면 느껴지지도 않는 그 기운은 빈사상태에 이른 유광연을 다시 살아나게 만들었고 무위도 상승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유광연은 본격적으로 그림자 내공에 몰두하게 되었고 그 심득을 오대 문주이자 진무원의 아버지인 진관호에게 넘겨주었다·

마치 밤하늘 별들의 바다가 텅 빈 암흑처럼 보이지만 꽉 차 있는 것처럼 그림자 내공 역시 존재하지 않는 듯하지만 어디서도 존재했다·

그 말은 곧 언제 어느 상황이든지간에 자유롭게 내공을 수발할 수 있다는 의미였고 기존의 방법으로는 절대 그림자 내공을 금제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유광연은 그림자 내공을 대성하면 기존의 내공 체계와 다른 어떤 혁신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그림자 내공을 대성하지 못하고 수명이 다하고 말았다·

너무 늦은 나이에 깨달았기에 체계적으로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그의 심득은 진무원의 아버지인 진관호가 이어받았다· 하지만 진관호 역시 젊은 나이에 요절했기에 만영결과 그림자 내공을 제대로 참오할 시간이 없어 정체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진무원은 만영결을 익히고 있었다· 만일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절대로 만영결에 손대지 않았을 것이다· 운중천에서는 지금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고 쓸 만한 무공은 북천사주가 모조리 가져갔다·

마치 칠흑처럼 어두운 밤에 의지할 등불도 없이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었다·

이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진무원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절망의 바다일 수도 있고 희망이 존재하는 신천지일 수도 있었다· 그저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갈 뿐이다·

문득 진무원의 입가에 한줄기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 무언가라도 해볼 만한 것이 있으니·’

도박이라도 해볼 만한 것이 있다는 것· 최소한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진무원은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진무원은 눈을 감고 만영결의 만자구결을 되뇌었다·

그렇게 진무원의 아침이 흘러가고 있었다·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